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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안도 다다오 빛, 물, 콘크리트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다

1 휘닉스 아일랜드 내 글라스 하우스. 이 건물은 안도 다다오의 한국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는 간삼파트너스와의 협력으로 완성되었다. 건물 앞으로 해맞이 광장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말한다. “훌륭한 건축의 조건은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입니다. 섭지코지는 최상의 건축을 완성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땅입니다.” 그가 돌, 여자, 바람이 많은 섬 제주도에 물, 빛, 콘크리트를 소재로 건축물을 지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행지에 자신의 건축을 규정짓는 세 가지 요소를 담아낸 것이다. 2008년 6월 이것이 완성되자 건축계의 시선이 제주도 섭지코지로 몰렸다.
1995년 건축계의 공로상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 대학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행’이란 경험 때문이었다. 1941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4세에 목수 일을 시작하면서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1962년부터 1969년까지 프로 복서로 활동하며 번 돈으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혼자서 건축을 공부했다. 여행 중 보게 된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빠져들어 그의 기하학 구조를 연구하며 건축의 기본을 닦았다.


2 목수로 시작해 복서로 돈을 벌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


3 오사카 이바라키의 빛의 교회. 그는 빛이 만들어낸 십자가와 노출 콘크리트로 세계적인 건축물을 남겼다.
4 아와지 섬의 물의 절. 연못 사이의 계단을 통해 연못 아래의 법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안도 다다오는 자서전 <건축에서 꿈을 꾸다>에서 “여행이 사람을 만든다. 건축이란 실제로 현지를 방문해 오감으로 그 공간을 직접 체험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좋은 건축물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좋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69년 그는 건축 연구소를 설립했고 1979년 오사카에 ‘스미요시 연립 주택’을 지어 일본 건축학회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의 건축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87년부터는 약 10년간 예일・컬럼비아・하버드 대학교 객원 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도쿄대학교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로 복서로 생계를 유지했던 어려운 시절에도 건축가의 꿈을 키워온 그는 당시의 힘겨움과 고독을 건축에 담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연에 의한, 자연을 위한 건축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섭지코지는 협지(좁은 땅)라는 뜻의 ‘섭지’와 돌출된 해안선을 의미하는 곶의 ‘코지’를 합친 제주 방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곳에 종합 해양 리조트 ‘휘닉스 아일랜드’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글라스 하우스 Glass House’와 ‘지니어스 로사이 Genius Loci’가 있다.
글라스 하우스는 일출을 바라볼 수 있게 정동향으로 지은 레스토랑이다. 건물은 두 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단층의 콘크리트 볼륨에 V자 형태의 유리 상자를 얹어놓은 듯한 형태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치 하늘로 들어가는 문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하늘로 이어주는 바람의 통로’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의 지니어스 로사이는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면서 명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망에 초점을 두고 설계했다. 대자연과 어우러져 마음의 정화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길게 이어진 램프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건물 가장 아래층인 지하 1층에 도달하고, 세 개의 전시실로 나뉜 갤러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제주도의 자연과 시간을 테마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온갖 고민과 모든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드넓은 풍경을 한껏 끌어안은 지니어스 로사이는 제주도의 햇살, 바다를 그대로 품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단순히 몸과 마음이 즐거운 곳을 넘어 정신의 자유를 구현하는 휘닉스 아일랜드를 만든다.


1 휘닉스 아일랜드 글라스 하우스의 모습.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다.


2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뮤지엄. 30년간 방치되어 있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세관 건물을 미술관으로 레노베이션했다.

잔잔하지만 선명한 건축의 힘 그의 건축은 ‘물과 빛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의 건축’이다. 유리와 콘크리트에 빛과 물을 끌어들이고,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해 숭고한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정해진 콘셉트로 규정하기보다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이들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바로 꿈을 꾼다는 것이다. 빛은 곧 꿈이며 그 꿈을 반영하는 것이 물이다. 나는 그 꿈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이를 건축물에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 물은 얕고 잔잔하며, 빛은 선명하고 강하다. 그가 건축에서 ‘흐르듯 흐르지 않는’이라고 표현한 물은 인위적인 틀 안에 갇힌 물이 아니라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일본 전통 건축에서 물은 건축물 둘레를 깊게 에워싸고 외부의 침략을 차단하고 위엄을 강조하는 장치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얕고 잔잔히 흐르는 물로 건축물과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했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로 ‘물의 교회’가 있다. 홋카이도의 외딴 산악 지역 도마무에 위치한 이 교회는 1988년 일본 호시노 그룹에서 운영하는 리조트의 부속 건물로 지은 것이다.


