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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대표 홍지웅 책은 사람을 움직이고 건축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좀머씨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국내에서 1백만 부를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이 메가톤급 베스트셀러 작가와 작품은 이제 ‘괴테’ 하면 〈파우스트〉를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다.

21세기 사람들이 괴테와 〈파우스트〉를 아는 것은 18세기 거장과 고전에 대한 막연한 예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개미〉와 베르베르를 안다는 것은 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정말 그의 작품을 읽고, 흥미를 느끼고 좋아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요소 몇 가지를 포개어본다. 이 모든 책이 본고장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는 점, 그리고 모두 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수 없는 그 무언가, 본능적인 맥락과 연관성이 느껴진다. 이 모든 사실 뒤에 숨어 있는 예사롭지 않은 감각의 소유자, 열린책들 대표 홍지웅 씨가 궁금하다.

팔리는 책을 만들고 갖고 싶은 책을 디자인하다 “이제 사람들은 아예 열린책들에서 베스트셀러 책만 선별해 출판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널리 알려진 〈좀머씨 이야기〉만 해도 처음에 초판 2천 부 다 팔기도 어려웠지요. 하지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다 보니, 초판이 나온 지 4년 만에 빛을 보더군요.” 출판업에 빠져든 지 올해로 20년. 홍지웅 씨는 출판인이라면 평생 ‘한 권만이라도’ 꿈꾸는 베스트셀러 작품을 무려 다섯 권 이상 출간했을 뿐만 아니라 그중에 밀리언셀러까지 탄생시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종종 이런 오해를 사곤 한다. 하지만 20년 전, 열린책들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러시아 문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로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철학도로서 도스토예프스키에 ‘미쳐’ 대학원에서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만큼은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출판사를 차렸다는 홍지웅 씨. 20세기 위대한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도스토예프스키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그에게 새로운 운명을 선사했다. 원하고 바라던 러시아 문학 책 한 권, 한 권을 만들어나가면서 발견하게 된 것은 책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출판의 묘미. 내재되어 있던 출판인의 ‘감각’을 발견한 그는 유학을 가겠다던 의지 대신 책을 만들어 ‘팔겠다’는 마음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인연을 맺은 것이 ‘유럽 현대 문학’.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국내에서 미지의 세계나 다름 없었던 유럽 현대 소설을 먼저 개척해보자는 것이었고, 그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유럽 소설이라 하더라도 독특한 소재, 참신한 작가를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단순히 ‘희소성’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책에 ‘흥행 요소’를 더하기 시작한다. 전문 번역 작가를 발굴해 번역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한눈에 반하는 디자인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바로 한 번 선택한 작가와 작품은 사람들이 알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키워간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대 베스트 셀러 50선에 선정된 〈좀머씨 이야기〉, 프랑스에서 30만 부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 〈개미〉가 국내에서는 밀리언 셀러가 된 것은 홍지웅 씨의 본능적인 육감과 뚝심의 절묘한 결합이 써내려간 또 다른 드라마였다.

욕심을 내자면 출판도 예술이다 영화보다 스펙터클한 유럽 현대문학에서부터 도스토예프스키, 프로이트 전집 그리고 예술 전문 서적까지. 말랑말랑한 소설에서부터 냉철한 이성과 지성을 담은 인문학 서적을 고루 선보이는 열린책들. 열린책들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정말 읽을 만한 가치 있는 책’이라며 내용에 후한 점수를 주는가 하면, ‘멋진 디자인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형식을 높이 칭찬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진두 지휘하는 홍지웅 씨는 이 두 가지 요소는 책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라 여긴다. 책과 미술(디자인)의 관계를 바늘과 실에 비유하는 그는 소설 책에는 상상력을 부추기는 삽화를 가미하고, 딱딱한 미학 서적은 명화 한 점 소장한 듯 뿌듯함을 안겨주는 디자인으로 탄생시키며 결국 ‘손에 넣고’ 싶은 책을 만들어낸다. ‘독방’이어야 할 사장실에 디자인 팀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을 정도니, 그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출판도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이나 판화가 한 작품당 에디션이 5~10개인데 반해 책은 ‘조금 더’ 에디션이 많을 뿐이죠.”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건넨 말인지 이내 머쓱해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책은 정말 예술 작품에 다름 아니다. ‘예상 독자 2천 명’을 위해 만든 프로이트의 전집. 우리는 여기서 프로이트의 심오한 정신 세계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화가 고낙범 씨의 모노크롬 회화라는 새로운 예술 세계도 접한다. 빨강, 파랑, 초록… 각각 한 가지 색으로그려낸 프로이트 초상화는 책의 내용을 한 권씩 구분 짓다가도 전집으로 모여 책장에 꽂히면 지성과 감성을 고루 갖춘 오브제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책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먼 훗날 장서가의 귀한 수집 목록 중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제본도 실로 꿰매는 사철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책을 펼쳤는데 책장이 떨어져 나가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을테니까요.”

