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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있는 테일러링 슈트의 부활 그 남자의 훌륭한 슈트
<위대한 개츠비>를 쓴 미국의 단편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신사의 옷은 남자가 가져야 하는, 그리고 대대로 계승되어야 하는 힘의 상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럼 남자의 힘을 상징하는 ‘신사의 옷’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지. 아마도 남자를 가장 남자답게 하는 슈트가 아닐까. 제대로 된 슈트를 입으면 어떤 남자라도 근사하고 섹시해지니.
누가 뭐래도 중후한 클래식 슈트
이번 가을에는 남자들의 옷차림이 참으로 단정해졌다. 일명 ‘미니멀리즘’ 이라 불리는 패션 스타일이 여자는 물론 남자들의 옷차림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해 화려한 디테일은 온데간데없고 매끄러운 재단을 뽐내는 정직한 슈트만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혹시 보디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슈트라고 하니 최근에 가장 주목받았던, 몸에 딱 달라붙어 감히 엄두도 안 나던 ‘예쁘지만 너무나 작은 슈트’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는가? 안심하시라. 이번 시즌 슈트는 두 가지 방향으로 유행하고 있어서 자신의 기호와 몸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으니. 일단 젊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원한다면 지난 몇 시즌 동안 열광했던 ‘디올 옴므’와 ‘버버리 프로섬’ 등의 ‘예쁜 슈트’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조금 더 중후해진 ‘클래식 슈트’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 옛날 무성영화 속 주인공처럼 고독과 낭만을 아는 신사의 몸을 감싸던 바로 그 ‘클래식 슈트’를. 굳이 유행이 아니라 해도 정통 클래식 슈트를 마련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잘빠진 슈트만큼 남자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아이템은 없으니 말이다.

기품 있는 테일러링 ‘보디 컨디셔스 실루엣’
슬림화 바람은 여전하지만, 지금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보디 컨디셔스 실루엣’의 테일러링 슈트다.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재단 실력을 마음껏 뽐내면서 전체적으로 기품 있는 슈트를 많이 선보였는데 이것이 곧 트렌드로 연결된 것이다. 더군다나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축소되어 재킷의 라펠과 셔츠 칼라 등이 모두 좁아졌기에 슈트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테일러링에 맡겨진 것. 즉 멋진 ‘재단’은 슈트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인 셈이다. 이런 경향에 발맞추어 기품과 예의를 갖추는 귀족적인 스타일의 ‘스리 피스 슈트 세트업’(베스트까지 갖춰 입는 것을 의미)까지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자들이 슈트 안에 베스트를 입는 것은 1930~4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고전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그때의 슈트 스타일링이 훨씬 남자답고 품위가 느껴지는 것까지는 좋은데 스리 피스는 활동이 불편하고 자칫 올드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베스트까지도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슈트와 베스트 모두 미니멀해져 둔탁한 느낌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부담스럽게 몸을 죄는 것이 아닌, 부드러운 실루엣을 살려 활동성을 보완하고 젊은 층이 가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무드를 위해 라펠은 보다 짧아지고 어깨는 남성적인 각을 살려 이전보다 조금 높아졌다. 버튼은 투 버튼 또는 스리 버튼의 싱글 브레스티드와 더블 브레스티드가 나란히 시선을 끈다. 실루엣 역시 우아해졌다. 특유의 귀족적이고 중후한 멋을 잃지 않기 위해 조여줄 곳은 적당히 조여주고 넉넉하게 풀어줄 곳은 편안한 입체감으로 그 맛을 살리고 있기에. 이런 실루엣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제냐 등의 이탈리아 브랜드뿐 아니라 마에스트로의 마스터피스 제로 라인이나 TNGT의 퍼플 라인 등 국내 브랜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튼 라인이 두 겹인 더블 브래스티드 슈트도 시도해볼 만한 아이템이다. 글렌체크 패턴 등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더한 더블 브래스티드 슈트를 입을 때는 피크 라펠로 처리한 것을 선택하면 올드한 느낌을 피할 수 있다. 슈트의 클래식한 멋을 제대로 살려주기 위해 셔츠는 솔리드 화이트 셔츠나 칼라에 금속 핀이 있어 노타이 연출이 가능한 핀턱pin tuck 칼라 셔츠 등이 좋다. 절제된 절개 디테일이 들어간 셔츠를 모노톤의 슈트와 매치했을 때 감칠맛 나는 슈트의 멋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타이도 솔리드나 실버, 그리고 투톤 솔리드(마이크로한 느낌을 주는)의 깔끔한 타이가 적당하다. 또한 마에스트로나 닥스 등의 브랜드에서는 ‘내로 타이narrow tie’(폭이 6~7cm 정도로 좁은 타이)를 선보이는 것을 보면 폭이 좁은 타이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 슈트의 스타일링은 다분히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이 슈트로 인해 중후한 멋과 남성적인 터프함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던 남자들이 더 환호할지, 적당한 품위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진짜 신사’를 그리워하던 여자들이 더 환호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클래식한 슈트의 부활이 정말 반갑다.

