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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 예술적인 건축물 안에서 예술품을 감상하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기대감으로 가슴을 콩닥이며 들어서자 놀라움에 심장 박동은 더욱 빨라진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등 3인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만든 공간. 그리고 그 안에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고미술품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 담겨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리움’이란 삼성 그룹 이건희 화장의 성인 ‘리’(Lee, 李)와 미술관(Museum)의 ‘움’을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센터.”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모던 갤러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휘트니 뮤지엄.”

“서울의… 서울의….” 만약 나라별로 모여 미술관 이름 대기 게임을 했다면 매몰차게 울리는 ‘땡’ 소리와 함께 탈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건축적인 아름다움도 뛰어나고 유명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주문에 이름을 댈 만한 곳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건 옛말이 되었다. 지난 13일 한남동에 ‘삼성미술관 리움’ (이하 리움)이 마·침·내 개관을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고미술을 전시하는 뮤지엄1,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뮤지엄2, 기획전을 열 수 있는 전시장이 자리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같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용인에 위치한 탓에 발길이 뜸했던 호암미술관, 미술관 전용 건물이 아니라 상설관을 만들 수 없었던 호암갤러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만든 리움의 역할이 사뭇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사람들의 궁금증을 가장 많이 자아낸 것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세 사람의 건축가가 공동 작업을 한 미술관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였다. 각각의 고유 스타일이 마리오 보타의 뮤지엄1, 장 누벨의 뮤지엄2, 렘 쿨하스의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나름대로 드러난다. 그렇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인 교향곡도 엄밀히 따지면 제각각 다른 음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도자기와 고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1과 박스로 공간이 구획되어 현대 미술을 전시하기 좋은 뮤지엄2와 하나의 건물이지만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어 전시장과 아동교육문화센터로서의 두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격인 이곳은 전체적으로 음정과 박자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1삼우설계의 박도권 상무  2 리움 홍라희 관장  3 리움 홍라영 부관장

1뮤지엄1의 외부 모습. 한국 고미술의 대표적 소장품을 상설 전시하는 이곳은 전체적으로 직육면체와
역원추형 모양이 결합된 형태이다. 미술관 가장 뒤쪽에 위치하며 함께 건축된 다른 건물보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뮤지엄1은 삼성미술관 리움을상징하는 곳이다. 
2지하에 있는 미술관 로비. 이곳에서 뮤지엄1은 물론 뮤지엄2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연결된다. 
3,5, 6 로툰다 공간. 비스듬한 벽을 따라 나 있는 통로를 통해 각 층의 전시장을 둘러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4 전시장 내부 모습. 국보 36점과 보물 96점을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별 대표작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도자기, 세공 기술이 뛰어난 금속 공예품,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와 서예 등 우리나라 고미술품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뮤지엄1: 고미술관

‘시뇨레 보타!’(Signore 는 정중하게 부르는 호칭) 마리오 보타 사무실에서 이렇게 부른다면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처형, 매형 등 친인척이 함께 모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유럽의 가내수공업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그는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국내 설계 파트너였던 삼우설계의 한 관계자는 그와의 작업이 가장 수월했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보타는 건물을 지을 때 주변 환경이나 역사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내가 설계하는 곳이 한국의 도자기를 전시하는 공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자기를 빚어낸 도공들의 수작업 느낌이 전해지도록 흙을 빚어 불에 구운 테라코타 벽돌 타일로 외벽을 장식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고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철 형태로 만들어 성곽도시라는 서울의 역사적 전통을 반영하기도 했다. 마리오 보타는 미술관 건축이 과거에 종교 건축이 했던 역할, 즉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뮤지엄1에 이런 자신의 건축 철학을 유감없이 반영, 형상화했다. 역원추형 건물 안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 로툰다(Rotunda, 원통형의 벽체와 돔형의 지붕으로 된 건축물)를 따라 천장에서 들어온 햇빛이 지하까지 내려 쪼이는데, 마치 유럽의 성당 계단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청자가 전시되어 있는 4층, 분청사기와 백자가 있는 3층, 고서화가 걸려 있는 2층, 불교미술과 금속공예품이 있는 1층까지 둘러보고 나면 마치 실내를 산책한 듯한 느낌을 준다. 마리오 보타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휴머니즘적인  공간을 구현했다는데, 직접 확인해보시길!

“건축은 모든 예술의 모체입니다”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스위스 멘드리소-티치노에서 태어난 마리오 보타(1943년생)는 티치노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적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살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건축가이다. 그는 유럽 고전 건축, 특히 로마네스크 교회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작업을 한다. 건축물을 통해 지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자연에서 얻은 소재, 즉 돌이나 흙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빛이 주는 극적 효과를 건축물 안에서 실현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 대표작으로 도쿄의 와타리움 미술관,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SFMOMA) 등이 있으며 강남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교보생명 강남 사옥 또한 그의 작품이다.

 


1
뮤지엄2의 외부 모습. 녹이 슬지 않게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에 녹을 슬게 한다는 역설적 발상을 구현하였다.  2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선큰 가든과 개비온 월.3,5,6 전시장 내부 모습.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를 자유분방하게 배치하여 전시 기획 의도에 따라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게 했다. 이곳에는 전통 회화 양식을 계승하면서 한국화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한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서양화 기법을 체화하고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표현한 이중섭, 박수근 등의 한국 근현대 미술품과 백남준, 이우환, 서도호, 이불 등 해외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등 국내 미술계 전반을 아우르는 예술품들을 볼 수 있다. 한편 마크 로스코, 도널드 저드 등 1945년 이후 추상미술 사조를 이끌었던 작가와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요셉 보이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리고 오늘날 세계 미술을 주도하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매튜 바니의 작품도 전시된다. 4 로비에서 뮤지엄2로 가는 입구. 