1 사옥 맨 윗층은 홍지웅 씨의 사무실. 하지만 이곳은 온전히 그만 사용하는 ‘독방’이 아니다.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가에는 그의 책상과 소파 세트가 놓여 있고 반대편에는 디자인 팀이 둥지를 틀고 있다. 책을 만들 때 무엇보다 ‘ 디자 인 ’ 을 중시하는 그는 아예 디자인 팀을 곁에 두고 있다. 사무실 창밖으로는 마치 카페 같은 야외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2 홍지웅 씨는 무엇이든 ‘새롭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 명쾌한 성격의 소유자. 파주 출판단지에 새로 지은 사옥 역시 평범을 거부한 비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보통 건물이라면 정문이 있고 로비를 통해야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지만 열린책들 사옥은 정문과 로비가 없고 건물 측면에 실내로 진입하는 계단이 있다.
3 건축가 김준성 씨와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탄생한 열린책들 사옥. 번역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의 의미를 담아 만든 디자인이라고. 사선과 직선이 만날 듯 말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는 바로 원서와 번역 본 사이의 ‘미묘한 간격’을 표현한 것이다. 부식 통판이나 스틸 등 비교적 ‘ 각 ’ 을 잡기 편한 소재를 놔두고 콘크리트를 택한 것은 건축학적인 면에서의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4 예술 전문 서적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열린책들에서 발간한 〈세계 영화사〉.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 영화 마니아라면 탐낼 만한 텍스트요, ‘ 멋 진 ’ 책을 모으는 사람이라면 자석으로 개폐가 되는 하드커버 디자인이 매력적이라 여길 것. 그러나 홍지웅 씨가 예상하는 판매 부수는 많아야 2천 권, 그래도 끝까지, 출간할 것이라 하니 ‘절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호기심 천국 청년, 문화기획자를 꿈꾸다
“소비 없는 문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예술과 대중의 접점, 그 미묘한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바로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고급 문화를 대중적으로, 대중 문화를 고급화 시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출판인의 소명입니다.” 홍지웅 씨는 자신을 소개할 때 출판사 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문화기획자’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좋은 작가를 구하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비싼 종이를 쓰면 누군들 멋진 책을 만들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책을 대중과 만나게 하는 일, 즉 파는 일은 다르다. 책 안에 담긴 의미를 짚어내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포장하고, 요즘 사람들의 구미를 끌어당기며, 결국 그들 마음을 움직이기까지…. 책 자체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를 둘러싼 문화를 총체적으로 꿰뚫는 혜안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홍지웅 씨의 샘솟는 호기심은 그의 활동에 큰 원동력이 된다. 소설가, 미술가, 사진가, 건축가…. 그는 궁금한 작가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정말 보고 싶은 건물이 있으면 어디든 불사하고 짐을 싸서 떠난다. 그리고 이러한 호기심을 하나하나 정복해가면서 문학과 미술, 건축과 책, 영화와 디자인을 그만의 ‘기획’으로 천연덕스럽게 엮어낸다. 지난 봄, 열린책들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Mr. Know 세계 문학’ 시리즈는 그가 말하는 ‘문화기획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필립 스탁보다 섹시한 디자인을 펼치는 카림 라시드에 반한 홍지웅 씨는 그에게 20세기 대표 작가 30인의 작품집 ‘Mr. Know’의 로고와 이 책이 꽂힐 책장 디자인을 특별 의뢰한 것. 일곱 가지 시안이 나오고, 그중 알록달록한 우주선처럼 생긴 서가가 탄생했다. 이어서 가벼운 종이로 만든 ‘핸디형’ 문학 전집이 채워졌고, 이 ‘지식의 나무’는 대형 서점에 자리하면서 공간의 표정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디자인과 문학,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가 하나가 되어 가구를 만드는 등 ‘현실적’인 만남을 추진한 그의 ‘기획’에 또 한번 우리는 즐거운 책 읽기에 전도된다.

