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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들여다보기] 찰떡 궁합의 비밀
경인년 庚寅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사주와 토정비결을 보고, 혼인을 앞둔 신랑, 신부는 슬며시 궁합도 본다. 그런데 이 궁합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보게 된 것일까? 민속학을 오래 탐구한 국립고궁박물관 정종수 관장이 궁합의 비밀을 들려준다. 사람 관계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궁합의 속내,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궁합은 남녀의 성기를 맞춰보는 것 궁합의 궁 宮이란 남녀의 생식기를 뜻한다. 궁합 宮合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궁과 궁, 즉 남녀의 생식기가 서로 합친다는 뜻이다. 궁합을 거꾸로 말하면 합궁 合宮이 된다. 궁합이란 곧 남녀 간의 섹스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결혼도 하기 전에 궁합을 맞춰보기 위해 잠자리를 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데 살을 맞대고 살아보기 전에는 서로의 궁합을 알 수 없다면 그것도 문제가 아닌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궁합과 사주이다. 다시 말해 살아보기 전에 상대가 이상적인 배필인지 아닌지를 알자는 것이 궁합과 사주의 본래 의도이다.
사주가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라면, 궁합은 혼인할 신랑, 신부의 띠를 오행에 맞추어 길흉을 알아보는 술법이다. 궁합의 기본 원리는 남녀 두 사람의 상생, 상극을 따져서 서로 부족한 것을 메워주는 보완의 관계를 이루자는 것이다.

청혼을 거절하기 위해 핑계로 만든 것이 궁합이다 본래 궁합은 요즘처럼 자신의 운명에 맞는 짝을 찾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청혼을 거절하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궁합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둘의 조건이 맞는다 하더라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해 다 된 혼사가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구한말 유학자 이경근은 이러한 폐단을 막고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지은 <고암가훈 顧菴家訓>에서 궁합의 유래를 이렇게 말했다.
“요새 혼인하는 집에서는 궁합을 가지고 까닭 없이 의심하고 남을 미혹시킨다. 문벌이나 덕행이 비슷하고,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이 모두 어질고 괜찮은데도 궁합이란 것 때문에 서로 서먹하게 여기니 몹시 풍속을 무너뜨리고 인륜을 어그러뜨리는 일이다. 한나라 때부터 흉노가 혼인을 요구할 때 이것을 거절할 핑계가 없어 고민했는데, 당나라 때에도 이러한 폐단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에 여재공 呂才公이 이법(곧 궁합)을 만들어 쓰고, 또 나이를 가지고 음양으로 따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법(폐개년법 閉開年法)을 만들어 천자에게 바쳐 이것을 천하에 발표해, 외국에서 혼인을 요청해 올 때 거절하는 자료로 삼았던 것이다. 실로 이것은 거짓스럽고 허탄한 일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이를 삼가서 속설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 옳다.”
이처럼 궁합은 본래 한나라 때 황제가 오랑캐의 구혼을 거절할 목적으로 지어낸 것이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배필을 맺어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맺지 못하게끔 만들어낸 것이다. 조선 시대 때도 청나라에서 우리나라와 혼인을 하고자 했으나, 궁합이 불길하다는 핑계를 대 거절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궁합이지만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궁합은 심리적인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그것이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껏 한 번도 점을 치지 않은 사람까지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예부터 궁합을 보아온 것은 그래도 보지 않고 결혼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설사 궁합이 나쁜데도 결혼을 했다면 그것을 항상 유념해서 난관을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반면 궁합이 나쁜 것을 빙자해 어려움을 극복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하는 역기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궁합은 어떻게 보나 궁합에는 소위 겉궁합과 속궁합이 있다. 남녀의 띠만으로 보는 것을 겉궁합이라 하고, 태어난 해・월・일・시로 보는 궁합을 속궁합이라 한다. 사주가 곧 속궁합이다. 예를 들어 무슨 생은 무슨 띠와 친하다든가, 서로 앙숙이라든가, 무슨 생 남자는 오행이 금 金이고, 무슨 생 처녀는 오행이 흙(土)이라서 궁합이 좋다는 식이다. 불이 많은 여자는 물이 많은 남자와 만나면 좋다, 또는 나무(木)가 지나치게 많은 여자는 쇠(金)를 가진 남자를 만나서 가지치기를 당하면 좋다, 또 서로 살 煞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식의 궁합을 모두 겉궁합이라 한다.
그렇다면 겉궁합은 어떻게 보는 것일까. 겉궁합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남녀 원진법이 있다. 띠만으로 삼합 三合인지 원진 元嗔인지 가려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다. 삼합이란 서로 돕고 좋은 성격이 드러나고 나쁜 것을 누르고, 하나의 노력으로 둘을 얻을 수 있는 띠와 띠의 만남을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 띠와 삼합이 되는 건 아니다. 반드시 원칙이 있다. 열두 띠를 놓고 볼 때 네 번째마다 만나는 띠가 삼합이다. 나이로 볼 때 삼합은 네 살 터울로 만난다.
혼인을 앞두고 신랑신부의 궁합을 맞춰볼 때는 원진살의 존재 여부를 반드시 살핀다. 만약 원진살이 끼면 혼인을 꺼린다. 원진살이란 삼합과 반대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살로, 이 살이 끼면 싸우거나 헤어지거나 살다가 사별한다. 둘이 노력해야 겨우 하나를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사이다.

