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향기로 떠나는 여행 영감을 주는 장소, 그곳의 향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여행자가 수집한 물건과 장소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물건에 깃든 추억과 장소의 향기는 곧 떠날 당신의 여행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줄 테니까.

본능을 일깨우는 도시, 마라케시

“마라케시로 나의 발길을 이끈 이는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다. 모로코의 작은 도시 마라케시는 이브 생로랑이 살아생전 영감을 얻고 몸과 마음을 달랬으며, 2008년 사망 후 유해를 뿌려 영원한 안식을 찾은 곳이다. 그리고 지난 해 이브 생로랑 뮤지엄이 들어서며 다시 한번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처음 마라케시 여행을 계획한 가장 큰 이유는 이브 생로랑 뮤지엄이었지만, 마라케시에 머물면서 그가 왜 이 도시에 빚을 졌다고 말했을 만큼 푹 빠졌는지 이해가 됐다. 패션과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본능적 감각이 사라지는 순간을 두려워하는데, 어느샌가 마라케시는 내 안에 숨어 있는 동물적 감각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미완의 아름다움, 날것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고 마법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_ 김영진(한복 디자이너, 차이 김영진·차이킴 대표)

(왼쪽부터) 이브 생로랑 뮤지엄에서 구입한 오렌지 컬러의 태슬 장식 책갈피. 조향사 세르주 루텐이 마라케시를 여행하던 중 선물 받은 앰버의 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향수 세르주 루텐 엠버 술탄. 우디 오리엔탈 계열에 동물적 느낌을 더해 원초적 향을 표현한 이솝 마라케시 인텐스 오 드 뚜왈렛. 이브 생로랑의 작업과 마라케시 생활을 담은 책. 강렬한 색채와 화려한 구조, 패턴이 인상적인 북아프리카 토착민 베르베르Berber족 여성 장신구 사진집. 선명한 마조렐 블루 컬러로 대표되는 이브 생로랑의 마조렐 정원 풍경이 담긴 엽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나라, 일본

“피로가 누적될 즈음 훌쩍 일본으로 떠난다. 2~3개월에 한 번 방문할 만큼 자주 가지만 그사이에도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나의 끝없는 호기심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새벽까지 문을 여는 T-SITE의 쓰타야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탐독하고 추천 음반을 듣는다. 미술관에서 좋은 전시도 보고 특별한 행선지 없이 골목을 거닐다 보면 절로 마음이 고요해진다. 일본에 갈 때마다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하는데, 주로 현대적인 느낌의 그릇이나 오브제를 좋아한다. 도쿄의 라카구, 시보네 같은 편집매장을 좋아하며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감각적인 소품은 물론 컴필레이션 CD를 꼭 구입한다. 무인양품 한편에 자리한 서점에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일·영 서적의 셀렉션이 좋아 일본에 갈 때마다 들러본다.” _ 김지영(브랜드&트렌드 미디어 에이전시 컴플리트 케이 대표)

(왼쪽부터) 교토 편집매장 디자인하우스에서 구입한 정제된 디자인의 목재 2단 도시락 통. 도쿄 아오야마의 셀렉트 숍 시보네에서 사 온 청명한 하늘과 바다를 닮은 유리 베이스와 물컵. 모리미술관 뮤지움 숍에서 구입한 도쿄 관련 서적. 일본의 교도 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키는 향을 담은 조 말론 런던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 핸드메이드 비스크 도자기에 담긴 향초는 일본의 향기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오17 센티드 캔들. 무인양품 북 스토어에서 발견한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에 관한 <빌라 알바 알토 앤 아틀리에>. 도쿄의 예전 이름인 에도에서 착안한 이름과 고전적 일본 정원의 정제된 우아함을 표현한 딥티크 오 에도.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캘리포니아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서핑, 축제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캘리포니아는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로 대표되는 건축과 디자인 뮤지엄이 연상되는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우하우스처럼 미국에도 실용적인 건축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이다. 교과서에 나올 만큼 유명한 임스 하우스를 비롯한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건축물은 주로 캘리포니아주 LA에 집중해 있어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5월, 월간 <디자인> 통신원이 호텔 노매드Nomad LA의 오픈 소식을 알리며 사진을 보내왔다. 화려한 모던 빈티지 스타일 사진은 막연히 캘리포니아 여행을 계획하던 내게 또 하나의 명확한 이유가 되었고, 주저 없이 떠났다. 그리고 직접 경험한 노매드 LA와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는 기대 이상의 감동이었다.” _ 전은경(월간 <디자인> 편집장)

(왼쪽부터) 오래전부터 캘리포니아 지역 사진을 많이 찍어온 사진작가 줄리어스 셜먼의 사진집. 공항에서 구입한 일러스트 세 장으로 옛날 영화 이름을 맞히는 퀴즈 북. 캘리포니아는 사막과 해변, 도회적인 다운타운까지 여행자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다. 다운타운에서 패키지가 예뻐 기념품처럼 구입한 LA의 아워 보드카. 찰스&레이 임스 같은 유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한 건축 운동인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에 관한 책. 낭만적인 캘리포니아의 대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반클리프 아펠 꼴렉시옹 캘리포니아 레브리 오 드 퍼퓸.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서 피는 귀하고 아름다운 꽃을 표현한 바이레도 모하비 고스터. 패키지와 이름이 눈에 띄어 구입한 힙스터 비누.

이야기로 가득한 도시, 파리

“파리는 나에게 두 번째 집 같은 도시로, 1년에 한두 번 출장이나 아이디어 수집, 가족 여행을 위해 파리로 향한다. 파리는 세계적 문화유산이 즐비한 도시지만,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파리만이 간직한 스토리를 직접 알아보길 추천한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동네 카페, 숨어 있는 작은 갤러리들이 모여 진정한 파리의 매력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립 미술관 프티 팔레의 정원 속 작은 찻집,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아들딸을 모두 잃은 카몽도의 슬픈 가족사가 담긴 아름다운 대저택 니심 드 카몽도 뮤지엄, 이른 아침 센강을 산책한 후 아침을 먹기 좋은 두마고 카페는 파리를 더욱 멋지게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 _ 김아린(비마이게스트 브랜드컨설팅 대표)

(왼쪽부터) 파리 플라세 방돔의 경관을 투영한 샤넬 넘버 5 오 드 빠르펭 스프레이. 달콤 쌉싸름한 향이 나는 식물 줄기 에센스를 기반으로 만든 향수는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프렌치 러버. 여러 뮤지엄에 갈 때마다 사 모은 뮤지엄 숍의 연필과 지우개. 파리에서 종종 들르는 앤티크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버섯 프린트와 벨트 버클. 파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허브 상자. 19세기 말 겔랑의 첫 향수 공장이 들어선 샹젤리제에서 영감을 받은 겔랑 샹젤리제 오 드 퍼퓸. 여름날 가끔 즐기기 위해 사 온 프랑스 식전주 리카르Ricard 파스티스. 그랑팔레 가든 전시에서 구매한 책과 단골 고서점에서 구매한 오래된 서적.


제품 협조 겔랑(080-343-9500), 딥티크(02-6002-3230), 메종 프란시스 커정(02-514-5167), 바이레도(02-3479-1688), 반클리프 아펠(080-8008809), 샤넬(080-332-2701), 세르주 루텐(02-514-5167), 이솝(1800-1987), 조 말론 런던(02-3440-2750), 프레데릭 말(02-514-5167)

글 김현정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