3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유리와 콘크리트 박스, 물이 만나 이룬 건축물이다.

명칭은 교회지만 예배를 열지는 않고, 주로 결혼식장으로 사용한다. 건물 앞에 있는, 자갈이 깔린 수심 20cm의 연못 물은 주변 개울로 흐르게끔 설계해 항상 잔잔한 물살이 인다. 또 다른 요소인 빛은 산란, 반사, 직사, 투과의 과정을 거쳐 시시각각 다른 표정으로 드러난다. 안도 다다오는 빛을 이용해 자신의 건축에서 어둠과 밝음을 강하게 대비시키며 극적인 요소를 끌어낸다. 그러나 어떤 건축에서는 강렬한 음영 대비보다는 흐르고 스미는 빛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빛은 자연을 건축 속에 끌어들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은 공간을 채우기도 하고 벽면을 채우기도 하며 공간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오사카 북부 이바라키 현에 있는 ‘빛의 교회’는 빛을 이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주변 조경과 어우러진 두 개의 작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한 외벽은 십자가 형태의 틈새로 빛이 들어오게 해 빛으로 벽면을 장식했다. 빛을 주인공으로 기하학적 공간에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로 단순하지만 드라마틱한 공간을 구현했다.


4 홋카이도 도마무에 있는 물의 교회. 천국의 이미지를 담아낸 교회 예배당에 두꺼운 벽 대신 글라스 월을 설치해 외부 전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5 도쿄 미드타운 내의 21_21 디자인 사이트. 넓은 녹지를 파고드는 건축물을 남겼다. 디자인 전문 미술관으로 내부에서는 강한 음양의 대비를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노출 콘크리트는 그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을 만족시키는 소재다. 그가 처음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은 큰 공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것과 모더니즘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구현한 콘크리트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어 작은 숲이나 연못도 찾아보기 힘든 포트워스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운다고 했을 때 많은 건축가들이 황폐화가 심화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다섯 개의 직사각형 이중 콘크리트 상자를 유리로 둘러싸고 넓은 정원을 만들어 풍부한 녹지와 물을 끌어들였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는 항상 빛, 바람, 나무, 하늘 등의 자연이 긴밀하게 연결된다. 편의 기능이 두드러진 건축물보다 주변 환경을 충분히 탐색하며 건축과 자연의 조화부터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은 자연과 동떨어져 두드러지는 법이 없다. 오히려 건축물을 최대한 낮추어 자연 속에서, 또 그 주변 환경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게 한다. 그러한 공간은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건축을 기능으로부터 최대한 해방시키려고 노력한다. 건축물의 오브제적인 속성과 공간의 기능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 덕분에 건축물은 매력적인 특징을 갖는 것이다.” 건축의 매력은 생활 속에서 온몸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건축가는 공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안도 다다오는 빛과 물이 빚어내는 극적인 감동으로 건축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6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순수 기하학 형태를 선호하는 그의 취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곳
빛의 교회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많은 간사이 지방에 있다. JR 이바라키 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문의 +81 (0)72-627-0071
도쿄 오모테산도 힐스 도쿄 명품 쇼핑의 중심가 오모테산도에 지은 복합 쇼핑몰이다. 경사면을 따라 일본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세계적인 패션 및 리빙 브랜드 숍이 늘어서있다. www.omotesandohills.com
도쿄 미드타운 내 21_21 디자인 사이트 롯본기 힐스와 이웃한 미드타운은 지난 2007년 완공된 주상 복합 단지다. 그 안에 디자인 갤러리 ‘21_21 디자인 사이트’가 있다. 안도 다다오가 건물을 설계하고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와 두 명의 디자이너가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www.2121designsight.jp
뉴욕의 모리모토 레스토랑 일본의 요리 명인 마사하루 모리모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일본 대표 요리사와 건축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다. www.morimotonyc.com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