1,7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발간 후 15년간 다섯 번 옷을 갈아 입었다. 최근 영화 포스터로 만든 책은 미니 북과 함께 판매한다. 2 출판사 이름은 처음 회사 설립 당시 닫혀 있던 동구권 문화에 대한 ‘ 개 방 ’ 을 바라면서 지은 것이고, 로고 역시 그 의미를 표현했다 . 3 ‘ 남의 책 ’ 을 만드는 그는 언젠가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 계획. 4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함께 열린책들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 Mr. Kno w ’ 문학 시리즈와 책꽂이. 5 모든 책은 실로 꿰매는 ‘사 철 ’ 제본으로 튼튼하게 만든다. 6 출판사의 역사라 할 수 있는 ‘ 초 판 ’ 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관해 두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초상화는 그가 대학교 때 그린 작품. 8 1998년 프로이트 전집을 완성한 후 6년 후에 내놓은 개정판. 표지는 화가 고낙범 씨가 그린 프로이트의 초상화로 디자인 했다. 9 책 제본이 다 보이도록 ‘누드 ’ 로 만든 카스 스미스의 〈북 아트〉. 10 그의 집 반 지하 공간은 책과 그림이 가득한 예술 보물 창고다.


1 홍지웅 씨의 아버지 홍영기 씨는 올해 82세로, 베레모를 눌러 쓴 멋쟁이 화가.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린 아버지는 그에게 도스토예프스키 초상화를 너끈히 그릴 수 있는 재주를 물려주셨다. 낮은 지붕 아래 다락방 같은 아버지의 아틀리에가 있고, 그 아래 층에 홍지웅 씨의 서재가 자리한다. 
2 그의 집 2층 거실에는 화가 고낙범 씨가 그려준 부부의 초상이 사이 좋게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작품은 프로이트 전집의 표지를 그린 작가인 고낙범 씨가 자진해서 그려준 초상화다. 프로이트의 정신 세계와 모노크롬 회화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홍지웅 씨의 ‘ 심미 안 ’ 에 대한 감사의 뜻이기도 하다. 같은 대학 국문화 출신인 아내 조영선 씨는 열린책들을 처음 만들었을 때 편집자로서 함께 6년 간 활동한 경력이 있다. 밤새 책 포장과 배본 같은 힘든 일을 함께 했던 시절이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라 말하는 조영선 씨. 그는 열린책들 사옥이 종로 통의동에 있을 때 같은 건물에 마련한 문화 아지트인 ‘소설socia l ’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문화계 사람들의 사랑방을 도맡았던 그는 현재 소설의 후속 공간을 준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책,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축
국내 유수의 출판사가 모여 마을을 이룬, ‘북 시티’라 불리는 파주 출판문화 정보산업단지. 현대 건축의 각축장이라 불릴 만큼 다채로운 디자인의 건물이 위용을 떨치고 있는 이곳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건물 하나가 보인다. 마치 철판을 이리저리 구부리고 접어서 만들었다고 하면 맞을까. 한마디로 기하학적 형태라 설명 할수밖에 없는 이 건물은 홍지웅 씨가 건축가 김준성 씨와 함께 지은, 출판 인생 20년을 담은 ‘서사시’로 번역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열린책들의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A를 ‘ㄱ’으로 바꾸는 것이 번역일진대, 어찌 그 사이에 간격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사선의 계단과 직선의 창문은 만날 듯 말 듯 미묘한 간격을 두고 직선과 사선이 접점을 향해가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꼭 A와 ㄱ사이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독특한 외관에 이끌려 들어선 내부 역시 외관 못지않은 흥미로운 디자인이 펼쳐진다. 4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층층마다 분리되어 있는 듯하지만 유리 바닥으로 2층과 3층이 소통하고, 외벽과 내벽 사이에 난 틈은 전체 건물을 관통하며, 결국 전체가 하나의 공간이 된다. 닿을 듯 말 듯, 그러나 하나로 통하는 건물은 번역 문학에 대한 열린 책들의 진지한 접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공간으로 표현한 데 감탄을 멈출 수 없다.

