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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템플 스테이 가을은 명상의 계절
거울 속에서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을 발견한 적이 있는지. 잠시 한 숨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 길이 멀지 않다. 도심 한복판이나 근교에 위치한 사찰에 일단 발 디뎌보도록 하자. 템플 스테이는 여름철에 각광받지만 실제 명상하기에는 서늘한 계절이 좋다. 가을이 가기 전에 고요한 곳에서 나를 되돌아보자.

“스트레스가 쌓여 못살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에어로빅을 시작했는데, 신나게 몸을 움직일 때는 스트레스가 확 풀린 듯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면 회사 업무나 남편, 시부모님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만 그런가요?”성북동 길상사의 선禪 수련회(템플 스테이)에 참여하러 온 어느 주부의 고백이다. 비단 이 주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템플 스테이를 진행하는 혜관 스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뿐 아니라 요즘은 누구나 ‘스트레스 받다’ ‘쫓긴다’ ‘답답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꾸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혜관 스님은 “스트레스란 욕망이나 분별심(옳다, 나쁘다, 좋다, 싫다 등 사물 ?사람 ?일에 대해 가르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짓누르는 가상의 위협”이라고 말한다. 실상 스트레스의 정체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생리작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마치 종양처럼 여겨 제거(해소)하겠다는 발상부터 전환하라고 조언한다.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 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추면 참 유쾌해지지요. 여가 활동은 일상을 윤기 있게 만드니 충분히 즐기세요. 그러나 이것이 스트레스를 풀어주지는 않습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통해 괴로움을 떨치려 하지 말고 그저 자신을 차분히 바라보세요. 이미 자기 안에 답이 있습니다.” 상심하고 분노하고 있다면 원인은 주위 환경이 아니다. 그것을 얻고자 하거나 잃지 않으려 하는 욕망, 혹은 자신의 주관으로 선악시비를 분별하고자 하는 욕망이 원인이니 내 안에 답이 있다는 말씀이다. 하지만 밖으로 향하려는 마음을 안으로 돌리기란 쉽지 않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잠시 정지시키고 여유를 찾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템플 스테이를 시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나를 보는 수련을 연습하는 것이다.

명상은 템플 스테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시간으로,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 혜관 스님은 “명상이란 정신 집중을 통해 안정을 찾고 감성 지수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명상에 이르는 길은 다양합니다. 다만 명상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좌선 자세를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사찰에 머물며 여러 번 훈련을 반복한 뒤 몸에 익으면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명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분하게 자세를 정돈한 뒤 한 발 물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현재 스치는 생각, 들고 나는 호흡, 몸의 상태를 TV 화면을 쳐다보듯 그대로 지켜보면 스스로 어떤 점에 집착하는지 깨닫게 된다. 가령 부부 간에 불화가 생겼다면 명상을 통해 왜 분노하고 있으며, 어디에서 오해와 불신이 시작되었는지를 거슬러 찾아갈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에는 참선도 배운다. 참선이란 ‘대체 참 나는 무엇인가?’를 물으며 나아가 부처님의 성품에 가까워지는 수행방법인데, 역시 좌선을 통해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원래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은 10여 년 전 지방의 유명 산사에서 시작했는데 이때는 사찰을 ‘체험’하며 불교문화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데서 의의를 찾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템플 스테이가 널리 보편화되어 이를 이색 체험이 아닌 정기적인 수양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 및 인천 지역에 있는 도심형 사찰은 찾아가기가 번거롭지 않아 직장인들과 여성들의 호응이 높다. 도심형 템플 스테이는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코스를 기본으로 한다. 토요일 오후 2~3시에 시작해 일요일 2~3시쯤 끝난다. 모든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스님들의 취침 및 기상 시간에 맞춰 일과가 계획되며 새벽 예불, 다도, 참선 등 사찰의 일상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각 사찰마다 특화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수도사에서는 사찰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곳의 주지인 적문스님이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어 전통 비법을 보유하고 있다. 계절마다 체험할 수 있는 메뉴가 다른데, 가을철에는 손두부나 인절미 등을 만들며 직접 장작을 패고 땔감을 마련해 가마솥 밥을 짓는다. 인사동과 경복궁에 인접한 조계사는 위치상 매일 3백~4백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기 때문에 영어나 일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인천의 연등국제선원에서는 가족 단위로 쉴 수 있는 객사와 공양간 그리고 수련관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주 신륵사에서도 매주 넷째 주 주말에 가족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길상사에서는 상시 가족 단위의 참가자를 예약 받고 있다. 가을이다. 초보자들이 명상을 하기 좋은 계절로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으며 습도가 적당한 봄과 가을, 그중 가을이 최고로 꼽힌다. 쾌적한 날씨에는 몸이 안정을 찾아 차분히 내면을 관조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말을 이용해 좌선하며 자기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것이 어떨까. 단, 어느 수행자의 조언처럼 완전히 평온을 찾은 얼굴로 절 문을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길을 향해 이제 한 걸음 떼었을 뿐이다.

지역 사찰명 일정 문의 전화 특징
서울 서울
실상사
개인은 매월 넷째 주
주말가족은 상시 예약
02-3672-5945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참선에 줄점을 둠
서울
묘각사
둘째, 셋째주 주말 02-769-3001 가을중 수없생과 가족을 위한 템플 스테이 마련
서울
봉은사
상시 예약 02-512-6070 내.외국인 누구나 가능
서울
조계사
단체는 상시 예약
개인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02-732-2183 영어와 일어 프로그램
경기 여주
신륵사
개인은 매주 둘째주 주말
가족은 매주 넷째주 주말
031-885-2505 가족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파주
보광사
매월 셋째주 주말 031-948-7700 도솔암 등반
평택
수도사
첫째, 셋째주 주말 031-682-3169 전통 사찰음식 체험
화성
용주사
둘째, 넷째주 주말 031-234-0040 부모는 중경 독송, 효를 배우는 템플 스테이
고양
흥국사
첫째, 셋째주 주말
가족이나 단체는 매 주말 예약
032-381-7970 연들 만들기, 탑돌이
인천 인천
연국제선원
10월 일정은 홈페이지
lotuslantern.net 공지 예정
032-937-7033 가족 단위 시설 마련
외국인을 위한 선센타
강화
전등사
매주 주말 10명이상은 평일 예약가능 032-937-0125 정족산 야생화 길 산행





나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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