우아하고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울·플란넬 소재 정통 테일러링 슈트의 멋을 위해 이번 시즌 슈트의 소재는 대부분 울과 플란넬, 실크 등이 사용되고 있다. 울 소재의 경우, 볼륨감이 느껴지고 보온성을 높인 기모 가공을 한 소재의 사용이 늘어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실크는 광택감이 한층 더해졌으며 새틴처럼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태피터(taffeta, 광택이 있는 얇은 실크) 소재가 라펠이나 재킷의 안감, 포켓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패턴 면에서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솔리드 패턴이 유행한다. 패턴이 있더라도 원단 조직 자체에 변화를 준 스트라이프나 아주 촘촘한 간격의 스트라이프 등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은은한 느낌의 패턴이 증가했다. 또한 지난 가을·겨울 시즌의 트렌드였던 브리티시풍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 재킷뿐 아니라 슈트에서도 글렌체크나 브랜드 고유의 하우스체크 등 체크 패턴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다소 지루해진 패션에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평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아이템을 고르면 좋을 듯.

 
죽으나 사나 맨 인 블랙 이번 컬렉션을 지켜본 누군가는 아무래도 지구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다. 외계인을 소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영화 속 요원이 온통 블랙을 입은 것에 빗대어 한 말인데 이번 시즌 컬렉션을 살펴보면 그의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슈트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블랙 슈트’에 집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블랙의 독무대였다. 물론 드문드문 모노톤의 그레이 슈트가 등장하여 세련된 그레이 컬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는 했지만(간혹 톤다운된 파스텔 컬러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인상 깊은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블랙의 유행은 남자들에게,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꽤나 행복한 소식일 것이다. 컬러 셔츠와 타이 매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시크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니. 하지만 올 가을 한 벌의 슈트를 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단연코 ‘차콜 그레이 슈트’를 추천하고 싶다. 아무리 블랙 슈트가 유행하고 있다고 해도 그야말로 고상하고 세련된 그레이 컬러를 외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레이 컬러는 회사는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과 화려한 파티 등 모든 행사에 적당히 어울린다는 커다란 장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울 소재의 밝은 그레이부터 짙은 그레이에 이르는 다양한 회색 톤의 슈트를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이고 있다. 그러니 이번 시즌에는 그레이 슈트를 중심으로 고상한 스타일링에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다크 그레이 슈트에 화이트나 블랙 등의 모노톤 셔츠를 입고, 절제된 디테일이 들어간 내로 타이와 고상한 포켓치프, 여기에 윙팁 슈즈를 함께 매치한다면 이번 시즌 유행을 제대로 연출할 수 있다.


