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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마주하기 호흡, 마음과 마주하는 첫 번째 관문
흔히 마음은 실체가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신체 중에서 마음과 깊게 연결된 것이 있으니 바로 호흡이다. 흥분하면 숨이 가빠지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숨도 여유롭다. 다시 말하면, 호흡 훈련을 통해 여유로운 숨을 쉬게 된다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 건강한 정신과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비법, 호흡의 신비에 대하여.


당신은 제대로 숨 쉬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하루에 무려 2만 번에서 2만 5천 번 정도 호흡한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우스갯소리로 “저는 숨쉬기운동만 하며 살아요”라고 하지만, 제대로 숨 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땀 흘리며 뛰는 운동 이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성인의 대다수가 산소 공급을 방해하는 가슴호흡을 하거나 과다호흡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은 짬이 나는 순간조차 핸드폰을 들여다 볼 정도로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지요. 이로 인해 평상시에도 위급한 상황에 작용하는 교감 신경이 발달되어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이는 잘못된 호흡 습관을 불러옵니다.” 정확한 호흡에 대한 강연을 해온 미소 필라테스 이상곤 원장의 말이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며 항상 긴장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곤 하는 우리.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탓에 늘 찝찝한 마음으로 숨을 쉬곤 한다. 한 가지 실험을 해보자. 눈을 감은 채, 좁은 골목을 걷고 있다고 상상하며 호흡에 집중한다. 이어서 해변의 선베드에 누워 저 멀리 수평선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하며 호흡한다. 각각의 머릿속 그림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챘는가? 제대로 느꼈다면 좁은 골목보다 확 트인 바다를 상상하며 숨을 쉴 때 호흡이 훨씬 깊고, 느리며, 들이쉴 때마다 가슴 부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평상시 당신의 호흡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호흡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좌우한다
학창 시절 생물 시간에 누구나 배운 호흡의 정의를 떠올려보자. 호흡이란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로 가장 기초적인 생명 활동이다.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번성하고 체내 기능이 저하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또 나쁜 호흡은 간 기능 저하, 대사장애, 면역력 저하, 어지럼증, 기억력 감퇴, 고혈압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그러니 흐트러진 호흡만 바로잡아도 한결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호흡이 변화시키는 건 신체뿐만이 아니다. 내면, 즉 마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다행인 건, 호흡은 소화, 맥박, 혈압, 체온 등의 여타 신체 활동과 달리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 즉, 우리는 호흡하는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호흡 잘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몸과 마음, 감정을 재활성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를 알게되는 것이지요.” 요가 수행자 스와미 사라다난다는 그의 저서 <호흡의 힘>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녀가 말하는 호흡 수련의 효과는 굉장히 광범위하다. 산소의 흡입을 극대화하고 몸속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신체 조직 전체에 원기와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긴장이 이완되어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수련이 깊어지면, 호흡을 통해 생기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과 통찰력을 얻는다.

