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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PD와 방송인 알베르토가 떠난 여행 바다가 주는 휴식, 그 이상의 가치
두 남자가 번잡한 일상을 떠나 바다로 향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원도 바다는 온전한 휴식과 풍요를 베풀었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욱정이 입은 젠틀 다운 베스트와 체크 셔츠, 그러데이션 풀오버와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알베르토가 입은 프린트 퀼팅 코트, 카디건, 베이지 셔츠, 그레이 팬츠와 멀티 패턴 스카프, 가죽 벨트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알베르토와 이욱정 PD가 바다낚시 여행을 떠난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는 산보다 바다를 선호하고, 둘째는 어릴 적 낚시에 대한 따스한 추억이 있으며, 셋째는 요리를 좋아하는 것. 빡빡한 방송 스케줄과 다큐멘터리 제작 일정 때문에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제대로 식히지 못한 두 남자는 휴식을 찾아 바다로 떠났다. 알베르토는 이미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능숙한 낚시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난겨울 이탈리아에서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준비한 이벤트도 제주도 고등어 낚시였다. “어릴 적 옆집에 살던 아저씨의 꿈은 아들과 주말 낚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아저씨에게는 낚시에 도통 관심 없는 딸만 둘이었죠. 그래서 주말마다 이웃집에 사는 저를 데리고 낚시를 다녔어요. 낚싯대는 물론 낚시 장비를 모조리 사주고, 어린이 낚시 대회도 신청해주었을 만큼 열성적이었죠.” 이욱정 PD도 다큐멘터리 촬영차 수차례 고기잡이배도 탔고, 낚시도 해봤지만 ‘낚시’ 하면 어릴 적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 아버지, 형과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처음 잡은 물고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배를 몰던 어부에게 들은 물고기의 정식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반짝반짝 예쁜 무지갯빛 비늘을 지닌 물고기에게 ‘미스 물고기’라는 애칭을 붙여준 기억만은 선명하다. “오늘 오랜만에 낚시를 하니 정말 즐거웠어요. 사람한테는 원초적으로 사냥 본능이 있는데, 현대사회에서는 표출할 방법을 잃었죠. 수천 년 전에 비해 낚시 도구가 훨씬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른 도구에 비해 원시적이에요. 낚싯대에 달린 가느다란 줄과 미끼 하나로 보이지 않는 바닷 속 물고기를 사냥하는 쾌감 때문에 사람들이 낚시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이욱정 PD는 인류의 식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만큼 낚시에서 사냥하는 재미 그 이상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근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이슈와 그에 따른 바다 생명체의 가치에 대해 무겁게 느끼는 것. “소와 닭, 돼지는 인간이 컨트롤하기 쉬운 육지에서 이미 양산하는 체계를 만들었죠. 그에 비해 바다는 여전히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인간이 느껴야 할 자연에 대한 경외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바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드 다운 점퍼와 안에 입은 카디건, 셔츠와 베이지색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사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봐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행이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주죠. 여행은 나를 부쩍 성장시킵니다.”_ 알베르토(방송인)


포켓 베스트와 터틀넥 니트, 체크 셔츠와 네이비 카고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핑크색 체크 셔츠는 헨리코튼 제품.

알베르토가 입은 오픈 네크라인 풀오버와 플로럴 패턴 셔츠, 그레이 새틴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이욱정이 입은 캐시미어 라운드 니트와 도트 셔츠, 네이비 새틴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음식에서 배우는 생명의 소중함
동해 속초 앞바다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온 가자미와 행운의 문어까지, 직접 잡은 물고기 덕분에 점심 상차림은 풍요로웠다. 가자미를 구워 화이트 소스를 끼얹은 요리와 삶은 문어를 넣은 토마토 파스타, 와인을 곁들인 이탈리아식 점심이었다. 가자미와 문어는 실제 이탈리아에서도 많이 먹는 식재료라는 게 알베르토의 설명이다. “문어는 카르파초 피오브라carpaccio di piovra라고 회처럼 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 먹기도 해요. 가자미 요리법은 더욱 다양하죠. 부드러운 살을 발라 파스타를 만들 수 있고, 튀겨도 되고, 오븐에 굽거나 양념해서 숯에 구워도 되고요.” 요리를 준비한 이욱정 PD는 오늘의 요리에 더욱 깊이 있는 설명을 더했다. 직접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만들었기에 생각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요리의 과정은 생명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먹는 것은 사실 모두 생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 식재료가 나는 현장, 이를테면 농장이나 가축을 기르는 곳, 오늘처럼 생선이 나오는 바다에 오면 식재료로 쓰는 생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생기죠.” 알베르토도 이에 동의했다. 어릴 적 물고기를 잡은 후 내장을 빼내고 손질하는 법을 배우며 저절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터득했으니 말이다. 식사할 때 이 음식이 원래 어디에서 온 건지 생각할 수 있게 돼 절대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녘부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길었던 하루도 음식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물어갔다. 자연 속에서 낚시를 하고, 음식을 차려 함께 나눠 먹는 행위를 통해 자연의 거대한 가르침을 받았다는 두 사람. 덩달아 우리도 자연의 순환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휴식 그 이상의 짧은 여행이었다.

“도시에서 인간은 인공적인 서식지 안에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합니다. 즉 인간이 도시에 살면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는 행위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_ 이욱정(다큐멘터리 PD )

이욱정이 입은 크루저 점퍼와 오픈 네크라인 풀오버, 셔츠와 네이비 새틴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알베르토가 입은 퀼팅 베스트와 그러데이션 풀오버, 베이지 새틴 팬츠와 듀얼 패턴 스카프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탈착 패딩 코트와 풀오버, 그레이 새틴 팬츠는 모두 헨리코튼 제품.

글 김현정 기자 | 사진 조남룡 | 헤어&메이크업 권순주 | 세트 스타일링 도현진 | 요리 어시스턴트 박광진 | 의상 협조 헨리코튼(02-3677-7875)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