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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명사에게 배운다]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내조, 쿨하고 스타일리시하게 하라
가정, 기업, 사회 등 삶의 터전에서 남다른 혜안과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러한 여성 명사들에게 인생 경영 노하우를 배워보도록 한다. 그 시작으로 흑인 최초로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되며 새로운 신화를 쓴 미셸 오바마를 소개한다. 지지자보다 반대자가 많은 혼혈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의 꿈을 이루도록 도운 그녀는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부부의 팀워크, 대통령의 명예보다 중요한 가족주의, 연설만큼 설득적인 패션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셸 오바마식 내조의 기술을 배운다.

최상의 부부애가 만든 팀워크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미셸은 단번에 ‘내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시카고에서 평범한 노동자의 딸로 자라 프린스턴 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미셸 오바마. 그는 아내의 역할도 당차게 수행했다.
내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셸의 공로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6년간 나의 가장 특별한 친구로부터 변함없는 지지가 없었다면 저는 오늘 밤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바로 우리 가족의 든든한 주춧돌이자 내 인생의 반려자인 미셸 오바마입니다.” 미셸은 버락에게 ‘나의 특별한 친구’다. 사랑은 물론이요, 우정과 파트너십이 결합된 관계라는 뜻이다. 지인들은 둘을 이렇게 평한다. “그들은 한 팀으로 일합니다.” 서로를 위해 연설을 해주고, 서로를 패널로 초청했다. 일반적인 부부에 비해 미셸과 버락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서로의 길을 돕는다.
단단한 팀워크를 이루려면? 미셸은 <하이드 파크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호흡이 잘 맞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치관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뭐든 최선을 다하고 옳은 일을 위해 헌신한다는 공통의 가치관이 부부의 팀워크를 단단하게 한다.
그들의 팀워크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1996년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버락이 한 이야기다. “미셸은 저를 가장 잘 알기에, 저는 아내 앞에서 항상 진실한 모습이 됩니다. 하지만 때때로 미셸은 참 신비롭습니다. 완전한 친밀함과 낯선 신비로움 사이의 긴장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이어주는 게 아닐까요?” 서로를 완전히 믿고 의지하면서도 때론 뜻밖의 호기심이 생기는 관계, 이것이 부부 팀워크의 비밀이다.
부부의 팀워크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버락과 미셸이 함께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포옹이나 키스, 마주치는 눈길로 사랑을 표하고 용기를 불어넣는 모습은 계산된 제스처 같지 않다. 누구도 침입할 수 없을 견고한 관계가 느껴진다. 2004년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 대회의 기조연설을 하기 전,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나 너무 떨려서 가슴이 막혀버릴 것 같아.” 그때 미셸은 남편을 꼭 껴안아주면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렇게 말했다. “망치지나 마셔, 이 친구야!” 그 말에 오바마는 웃느라 긴장이 확 달아났다고 한다. 현재 이 연설은 많은 청중과 시청자를 감동시킨 명연설로 평가되고 있다.
미셸은 정신적 후원자일 뿐 아니라 투표 결과에도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다.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오바마가 흑인들의 표를 얻을 수 있도록 애쓴 사람이 바로 시카고 태생의 평범한 흑인 미셸이다. 간결하고 이성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오바마와 달리 미셸은 감성적이면서도 평범한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남편 못지않은 연설 솜씨, 변호사 출신다운 빈틈없는 논리와 설득력, 재치와 유머로 선거 운동 본부의 ‘마무리 투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부부의 팀워크가 오래도록 성공하려면? 버락의 대통령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버락에게 “출마할 생각인가요?” 하고 묻자 버락이 답했다. “대답은 하나뿐입니다. 미셸에게 달려 있어요. 그녀에게 물어보십시오.” 버락은 사석에서 아내를 ‘보스’라고 부른다. 어떤 일이든 보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부의 지인인 마사 미노 씨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 관계”라고 평가한다. 정치를 하는 당사자는 버락 자신이지만, 의사를 결정할 때 부부가 늘 상의한다는 것은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통령 명예보다 중요한 가족 우선주의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명예의 최고봉이라는 대통령직도 마다하겠다는 미셸. 그의 가족 우선주의는 한 인터뷰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CBS 토크쇼 <60분>에서 남편의 대선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셸은 “두 딸이 아빠의 출마를 반깁니다. 백악관에 들어가면 아빠가 강아지를 사주기로 약속했거든요”라고 해 시청자들의 따뜻한 웃음을 자아냈다. 해맑은 두 딸(말리아, 사샤)은 2005년 백악관을 견학했을 때 개가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정치를 싫어하는 정치가 부인? 남편과 달리 미셸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가들에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1995년 서른세 살의 나이로 버락이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미셸의 반응은 이랬다. “왜 하필 정치야? 하지 마.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선거에 나가겠다는 거야?” 결국 남편의 열정을 꺾지 못했지만, 미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미셸이 홀로 자녀를 키웠다. 부부 사이는 점점 소원해졌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미셸의 결심 미셸은 가사와 자녀 양육을 반드시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간지 와의 인터뷰에서는 그의 과감한 결심이 드러난다. “새벽 네 시가 되자 둘째 딸 사샤가 젖을 먹으려고 잠을 깼습니다. 피곤하고, 화가 나고, 몸매도 망가진 채 갓난아기를 데리고 앉아 있다가 순간적으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새벽 4시 30분이 되면 헬스클럽으로 향했지요.”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버락이 집안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다. “정신 차리자고 다짐했어요. 왜냐하면 그때 저는 제정신이 아닌 엄마이자 성난 아내였거든요. 모든 남자의 우선순위에서는 자기 자신이 첫 번째죠. 하지만 여자들은 자기 자신이 네 번째랍니다. 그건 건강에 좋지 않아요.”