쥐띠, 양띠는 상극이고 쥐띠, 원숭이, 용띠는 잘 어울린다
어떤 띠와 어떤 띠가 원진이고 삼합 관계인가. 원진살이 성립되는 열두 띠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쥐(子)와 양(未)은 원진 관계이다. 쥐는 양의 머리에 뿔이 돋은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양의 배설물을 가장 싫어해 몸에 조금만 묻어도 몸이 썩어 들어가고 털이 다 빠져버린다. 그래서 쥐띠와 양띠는 서로 피하고 회피 관계로 원진살이라 꺼린다.
반면 쥐띠와 원숭이띠, 용띠는 서로 돕고 잘 어울리는 삼합 관계이다. 쥐는 원숭이의 재빠른 몸집과 용의 두뇌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모든 띠 중에서도 용띠는 원숭이띠와 가장 잘 맞는다. 원숭이띠는 용띠의 장엄함에 끌려 서로 싸우지 않는다. 또 용띠와 쥐띠의 결합은 용이 강한 반면 쥐는 지혜롭고 기술이 좋아 역시 잘 맞는다.

소띠와 뱀띠, 닭띠 셋은 잘 어울리고, 소띠와 말띠는 상극 소띠와 어울리는 띠로는 뱀띠와 닭띠가 있다. 소는 뱀의 독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뱀의 독은 소의 혈청을 왕성하게 해준다. 소는 닭 울음소리를 좋아해 여물을 먹은 후 되새김하면서 ‘꼬끼오’하고 우는 닭 울음소리에 맞추어 소화를 시키고 쉰다. 소와 닭의 관계가 좋아 시골의 닭둥우리를 외양간 옆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소띠는 뱀띠와 닭띠와 잘 어울린다 하여 사유축 巳酉丑 삼합이라 한다.
그러나 말띠와는 어울리지 않는 원진 관계이다. 소는 말이 자기처럼 죽어라 논밭갈이를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음식만 먹고 밤낮 빈둥거리며 노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마구간과 외양간을 이웃해서 지어주면 서로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서로 눈꼴 사나워 체질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범띠와 개띠, 말띠는 서로 좋고, 닭띠와는 상극 호랑이의 삼합은 개와 말이고, 닭과는 원진 관계이다. 호랑이의 포효와 개의 쇳소리, 말의 울음소리는 서로 화합한다. 반대로 호랑이는 닭이 우는 소리를 싫어하고, 닭 주둥이가 짧은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방위로 볼 때 닭은 서방이고, 서방은 흰색이기 때문에 호랑이는 또한 흰색을 두려워한다. 호랑이는 닭이 훼를 세 번 이상 길게 치고 꼬리를 흔들면 활동을 중지한다. 호랑이는 낮에는 쉬고 주로 밤에 사냥하는 것도 같은 연유이다.

토끼띠와 원숭이띠는 상극이고 돼지띠, 양띠와는 좋다 토끼는 원숭이의 궁둥이를 싫어한다. 자신의 빨간 눈 색깔과 같기 때문이다. 또 토끼는 원숭이의 허리가 굽은 것을 싫어해서 서로 원수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토끼가 사는 곳에 원숭이가 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토끼는 돼지의 분비물 냄새와 힘을 부러워하고, 양의 초연하고 청승스러움을 좋아한다. 또한 토끼의 코가 돼지와 양의 코를 반반씩 닮았으며, 성격도 돼지의 우묵함과 양 뿔의 건방진 자존심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한다. 그 때문에 토끼띠와 돼지띠, 양띠는 잘 조화를 이뤄 삼합이 된다. 내 경우도 나는 양띠고 집사람은 돼지띠로 네 살 터울이 되어 삼합 관계다.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는 서로 상극 반면 용(辰)과 돼지(亥)는 원진 관계이다. 용은 자기 코가 돼지 코를 닮았다고 싫어한다. 또 돼지의 낯짝이 시커멓다고 미워한다. 용은 열두 동물의 형태를 모두 형상화한 동물이다. 그런데 모두 다 잘생긴 모습 중에서 코는 유독 가장 못생긴 돼지 코를 모방해 만들어놓았느니, 용은 돼지 코만 보면 자기 코가 생각나 못 견딘다. 그래서 궁합을 볼 때 용띠와 돼지띠는 서로 꺼린다.
뱀(巳)띠와 개(戌)띠는 서로 맞지 않는다. 뱀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경풍을 일으켜 싫어한다. 특히 뱀은 허물을 벗다가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에 열이 뻗쳐 미처 다 벗어버리지 못하고 죽는다 하여 궁합을 볼 때 뱀띠와 개띠는 서로 꺼린다. 뱀은 사람을 물 때도 개띠를 많이 물고 삼합 관계인 닭띠나 소띠는 거의 물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남녀 간에 삼합이 들면 좋지만, 원진살이 끼면 생이별하거나 사별하거나 헤어진다고 한다. 특히 토끼띠와 원숭이띠는 궁합 가운데 가장 나쁜 원진살로, 불행해지거나 한쪽이 죽는다고 한다

