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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패션 파티를 위한 패션 공식
모임과 파티가 잦은 연말연시. 누가 모이는 어떤 자리인가에 따라 패션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각계각층의 패션 고수 7인이 말하는 파티 룩 노하우를 참고하길.

해외 문화 행사 룩, Sunny Sutton
스위스 기업 CEO이자 호주인 남편의 배우자로 살아오면서 유럽 대사관이나 스위스 기업 초청 행사에 갈 일이 많다. 오늘 준비한 의상은 매년 11월에 열리는 호주 멜버른 컵 채러티 파티를 위한 옷. 영국의 더비 컵처럼 호주의 전통 있는 문화 행사로, 멜버른 컵이 열리는 시각에 모여 경마 경기를 보는데, 이때 서머 드레스업에 모자가 포인트다. 그 밖에 대사관 오프닝이나 대사 부인 모임 등에 갈 때는 격식을 차리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게 정장 캐주얼을 입는다. 쇼핑도 자주 하지만 어머니의 오래된 옷들을 리폼해서 입는 걸 좋아한다. 블랙 점프슈트는 구찌, 시계는 오메가 제품이고, 모자는 어느 자선 바자회에서 구입한 것이다.

매우 회화적인 이 작품은 이번 달 <행복> 표지작인 사진작가 정창기의 '쿠튀르 가든' 시리즈 중 하나다. 탐스러운 핑크빛 포도, 꽃, 나비, 브로치, 푸른 깃털 같은 화려한 오브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매우 탐미적이다. ‘My Fair Lady’, oil pigment print, 80×120cm, 2017

공연계 모임 룩, 박미희 ‘유니티컬쳐’ 대표
나 역시 피아노를 치던 사람이고, 공연계 사람들은 무대에 서는 게 직업이다 보니 비교적 화려한 의상에 익숙하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튀는 의상일지 몰라도, 그저 자기 색깔을 표현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특히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이 쉽게 시도하지 않을 법한 강렬하고 대담한 색상을 포인트로 선택하고, 이를 매력적으로 연출하려고 노력한다. 피아노 연습을 하다 보니 네일 아트를 잘 하지 않는데, 볼드한 반지로 시선을 끄는 게 전략이다.멋진 의상이 나를 멋진 곳으로 이끈다고 생각하기에, 화려한 의상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골드 드레스는 지난해 방콕 여행 중에 구입했고, 볼드한 팔찌는 불가리 제품이다.

갤러리 오프닝 파티 룩, 박민성 ‘드레’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로서 일부러 미술계 행사를 즐겨 찾는 편이다. 이 작품이 왜 나왔는지, 이 그림은 왜 슬프게 느껴지는지 그런 이야기에서 디자이너로서 많은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갤러리 행사를 갈 때엔 암묵적 규칙이 있는데, 화려한 의상은 피해야 한다. 작품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올 블랙이거나 무채색 의상을 입고, 공예적 액세서리를 매치한다. 단순히 어떤 브랜드의 제품보다 어느 작가의 작품인 오브제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실내에서 진행하기에 가볍게 입는다.브로치는 율려 이혜숙 선생님의 산호 작품이고, 가방은 서양화가 김종학 선생님이 에르메스 가방에 직접 박꽃을 그려주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다.

위 작품은 사진작가 정현목이 정물화 기법을 모티프로 작업한 것.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현재 동 대학원에서 사진학 박사과정 중인 그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현상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의미를 관찰하며, 이를 서양 회화의 양식을 빌려 표현한다. ‘Still of Snob’, pigment print, 120×85.7cm, 2011

패션계 파티 룩, 박만현 스타일리스트
촘촘한 핀스트라이프 대신 1.5cm 굵기의 스트라이프 슈트를 즐겨 입는다. 우선 좀 더 슬림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고, 또 스트라이프 슈트는 어느 자리에서도 과하지 않은 화려함과 정중함을 표현해주기 때문. 여기에 클래식 무드를 더하고 싶으면 보타이를 매치하고, 드레스 코드가 레드이면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패션계 모임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정장에도 드레스 슈즈보다는 슬립온이나 컨버스 슈즈를 매치한다. 포멀한 슈트 룩에는 3:7이나 2:8 가르마를 해서 포마드를 바르면 한층 더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슈트는 리스, 보타이는 랑방, 슬립온은 제냐, 안경은 드므엔 제품이다.