남자를 돋보이게 하는 슈트의 법칙
잘 맞는 슈트를 선택하려면 어깨와 가슴, 소매 둘레, 옷 길이 등을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상의의 적당한 어깨 너비는 어깨 끝에서 바닥으로 수직선을 그었을 때 팔이 선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또 단추를 채웠을 때 가슴 부위가 앞단추와 가슴이 맞닿은 부분을 앞으로 당겨서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하며, 단추를 채운 채 앉아도 불편이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소매 둘레다. 소매 둘레가 좁으면 겨드랑이가 꼭 맞아서 입을 때 불편할 뿐만 아니라 활동적이지 못하다. 반대로 소매 둘레가 넓을 때에는 팔을 높이 들기가 어려워진다. 상의 길이는 원래 엉덩이 부위의 굴곡을 가릴 만큼 길어야 한다. 그러나 이만큼 길게 입지 않는 이유는 상의가 짧을수록 다리가 길어 보이기 때문이다. 상의의 길이는 늘이거나 줄이는 일이 없도록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길이를 2.5~5cm(1~2인치) 이상 늘이거나 줄이면 주머니의 위치가 균형을 잃게 되므로 무리하게 늘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또 앞기장이 뒷기장보다 1.5cm(1/2인치) 정도 긴 것이 멋스럽다. 이 세 가지를 다 살펴서 옷을 골랐다면 그 다음에는 평소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 지갑, 자동차 키, 담배 같은 것을 넣어본다. 이때 주머니가 불룩해지지 않으면서 이런 소지품이 다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1 라펠
라펠은 튜닉tunic(군인, 경찰관이 제복으로 입는 몸에 붙는 짧은 상의)의 높은 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맨 윗단추를 잠그지 않고 펼쳐 입은 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라펠을 보면 단춧구멍과 같은 표시가 있다. 라펠의 폭은 시즌 트렌드를 가장 강하게 반영한다. 라펠의 폭에 따라 셔츠의 칼라 모양과 타이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노치트 라펠notched lapel. 노치트 라펠의 폭은 보통 상의의 가슴 너비의 반보다 조금 작다.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에는 노치트 라펠이 원칙이다. 반면 피크트 라펠peaked lapel은 디너 재킷을 제외하고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단추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의 단추는 19세기 말 세 개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에는 잠시 한 개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싱글의 경우 보통 투 버튼 슈트가 가장 보편적이다. 최근에는 복고풍의 영향으로 스리 버튼 슈트가 다시 등장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가장 일반적인 투 버튼 슈트의 경우 윗단추만 채워 입는데 슈트의 실루엣에서 균형 잡힌 매무새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아랫단추는 절대 채우지 않는다. 반면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는 아랫단추나 윗단추 하나만을 채운다. 아랫단추만 채우는 방식은 윈저 공의 동생인 켄트 공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를 입을 때 웨이스트 버튼을 채우지 않아 상의가 길어 보이도록 했는데 그의 우아한 센스를 옷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모방했다.

3 벤트
벤트vent는 군인들이 말을 쉽게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상의의 뒤트임을 의미한다. 맵시도 맵시려니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기 쉽게 해준다.

더블 벤티드 스타일Double Vented Style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보디라인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걸어갈 때 상의가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게 되어 좀 더 매력적인 실루엣을 연출하게 되는 것은 물론, 크고 말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편리할 때가 많다. 앉거나 손을 넣을 때 옷이 구겨지지 않도록 하고 앉을 때 엉덩이를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싱글 벤티드 스타일Single Vented Style 가운데 트임 스타일은 보디라인이 부드러워 보이게 한다. 등 쪽에서 벤트가 벌어져 때로는 벨트나 셔츠, 엉덩이 부위가 보이기도 하지만, 바지 주머니에 쉽게 손을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싱글 벤트는 배가 나오거나 엉덩이가 큰 사람에게 적당하다.

노 벤티드 스타일No Vented Style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슈트에 벤트가 아예 없다. 시크한 멋이 있어 모던한 시티 룩에 제격이다.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앉을 때 상의에 주름이 생기지만 모양 자체로는
가장 완벽하고 깔끔해 보인다.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혹시 지나치게 패셔너블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를 꺼리고 있다면 이번 시즌에 그 고정관념을 떨쳐버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더블 슈트는 아무런 액세서리 없이도 남자를 우아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또 높은 피크트 라펠이 어깨와 가슴을 강조하여 당당한 남성미를 뽐낼 수도 있다. 물론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더블 슈트를 입었다면 서 있을 때 반드시 단추를 채우도록 한다. 단, 아랫단추나 가운데 단추 중 하나만을 채운다. 아랫단추만 채우면 라펠의 연속선이 길어져 키가 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키가 작은 사람은 이렇게 입는 것이 좋다. 반면 가운데 단추를 채우면 시선을 분산시켜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보일 수 있으므로 키 큰 사람에게 적당하다.

정혜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