서로 마주 보는 띠는 좋지 않다 원진법과 관련해 띠와 띠끼리의 충돌 유무를 따져 보는 방법이 있다. 충 이란 서로 만나면 충돌한다는 뜻이다. 십이지를 원형으로 배치했을 때 서로 마주 보는 띠가 상충되는 것이다. 원형 도표에서 보듯 자↔오, 축↔미, 인↔신, 묘↔유, 진↔술, 사↔해는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래서 궁합 볼 때 서로 마주 보는 띠는 꺼린다.
과거에는 원진살이 끼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혼인을 했다. 만일 신랑, 신부 될 사람이 원진살이 끼면 살을 걷어내기 위해 굿을 하거나 혼인 자체를 기피했다. 그러나 비록 남녀가 원진 관계라 해도 속궁합만 좋으면 크게 꺼릴 것이 없다고 했다.
겉궁합을 보는 또 다른 방법으로 납음궁합법이 있다. 이는 태어난 해의 간지를 오행으로 보아 상극살을 피하고자 하는 궁합법이다. 즉 무슨 생 남자는 오행(목화토금수)이 무엇이고, 무슨 생 여자는 오행이 무엇이므로 상생, 상극이니 하는 생극 관계를 보아 궁합이 좋고 나쁨을 가리는 방법이다.
나무(木)는 불(火)을 만들고, 불은 흙(土)을 만들고, 흙은 쇠(金)을 만들고, 쇠는 물(水)을 만들고, 물은 나무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상생 相生 관계라 한다. 반면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물을 이기고, 물은 불을 이기고, 불은 쇠를 이기고, 쇠는 나무를 이기기 때문에 서로 상극 相剋 관계를 이루어 나쁘다.
또 같은 오행끼리 만나는 것을 비화 比和라 한다. 즉 금과 금, 목과 목, 수와 수처럼 같은 것끼리 만나는 비화의 경우, 목과 목은 무해무익하며, 토와 토, 수와 수끼리 만나는 것은 상합 相合이라 상생과 마찬가지로 길한 궁합에 속한다.

따라서 납음궁합은 태어난 해의 간지로 오행이 무엇인가를 알면 볼 수 있다. 대개 상생 관계면 궁합이 좋고, 상극을 이루면 나쁜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남자가 쇠(金)고 여자가 나무(木)로 상극 관계를 이루는 경우, 즉 남성이 여성을 극하는 경우는 비록 상극 관계지만 크게 나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남자는 金이고, 여자는 火) 경우는 좋지 않게 여긴다.
이 외에도 겉궁합을 보는 방식에는 12지와 관련하여 남녀궁합두미법 男女宮合頭尾法과 합혼개폐법구기合婚開閉法拘忌 등이 있다. 남녀궁합두미법이란 열두 띠 동물을 머리와 꼬리로 나누어 궁합을 보는 법으로, 용・뱀・말・원숭이・소띠 등은 머리 격에 해당되고, 호랑이・토끼・ 양・닭・개・돼지띠 등은 꼬리 격에 해당된다. 남녀가 모두 머리 격에 해당되면 평범하고, 반대로 둘 다 꼬리 격이면 순탄하다. 또 남자가 머리이고 여자가 꼬리면 화합을 이루고, 반대로 남자가 꼬리이고 여자가 머리에 해당되면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 합혼개폐법구기는 예를 들어 인신기해생은 21・25・28세에 운이 크게 열리고, 23・26・29세에는 반쯤 열리고, 24・27・30세는 닫힌다는 식으로, 여자의 띠에 따라 배우자를 맞을 적합한 나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궁합법은 중국 한나라 때 외적인 흉노족의 청혼을 막기 위해 여재공이 지어 천자께 바친다는 것이 후세에 전해진 습속이다. 비록 태어난 해의 띠로 보는 겉궁합이 나쁠지라도 태어난 날의 일진과 태어난 시로 보는 속궁합이 괜찮으면 부부의 인연을 맺어도 된다. 따라서 궁합은 겉궁합보다 속궁합이 더 중요하다. 

(왼쪽) 원형으로 배치한 12지 도표로, 서로 마주 보는 띠는 상충되어 좋지 않다.

지금은 행해지지 않는 옛것이라 하기엔 너무 귀중한 전통문화의 정신을 옛이야기 들려주듯 자분자분 풀어내는 정종수 관장. 국립춘천박물관 관장,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을 거쳐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기까지 30년 동안 현장을 뛰며 기록을 채집해왔다. 그 땀내 나는 기록은 <사람의 한평생> <계룡산> <풍수로 보는 우리 문화 이야기> 등으로 엮여 나왔다.


그림 이미지 제공 유혜영 캘리그래피 강병인 


글 정종수(국립고궁박물관 관장) | 담당 최혜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