여성 CEO 모임 룩, 강희재 ‘업타운걸’ 대표
파티에 갈 때 내가 최고가 될 거야 라는 식의 마음은 일단 내려놓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입는다. 무엇보다 내가 어색하거나 어딘가 조여서 불편한 옷은 피하는 편. 또 골프에서도 힘 빼는 게 중요한 것처럼 룩에서도 어딘가 덜어내거나 클래식과 캐주얼을 섞는 걸 좋아한다. 여성 CEO 모임에는 어르신도 많아서 점잖게 입는데, 오늘은 팔다리가 가늘어 보이고 배는 조이지 않는 드레스에 조형적 디자인의 귀고리로 포인트를 주었다. 또 구태의연하지 않도록 펌프스 힐 대신 이번 시즌 트렌드인 페미닌 웨스턴 부츠를 매치했다.터틀넥 드레스는 업타운걸, 귀고리는 발렌티노 제품이다.

위 그림은 서양화가 배준성의 작품으로, 전통 회화 캔버스에 렌티큘러 기법을 결합해 작업했다. 렌티큘러 기법이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3D 이미지 제작 방식. 지면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사과와 레몬, 화분 속 일부 꽃은 사진이고 다른 요소는 각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림이다. ‘The Costume of Painter – Still Life With Lemon, Pomegranate 3D’, lenticular, 130×130cm, 2016

캐주얼한 프라이빗 파티 룩, 김수향 ‘수향’ 대표
열 명 미만의 지인만 모이는 소규모 혹은 프라이빗 파티를 선호한다.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더 돈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전략은 기억에 확실하게 남게 할 것! 과감하게 노출하거나 남들이 잘 안 하는 아이템을 착용한다. 예를 들어 나보다 더 과감한 외국인들의 파티에 갈 때는 차라리 한국적이고 동양적 포인트를 주는 식. 그렇게 평상시와는 다르게 변신하고, 또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파티에 가지 않는다. 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주최자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분위기를 띄울 만한 쇼킹한 룩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 초크 목걸이는 제니퍼 베어, 블랙 드레스는 미우미우 제품이다.

문화계 행사 룩, 전수경 음악감독
순수한 음악 작업을 하기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CF를 위한 음악을 만들고 디렉팅히는 일을 한다. 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주로 초청받는 모임은 언론 방송계, 혹은 기업 행사 등으로 사실상 비즈니스의 연장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페미닌하거나 화려한 룩은 지양하고, 나의 업무적 이미지를 연출해줄 지적인 슈트 룩을 추구하는 편이다. 스커트를 입어도 펜슬 스커트에 우아한 실크 블라우스를 매치한다. 팬츠 슈트는 블랙이 아닌 대담한 컬러를 입으면 파티에 잘 어울린다. 그리고 언제나 볼드한 주얼리가 포인트!. 오렌지 색상의 슈트는 보테가 베네타, 십자가 목걸이와 귀고리는 미네타니 제품이다.

위 사진은 사진작가 정창기의 작품으로, 오브제의 배열 방식은 웨딩 글로브에서 차용했다. 웨딩 글로브란 1900년대 초반 프랑스 부유층에서 신부가 부케와 화관, 그 밖에 간직하고 싶은 소품을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유리관을 씌워놓던 것. 그래서일까, 작품 속에는 어느 귀족 여성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Autumn Flirt’, oil pigment print, 80×120cm, 2017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안지섭 | 헤어&메이크업 성지안 작품 협조 배준성, 정현목, 정창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