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 장수 가족의 비밀
단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하늘이 준 명을 다 누리며 사는 것, 인간이 꿈꾸는 장수입니다. 행복하게 장수하려면 이 기사를 꼼꼼히 살피세요. 5대가 건강하게 정답게 사는 제주도의 가족, 여든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에서 일하는 사업가 할머니 가족 이야기까지 한 줄 한 줄 장수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박희섭, ‘자연에 따라서’, 192×60cm, 캔버스에 염료・안료・자개, 2009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여섯 가지만 지켜라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럼에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건 모든 이의 꿈과 욕망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79세였으나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고, 100세까지 사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나는 세계적 장수 마을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그루지야의 코카서스, 중국의 바마와 루가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일본의 오키나와 등을 방문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밀을 알아보았다.

장수 마을에서 찾은 첫 번째 장수 비결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에콰도르의 장수 마을 빌카밤바를 찾았을 때 106세의 아고스틴 할아버지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친절하고 다정다감했다. 그의 건강 비결은 텃밭을 일구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욕심을 버리고 낙천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남부에 있는 바마 마을의 최고령자는 110세 황부신 할아버지였다. 그에게서는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를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장애자가 된 아들(78세)을 돌보며 사는 할아버지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에게 이야기세끼 밥을 해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걸로 보아 근심, 걱정은 저 멀리 두고 살아온 것 같았다.

셋째, 그들은 절제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는데도 100세까지 살고 있다는 부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에게 “건강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와인 한 잔 마시자”며 냉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며, 매일 레드 와인을 마신다고 했다. 하지만 와인이 몸에 좋다고 해서 매일 취하도록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란다. 하루에 한 잔씩 5일에 한 병 정도 마신다는 것. 할아버지 부부의 절제하는 모습에서 건강의 비밀을 읽을 수 있었다.

넷째, 장수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국의 장수 마을 루가오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생활 습관과 자녀들의 효 孝 덕분이라고 했다. 노인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루가오에서는 효를 매우 중시했다. 대부분 며느리나 손자며느리가 노인들을 극진히 돌보고 있었다. 불가리아의 로도피 산맥에 살고 있는 108세의 큐르타 할머니는 막내딸인 데밀리얀(74세)이 모시고 있었다. 딸 데밀리얀은 아이를 돌보듯 할머니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었다. 딸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졌고 가족의 도움 없이는 108세까지 장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 장수하기 위해서는 함께 즐기며 살아야 한다. 오키나와에는 우리의 계와 비슷한 ‘모아이’라는 모임이 있다. 모아이는 옛날 사탕수수밭에서 일할 때 한 가족이 자기 집안일을 다 하기엔 너무 벅차 이웃이 품앗이를 하면서 생겨난 모임이다. 농사일을 함께 하고 일이 끝나면 함께 먹고 즐긴다.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더한 모임이다.

여섯째, 가공식품을 피하고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먹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었다. 깊은 산속의 척박한 땅에서 살다 보니 먹을 것이 귀해서 아껴 먹을 수밖에 없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해야만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자신들이 재배한 곡물과 채소, 양식을 하지 않고 깊은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식품을 먹고 있다. 도정하지 않은 곡물, 과일과 채소 등 거친 음식을 먹다 보니 식이 섬유와 생리 활성 물질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장수 마을 10곳 중 어느 한 곳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의 장수 마을은 해발 1500~2000m에 위치해 있어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살아왔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그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곡물과 채소 등 자연적으로 자란 식품을 도정하지 않고 거친 상태 그대로 먹었다. 또 깊은 산속의 척박한 땅에서 살다 보니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아껴 먹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소식을 해왔다. 그리고 직접 몸을 움직여 일을 해야만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방법을 통해 그들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그들처럼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살 수 없다. 잠시 동안 장수 마을에 들러 구경하는 것은 몰라도 그곳으로 이주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살펴보면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령임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장수 노인들은 하나같이 과욕하지 않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레드 와인이 몸에 좋다고 해 과음하지 않았다. 채식이 좋다 하여 채소와 과일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고기도 먹었다. 그리고 절대로 욕심을 내지 않았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바로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선 우리도 그들의 지혜를 배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철에 나오는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 가공식품을 피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좋은 먹을거리로 소식하며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마을처럼 좋지는 않지만, 우리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들 못지않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원종(강릉대학교 식품과학과 교수)

취재 최혜경 기자, 김현정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