“모든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가장 건전한 방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길고 천천히 깊게 호흡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깊게 호흡하는 습관을 지니면, 내적 회복력과 정신적 유연성이 강화되어 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제대로 호흡한다는 의미
우리는 평소 일상생활을 하면서 외부 환경에만 신경 쓸 뿐 정작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둔감하다. 하지만 신체 활동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기 위해 호흡에 귀 기울여보자. 호흡이 들숨과 날숨, 그리고 멈춘숨으로 구성됐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가 우리 몸에 들어오는 들숨, 내부 노폐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날숨, 그리고 두 숨 사이의 과도기인 멈춘 숨이 있는 것. 일상에서 호흡을 할 때 이 부분은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정말 깊고 고요한 영역이며 호흡 훈련이 심화될수록 몇몇 호흡 기법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앞서 스와미 사라다난다가 이야기한, 수행자 수준의 호흡 방법 까지 논하지는 않겠다. 그저 일상의 작은 습관 변화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얻자는 게 이 기사의 목적이니까. 그렇다면 제대로 호흡한다는 건 어떤 걸까? 무엇보다 폐의 용량을 완전히 사용해 깊고 충분하게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폐의 윗부분만 사용해서 얕게 호흡한다. 좀 더 완전하게 폐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우선 손을 명치 부위에 대고 앉아서 눈을 감고 폐를 길고 얇은 풍선이라고 이미지화해보자. 숨을 들이쉴 때 깊은 호흡으로 신선한 공기가 풍선의 아랫부분을 채운다고 상상하라. 그런 다음 중간 부분을 부풀리고, 마지막으로 윗부분을 공기로 채운다고 상상한다. 이때 코로 숨을 들이쉴 것을 권한다. 콧구멍 내부에는 섬모라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 털이 있기에, 코로 숨을 들이쉬면 공기 중의 먼지, 꽃가루, 세균, 오염 물질을 걸러내 정화할 수 있다. 숨을 내쉴 때는 이 과정이 역으로 일어나는 것을 느껴보자. 다만 내쉴 때 는 들이마시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흠~’ 하는 소리를 끝까지 길게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 이완과 휴식을 돕는 부교감신경은 숨을 내쉴 때 활성화되는데, 들숨과 날숨이 충분히 느리고 깊어지면 흥분된 교감신경이 안정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이완된다. 이렇게 깊게 호흡하는 법만 습관화하면, 사고의 명료함을 증진하고 분주한 마음에서 오는 잡념도 극복할 수 있다. 또 도전적 상황에서 감정이 흔들리지 않으며 까다로운 사람을 차분히 대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적 회복력과 정신적 유연성이 강화되어 평온한 느낌과 함께 자율성이 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모든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가장 건전한 방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길고 천천히 깊게 호흡하는 것이다.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자
호흡은 몸과 마음의 접점으로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호흡과 스트레스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압박을 받거나 걱정이 있을 때 호흡이 얼마나 빨라지고 얕아지는지 지켜보세요. 이는 본능적 반응으로 육체적 위험에 직면했을 때 방어하거나 달아나기 위해 근육을 준비시켜서 몸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스와미 사라다난다의 설명. 그러니 평상시에 깊이 호흡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깊고 충분하게 호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흡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심리치료사이자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저자인 필립파 페리도 호흡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호흡을 연습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요. 하루 연습 횟수와 총 연습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연습해 정확한 호흡을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니까요.”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호흡 방식에 신경 쓰고 집중해보길. 훈련을 통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철저히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누구도 ‘지금, 여기’에 의식을 모으지 않고 호흡에 집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상가들이 말하는 호흡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의 간섭 없이 호흡을 의식한 채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한다. 호흡을 통제하지 않고 의식하는 상태로만 머무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흐름을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는 거다. 운전을 할 때, 미팅에 참여하거나 길을 걸을 때 등 평상시 늘 스스로 호흡을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깊은 호흡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호흡 훈련

1 등을 곧게 펴고 앉는다. 입술을 부드럽게 다물고 코로 호흡한다. 코로 들어와서 목구멍 뒤로 빠르게 넘어가는 공기를 느낀다. 공기가 목으로 내려가서 기관지를 지난 다음, 폐로 들어가 가득 채운다고 상상한다.
2 들이쉬는 숨의 끝에서, 이 숨이 내쉬는 숨으로 바뀔 때 호흡이 아주 짧게 정지하는 순간인 멈춘 숨을 주목한다.
3 코로 숨을 내쉴 때 스스로 공기를 비우고 있는 폐를 알아차린다. 몸속 노폐물이 위로 올라와 목구멍을 지나서 코를 통해 나가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린다.
4 내쉬는 숨의 끝에 약한 숨결이 윗입술을 스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숨이 들어오기 전에 내쉬는 숨이 멈추는 짧은 순간을 알아차린다.
5 위의 과정을 반복하며 이번에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즐거이, 생명 유지의 필수 에너지를 들이마신다고 심상화한다. 또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노폐물들을 배출함과 동시에 억눌려 있는 모든 부정적 감정을 의식적으로 풀어서 나가게 한다.
6 지속적으로 호흡을 지켜보고 듣는다. 호흡이 차츰 고요해지고 느려질 때 마음 역시 고요해지고 느려지는 것을 주목한다.
7 호흡에 마음을 완전히 집중하고 10분에서 20분간 앉아 있으려 노력한다. 마음이 산란해질 때마다 호흡으로 생각을 되돌린다. 마지막에는 서서 스트레칭하고 얼마나 많이 더 고요함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출처 <호흡의 힘>

글 강옥진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정하연 | 참고 도서 <인생학교,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호흡의 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