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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한복을 사랑하는가 한복 디자이너가 말하는 한복 예찬
한복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한복을 사랑하는가? 그들이 지어내는 한복은 분명 같은 이름임에도 다른 모습으로 날개를 단다. 그들이 말하는 한복의 매력은 과연 무엇인지. 한복 디자이너가 말하는 한복 예찬이 시작된다.


전통한복 김영석 한.복.은.색.감.이.다.
" 여인의 손에 끼워진 고운 옥가락지를 닮기도 하였고. 분홍빛 탐스러운 복숭아 같기도 하다. 그도 아니면 고매한 선비의 먹물을 풀었다고 해야 하나. 한복에 드리워진 고운 색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난 듯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 한복의 매력은 아무래도 색에 있는 듯 싶다. 날아갈 듯 가벼운 나비, 청초하게 핀 들꽃, 짙푸른 바다와 황금빛 들판…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색의 주인이 되고 우리를 빛나게 하는 한복이 된다. 한복의 색이 이토록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박한 일상과 눈부신 자연의 색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옷, 그것이 바로 한복이다."

심플하게만 보이는 남자 한복은 바느질이나 디테일에 섬세한 공을 들였을 때 제대로 멋이 나는 어려운 옷이다. 고운 빛깔로 공들여 지은 남자 한복을 위해 디자이너 김영석이 직접 모델로 나섰다. 왼쪽부터. 분홍 모시 두루마기와 적색 대대의 고급스러운 조화에 망태, 합죽선, 갓신이 어우러졌다. 연둣빛 모시 도포와 술이 긴 대대 그리고 수정 갓끈으로 한껏 멋을 냈다. 노란 돋보기로 포인트를 준 소색 모시 바지, 저고리와 연둣빛 조끼의 편안함. 조선 중기 스타일의 하늘빛 항라 도포는 그야말로 그 시대 멋쟁이들을 위한 옷이었을 듯싶다. 장소는 현대적인 갤러리 LM이다.


담연 이혜순 한.복.은.사.계.절.이.다
“한복은 변화무쌍한 우리네 사계절을 꼭 닮았다. 다 같은 봄이라고 해도 해마다 그 맛이 다르기에 매년 다가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기다려지는 것처럼 한복 역시 같은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기에 늘 가슴이 설렌다. 이번에는 같은 색을 이용해 연출한 우리의 사계절이다. 다 같은 먹색이지만 하나같이 그 맛이 다르지 않은가. 봄은 날아갈 듯한 소녀와 같고, 여름은 시원한 그늘과 같으며 가을은 우수에 찬 낙엽과 같고 겨울은 위풍당당한 삭풍과 같다. 이렇듯 만드는 이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지녔기에 나는 오늘도 한복을 사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한복의 모습을 먹색이라는 동일한 색감과 다양한 소재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모란꽃 문양의 모본단(모란단)으로 연출한 겨울 이미지에는 대삼작 노리개를 달았다. 구름 모양의 운문사로 표현한 가을 이미지에는 옥비녀를 뒤꽂이로 활용했다, 생명주 소재로 지은 봄 이미지에는 꽃이 소복이 달린 브로치 형태의 뒤꽂이로 화사함을 더했다. 얇은 명주 소재로 그려낸 여름 이미지에는 시원스러운 옥 쌍가락지를 더했다. 디자이너 이혜순은 소색 저고리와 먹색 치마로 여름 이미지를 입었다.


꼬세르 배영진 한.복.은.형.태.다
"한복은 아름다운 입체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풍성한 듯 보이나 둔중하지 않고, 화려한 듯 보이나 요란하지 않은 맛을 낸다. 한복 치마의 풍성한 주름과 저고리의 간결한 실루엣만 보더라도 우리 한복이 가진 형태감이 얼마나 세련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최대한 장식을 자제한 요즘 유행에 접목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술 더 떠 요즘 트렌드보다 훨씬 진보적인 형태감을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우리의 전통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형태의 한복이다. 그래서 한복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다. 한복이 가진 다양한 형태감이 어떤 도전도 가능하게 하고 또 어떤 도전도 즐거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니 말이다. "

디자이너 배영진은 한복의 아름다운 색과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젊고 모던하게 표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윗 부분은 새틴으로, 스커트 부분은 시폰으로 구성된 호박색 주름 원피스에는 볼 모양으로 엮어 만든 금 목걸이와 뱀피 오픈 토 슈즈를 조화시켰다. 가슴 부분이 브이 자로 깊게 파인 블랙 미니 드레스는 허리선을 장식한 커다란 적색 리본이 포인트다. 붉은 색 메리제인 슈즈와 블랙&화이트의 원석 목걸이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에나멜 슈즈는 더슈, 목걸이는 레쿠 제품이다.


Designed by Kim Se Jung 김세정 한.복.은.선.이.다
"누구나 처음 보는 것에 어색한 마음이 생기듯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복의 다양한 모습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을 두려워한다면 한복은 더 이상의 변화를 꿈꾸지 못할지 모른다. 사실 한복은 다른 옷들과 달리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많다. 이유는 한복이 가진 다양하고도 수려한 선에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복은 곡선과 직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옷이다. 그래서 한복은 수줍은 듯하면서 당당하고, 풍성하게 보이면서도 결코 부하지 않은 맛이 있다. 때문에 한복을 모티프로 한 옷은 대부분 순수하면서도 섹시하고, 소박하면서도 화려하다. 그래서 나는 한복을 사랑한다. 여자가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곡선을 바라보면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오듯, 한복 역시 어떤 각도에서든 섬세하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 .

전통 의상의 선을 살려 디자인된 미니멀한 드레스들. 한복 말기의 디테일과 손주름, 가느다란 끈으로 여며 입는 한복 치마의 이미지를 모던하게 재현했다. 화이트 실크 오간자, 새틴 실크, 그레이 배색 등 의상에 사용된 소재는 전반적으로 모두 100% 실크 소재이나 중앙에 자리 잡은 디자이너 김세정의 베이지 드레스에는 소량의 합성섬유가 사용되었다. 핑크를 비롯한 다양한 컬러의 플랫 슈즈는 프렌치 솔 제품. 김세정의 목에 걸린 크리스털 프린지 목걸이를 비롯한 액세서리들은 모두 스와로브스키 제품이다.

정혜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