뮤지엄2 : 현대미술관 

“건축물은 인간과 같습니다. 건축물은 인간처럼 서로 다른 운명을 지니고 있지요” 라고 말하는 장 누벨. 그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맡은 일은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타고난 운명의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그가 건물을 설계해야 하는 공간은 바위 지대였다. 그렇지만 그 땅에서도 풀과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본 그는 한국의 식물, 광물, 나무의 관계에 흥미를 느껴 이런 요소를 건축물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결론은 바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심층 구조를 구현하자는 것.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이용해서 만든 이곳은 마치 땅을 파서 그 위에 상자 건물을 올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지하에 있는 전시장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선큰 가든(Sunken Garden, 지하 정원) 때문이다. 지하 정원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바로 개비온 월(Gabion Wall, 망태 안에 돌을 채워 만든 벽). 건물을 둘러싼 벽면 기초 공사를 할 때 나온 암반석을 잘게 쪼개어 철제 프레임에 담아 쌓아 올려 만든 것인데, 국내 설계 파트너였던 삼우설계의 아이디어를 장 누벨이 받아들여 완성된 것이다.
이곳에는 191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과 1945년 이후 외국 현대 미술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표현한 이인성,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 미술품과 백남준, 이우환, 서도호, 이불 등 해외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마크 로스코, 프랭크 스텔라, 요셉 보이스, 데미안 허스트, 매튜 바니 등 화집을 통해 접해온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있지만 작품 수가 작가별로 한두 점 정도라 아쉬운 느낌이 든다.

“나는 건축 안에 예술을 넣고, 도시 안에 건축을 넣는다”
장 누벨(Jean Nouvel)

파리 국립고등예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를 수석 입학하면서 일찍이 천재성을 드러낸 장 누벨(1943년생)은 건축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대적이며 미래를 향한 도시적 감성을 표현해온 그는 유리, 철 등 차가운 느낌의 재료를 사용해서 예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건축을 시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 누벨은 직관적인 영감에 따라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그의 건축은 거대한 예술품으로 비유되곤 한다. 1987년 완공된 파리의 아랍 문화원은 아랍 문화와 유럽의 관계,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건축적으로 표현해 극찬을 받은 대표 작품이다. 그 밖에 파리의 카르티에 재단, 리옹 오페라 하우스, 프라하의 안델 빌딩 등이 있다.


1,5 유리로 지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외부 모습. 3,4 블랙 콘크리트로 만든 블랙박스. 2,6 내부에서 바
라본 모습. 2005년 4월 9일까지 ‘뮤즈-움?:다원성의 교류’전이 열린다. 이 전시를 통해 ‘예술을 품는 집’이라는 미술관의 기능과 건축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박스 아래 전시장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미술작품과 떠나는 시간 여행’전이 2005년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청동검이나 입체 퍼즐을 직접 맞춰볼 수 있게 해놓고, 박수근 회화의 표현 기법을 알려주기 위해 화강암을 함께 전시하고, 색연필로 칠해볼 수 있게 하는 등 미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서 보여준다. 
*연말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개관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이미 1백 년 전에 도시계획을 세워놓고 그 규칙에 따르는 유럽에 비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아시아의 도시는 건축가에게 무척 매력적인 곳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으니까요.” 렘 쿨하스의 말마따나 유럽에서 리움과 같은 시도를 하려면 몇 세기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전면적인 건축은 불가피하고 기존 건물의 일부를 수정하는 정도가 아닐까?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건축가가 되었다는 그는 이번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다고 한다.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편 그는 건물 안에 건물을 지은 듯한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유리 건물 안에 블랙 콘크리트로 상자 모양의 전시장, 이른바 ‘블랙박스’를 만들어놓은 것. 기존의 건축물에서 보지 못했던 이런 모습은 건축물 이전에 하나의 예술품 같다.

어린이 교육, 문화, 복지 관련 시설과 다양한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개관을 기념하여 2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동전시실에서는 한국 고대부터 국내외 현대 미술, 미디어 아트까지 미술의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는 ‘미술작품과 떠나는 시간여행’전이 열리며, 블랙박스에서는 리움의 
건축가 3인의 건축 언어와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뮤즈-움? : 다원성의 교류’전이 소개된다. 아쉽게도 당분간은 하루에 1백 명만 전화 예약을 받아 시범 운영을 하면서 미술관 운영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정비할 계획이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설계한 미술관에서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리움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할 듯하다.

“보이지 않는 건축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렘 쿨하스(Rem Koolhaas)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렘 쿨하스(1944년생)는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살면서 저널리스트 겸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6년 부터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그는 건축가인 동시에 사회학자, 도시계획자로서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도시의 대안을 찾고 있다. 모더니즘적 질서로 통제되는 도시의 허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그를 가리켜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도시에 대한 희망을 전해주는 존재인 동시에 건축에 대해 가장 폭넓게 사고하는 건축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메종 보르도, 북경의 중국국영방송(CCTV) 본사 사옥, 로스앤젤레스 박물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내부 설계를 맡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에 ‘서울대학교 미술관’을 건립 중이다.


정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