버락에게 남편・아버지 자리를 찾아주려는 노력 이후 미셸은 버락이 딸들과 정서적 교감을 계속하도록 하려고 가족 일기 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또 버락과 딸들에게 웹캠을 사 주어 어디에서라도 매일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했다. 딸들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일에도 버락을 조금이라도 동참시켰다. 풍선이나 피자를 주문하는 일처럼 쉬운 일 말이다.
부부는 힘든 유세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비결은 ‘야간 데이트’. 버락은 아내와 거의 매일 저녁 경호원도 모르게 외출했다. 선거 유세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그곳의 평범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가끔 영화도 보며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다.
정치가에게 가족이 일 순위여야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셸은 남편에게 자녀 양육과 집안일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는 남편의 정치가로서의 기회를 막기 위함이 아니었다. 남편이 가정에서의 안정감을 잃지 않음으로써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2007년 5월 유권자에게 보낸 홍보 메일에 미셸은 이렇게 썼다. “버락의 눈은 항상 높은 하늘을 향합니다. 하지만 아내인 제가 장담하건대 그에게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두 다리로 땅을 확고히 디딜 수 있습니다.” 버락을 당선시키는 것은 선거 캠프 모든 이들의 임무이지만,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버락의 역할을 지켜낼 사람은 미셸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버락이 ‘오바마 선거 운동 본부’가 아닌, ‘오바마 가족’의 일원이 되게 하려고 애썼다. 사실 아내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이 일요일에 큰딸의 농구 시합에 참석해야 할지, 선거 운동을 해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그러나 미셸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연설만큼 효과적인 패션
감각 소매 없는 단순한 원피스에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차림을 즐기는 미셸 오바마. 우아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전통적인 영부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파격의 모습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 모습에서 재클린 케네디를 연상했다. ‘제2의 케네디’ ‘검은 케네디’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러나 재클린 케네디와 미셸 오바마는 다르다. 재키는 다소곳한 아내의 모습인 데 반해 미셸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다.
과감한 색상을 망설이지 말라 미셸이 즐겨 입는 선명한 컬러의 의상은 180cm가 넘는 늘씬한 몸매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피부 톤과 잘 어울린다. TV 연설 때마다 그는 레드, 블루, 그린처럼 밝은 색상의 의상을 입었다. 이런 색상은 오바마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대변해주었다. 세계적 불황으로 실추된 미국인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미셸의 패션은 스타일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GAP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자유롭게 선거 기간 중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이 옷값으로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지출한 반면 미셸은 중저가 브랜드인 제이크루 J.Crew의 340달러(약 46만 원)짜리 정장을 입고 토크쇼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미셸이 독립 기념일 퍼레이드 때 입은 여름 드레스는 GAP, 한 공식 석상에서 입은 화사한 스트라이프 원피스는 H&M 제품이었다. 디자이너의 감각을 빌리기도 하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브랜드 의상을 직접 매치해 언론의 격찬을 받았다. 미국 여성들에게는 ‘여러분과 같은 브랜드를 입는다’는 동질감을 주었다. 지금까지의 퍼스트레이디와는 달리 최고급 디자이너의 의상보다는 타쿤 파니쿤이나 제이슨 우 같은 젊은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하는 것 역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대변한 것이다. 이 패션 아이콘에게 작년 6월 미국 패션디자인협회는 특별 공로상을 수여했다.
민소매 드레스의 자유와 자신감 쌀쌀한 날씨에도 미셸은 산뜻한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처음에는 팔뚝을 훤히 내보인 미셸의 옷차림에 비평도 따랐다. 하지만 돌아보면 재클린 케네디와 낸시 레이건도 남편의 취임 기념 파티에서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유독 미셸의 민소매 차림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그녀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쨌든 대중에게 공개된 그의 탄탄하고 매끈한 팔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구릿빛 팔은 열심히 노력하면 건강과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고, 그 아름다움을 자신 있게 드러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