그는 책이 사람을 움직이는 매체라면 건축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책이 출판되고 나면 그 텍스트는 독자들에게 읽히고 해석되면서 더 이상 작가와 출판사의 소유물이 아니듯 건물 또한 같은 이치. 건물이 완성되는 순간, 이는 사회와 세상에 속하면서 다양한 울림이 된다. 이미 10여 년 전 평창동 비탈진 언덕에 스물 두 그루의 소나무에 반해 집을 짓고, 지금의 사옥이 있기 전 종로 통의동에 사옥을 설계하면서 건축의 의미를 체득한 홍지웅 씨. 소나무와 자연 환경을 존중해 낮고 겸손하게 지은 집에서 그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통의동에 세련미 넘치게 만들었던 사옥은 생기 없던 경복궁 돌담길을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로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책은 일생의 미디어가 되고 건축은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미디어라는 신념은 이제 그에게 인생의 좌우명처럼 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된 지금. 아직 ‘새 건물’에 적응하고 살림을 정리하는 시기라는 홍지웅 씨는 사옥 1충에 꾸며놓은 북 카페를 비롯해 자신의 서가까지 ‘완벽하게’ 정리하는 데 재촉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그는 이 파주 출판단지 안에 또 하나의 사무실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때 건넬 명함은 ‘미메시스 현대미술관 관장’일 게다. 열린책들의 예술 서적 출판사인 ‘미메시스’의 이름을 딴 미메시스 뮤지엄이 이제 막 착공을 시작했으니 조만간 이사를 계획해야 한다. 금세기 마지막 건축의 거장인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정말 새로운 건축물. 그 안에서 또 다른 미술과 문학 등 다양한 예술이 홍지웅 씨에 의해 새로운 나래를 펼칠 것이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쏟고 있는데,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왠지 내가 하면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는 것이죠.” 기껏해야 두 뼘밖에 되지 않은 ‘종이 세상’에서도 백만 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인데 더 큰 ‘판’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 세상을 변화시킬까. 벌써부터 ‘문화기획자’ 홍지웅, 그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신화가 기대된다.


1 서울 속의 전원 같은 평창동 언덕에 자리한 홍지웅 씨의 집. 잘 정돈된 정원에서 가족이 함께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시험 기간이라 바쁜 큰아들 예빈 씨만 제외하고 홍지웅 씨 부부와 딸 유진, 그리고 아버지 홍영기 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요즘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이 문제라 떠들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예외다. 가족 모두 문학과 미술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언제나 공통의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2 , 3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는 홍지웅 씨는 10년 전 스물두그루의 소나무에 반해 ‘ 산비 탈 ’ 에 준하는 험난한 지형에 자리한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한 그루의 소나무를 베어야 했던 것 외에는 순조롭게, 예상만큼 잘 지어진 집이라고. 정원에서 통하는 반 지하 서재 입구 앞에도 소나무가 장승처럼 호위하고 있는가 하면 정원 축대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는 것도 소나무다. 
4 홍지웅 씨 딸에게 물었다. “책 정말 많이 읽었겠어요.” 그러자 답한다. “원래 중국집 애들이 자장면 안 먹잖아요, 책 많이 안 읽어요.” 촬영팀을 비롯, 홍지웅 씨 가족 일대가 웃음 바다를 이뤘다. 딸 사랑 극진한 아버지 홍지웅 씨는 이 재치 있는 대답에 그저 흐믓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이정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