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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인에서 마크 제이콥스까지 스타 디자이너가 뜬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 디자이너를 영입하기 위한 브랜드 간의 치열한 전투, 셀러브리티 효과를 등에 업고 패션 비즈니스에 뛰어든 해외 연예인이 증명하고 있는 것은? 이제 소비자는 상품이 지닌 브랜드 가치 그 이상으로 스타(급) 디자이너의 이미지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

1, 2 쇼장에서 분주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얼마 전 레스포색 by 스텔라 매카트니 라인 론칭 행사가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오려고 했어. 너무 궁금했거든.”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패션계 지인의 말이다. 나 역시 매카트니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역량과 감성이 어떻게 접목됐을지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친환경 디자이너인 그의 라인인 만큼 전체 백 라인은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고, 가방을 보호하는 더스트 백은 100% 자연 분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더 놀라웠던 것은 캐주얼 색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그의 섬세한 감성과 페미닌함이 녹아 든 이 라인의 백 하나쯤은 당장이라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바꿔서 한번 생각해봤다. 이것이 단지 레스포색의 새로운 컬렉션일 뿐이었다면?

늦은 밤, 여기저기 TV 채널을 기웃거리다 모 연예인이 론칭했다는 란제리 홈쇼핑에 시선이 멈춘다. 전반적인 디자인에 그가 참여했다는 것 외에는 단숨에 지갑을 열만큼 유혹적이지도 색다르지도 않았지만 나는 한동안 전화기 온?오프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지난 2008년 S/S 뉴욕 컬렉션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크 제이콥스 등 스타 디자이너의 쇼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셀러브리티 디자이너의 새로운 무대로 가득했다. 그웬 스테파니의 L.A.M.B와 제니퍼 로페즈의 저스트 스위트, 작년 가을 언니 사바나 밀러와 함께 패션 브랜드 트웬티 에잇 트웰브를 론칭한 시에나 밀러, 니키 힐튼의 니콜라이가 그것이다.


3 뉴발란스와 협업해 뉴발란스 by 송자인을 론칭한 디자이너 송자인.
4 얼마 전 론칭한 레스포색 by 스텔라 매카트니 라인의 여행 가방과 유아용 백색.

근 몇 년간 패션계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패스트 브랜드인 H&M과 칼 라거펠트, 빅터앤롤프 등과의 컬래버레이션. 이들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들은 새벽잠을 설치고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들 중에는 수백 만원대의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고, 시즌의 트렌디한 잇백을 수도 없이 가진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이너 최범석과 푸마, 송자인과 뉴발란스, 박지원과 모그 주얼리 등은 디자이너 라인과 협업 브랜드 상품의 동일시 효과를 줘 브랜드의 이미지 전환은 물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러한 경향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 즉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 그 이상을 어필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소비자가 상품의 가치보다는 그 상품이 지닌 이미지를 추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를테면 “톰포드의 구찌보다는 프리다 지아니니의 구찌가 좋아”라는 식이다. 그것이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건 없건 스타 디자이너가 내뿜는 이미지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같은 말이라도 크리스찬 디올보다는 디올 by 존 갈리아노가 보다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즉,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가치를 어필하는 것보다 스타 디자이너를 통한 이미지 구축이 더 구체적이며 마니아 군단을 형성케 한다.


5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6 스텔라 매카트니의 2008년 S/S 컬렉션.

디자이너 송자인의 의상을 사랑했던 이라면 여지없이 그가 디자인한 뉴발란스 여성 웨어를 구입할 것이고, 루이비통 컬렉션에 탄복하는 이라면 마크 제이콥스 레이블에도 군침을 흘릴 가능성이 크다. 스타 디자이너의 후광이 커진 만큼 브랜드 콘셉트를 정하고 정체성을 가시화하는 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의 역할이 커졌다. 돌아보면 톰 포드의 영입으로 구찌는 글래머러스한 그들의 정체성을 찾았고, 에디 슬리먼은 디올 옴므에 모던한 입김을 더해 남성복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극심한 정체기를 겪었던 루이비통을 살린 것도 창조적이고 아티스틱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던 마크 제이콥스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레이블은 물론 샤넬과 펜디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그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칼 라거펠트 또한 스타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이러한 스타 디자이너의 역량 덕분에 패션 하우스는 끊임없이 디자이너 발굴에 힘쓴다. 특히 이미지 전환에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면 하늘에 대고 외칠 것이다. “튼튼한 동아줄처럼 든든한 디자이너 하나 하사하여주시옵소서” 하고. 단순한 캐주얼 백색이 스텔라 매카트니를 만나 스타일리시한 백으로 이미지 전환을 했듯이, 뉴발란스 여성 웨어가 송자인이라는 디자이너를 만나 단숨에 운동복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패셔너블한 레이블로 급부상했듯이, 상품력 이상의 가치를 찾는 데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는 소비자가 있는 한 패션 하우스의 노력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계속되지 않을까?


7 운동복의 이미지에서 패셔너블한 레이블로 거듭난 뉴발란스 by 송자인. 
8 프리다 지아니니가 이끄는 구찌의 2008년 S/S 컬렉션.
9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