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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절이 전하는 '핫'메시지 7 소재, 실루엣, 컬러까지 2008년 S/S 트렌드를 읽다
트렌드검은색 바지라도 유행하는 디자인과 소재는 시즌마다 모습을 달리한다. 혹 신년 모임에 참석한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면 트렌드에 무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트렌드 추종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응용할 수 있는 센스는 얼마만큼 새로운 무드를 파악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선한 2008년 S/S 트렌드를 알고 나면 새 계절을 맞는 당신의 옷장을 봄과 여름에 유행할 감각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1 미우미우 2 돌체앤가바나 3 마르니 4 살바토레 페라가모 5 질 샌더 6 루이비통

1 오간자, 튤, 시폰, 거즈-비치는 소재의 등극
눈이 쌓이고 얼어붙기를 반복해 꽁꽁 언 아스팔트라도 질 샌더의 폴폴 흩날리는 튤 드레스 앞에서라면 난방기 앞의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버릴 것이다. 런던과 파리, 밀라노와 뉴욕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트렌드는 바로 살랑이는, 그러니까 가녀린 소재의 등극이다. 그렇다 할 기교 없는 가벼운 소재의 의상만을 떠올렸다면 큰 오산이다. 수천 겹의 파이처럼 겹겹이 감싸지고 또 감싸진 시폰 원피스 드레스나 휘핑 크림처럼 유연하게 휘감아진 실크 드레스 등 특유의 소재감을 거침없이 풀어내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감탄할 만한 의상들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아예 마크 제이콥스는 노골적으로 살갗을 하나의 컬러로 응용해 경쾌한 롱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완성했다. 두리 정은 시퀸 장식과 벨트를 덧대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시어sheer 소재의 팬츠나 스커트를 소개했는데, 비치는 느낌을 잘 살린 엔니오 카파사의 커스텀 내셔널, 턱을 잡아 큐트한 이미지를 표현한 미우미우, 날카롭게 재단된 재킷과 그와 대조적으로 롱스커트에 주름을 잡아 리듬감을 표현한 소피아 코코살라키, 그리고 속바지를 쇼트 팬츠 위로 드러낸 듯 극적인 효과를 끌어낸 루이비통처럼 그 표현 방식은 그들이 받아들인 감각의 촉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센스 있는 당신이라면 여기서 직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깃이 날카롭게 잘 재단된 오간자 재킷(화이트라면 더욱 좋겠다) 하나쯤은 따스한 새 계절을 대비하여 준비할 것. 스커트나 팬츠, 혹은 이질적인 소재의 원피스와 함께 스타일리시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1 프라다 2 마르니 3 살바토레 페라가모 4 구찌 5 미우미우

2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뉴 볼륨 실루엣
지난 시즌 풍성한 재킷에 허리 밑을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팬츠로 ‘볼륨’에 대한 1차적 접근을 시도했다면 올 시즌에는 그것을 응용한 뉴 볼륨 룩을 만나볼 차례다. 보드라운 니트 베스트에 사그락거리는 풀 스커트만으로 시선을 압도한 프라다의 컬렉션을 보면 그 스타일링에 대한 답은 명백해진다. 스커트 밑단에 일래스틱 밴드를 두른 듯 햄라인을 빳빳하게 살린 도나 카란과 셀린느의 은근한 구조미는 또 어떠한가. 사각형 어깨의 ‘각짐’과 그와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주름 잡은 허리 라인이 인상적인 마르니의 실크 원피스는 ‘뉴 볼륨 공식’을 얼마만큼 영민하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준다. 드러나는 압도적인 장식 이상의 포스를 뿜어내는 볼륨 룩에 도전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구조적인 디자인의 원피스, 가늘고 긴 실루엣의 니트와 풀 스커트를 쇼핑 리스트 1순위에 올려야 할 것이다.


1 마크 제이콥스 2, 5 루이비통 3 구찌 4 디올 by 존 갈리아노

3 생생하거나 보드랍거나, 컬러 팔레트

미리 힌트를 주자면 올 시즌에는 그저 빨갛고 파랗거나 혹은 노란 식의, 컬러 본연의 빛 자체로만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네일 컬러 위에 윤택제를 두 겹은 발라야 극명하게 살아나는 손톱처럼 윤기가 흐르는 ‘생생함’이 이번 시즌 컬러의 핵심이다. 디자인은 대체로 여성스럽고 모던하게 표현됐는데 컨템퍼러리하면서도 웨어러블한 룩을 선보인 셀린느가 대표적인 예다. 샤프론과 네온 핑크, 에메랄드 등 총천연색 컬러 팔레트는 페일 톤의 차분한 컬러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데 네온사인처럼 눈부신 컬러가 부담스러운 당신이라면 아로마 테라피를 받는 것처럼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라벤더, 서머리 화이트, 베이비 핑크 등의 보드라운 컬러에 기대보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 아이그너,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그런 당신을 위한 주옥같은 의상들 또한 마련해놓았으니 말이다.


1 드리스 반 노튼 2 펜디 3 루이 비통 4 돌체앤가바나 5 프라다

4 아티스틱 센세이션
자욱한 연기 속에서 ‘탕,탕,탕’ 쇳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치마폭에는 페인트에 손을 적셔 대여섯 번쯤 거칠게 ‘휘,휘’ 저은 듯한 아티스틱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번 시즌 의상에 펼쳐진 아트 워크는 진중해진 무언가가 있다. 차라리 무빙 아트에 가까운 돌체앤가바나의 컨템퍼러리 아트 드레스는 탄성조차도 머뭇거리게 되니까. 붓으로 빙빙 돌려 그린 듯한 펜디의 원형 모티프 드레스, 프라다의 실크 브라우스 등은 어떠한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루이비통 모노그램 백이 사진가이자 미술가인 리처드 프린스와 조우한 것. 6년 전 스티븐 스프라우스의 그 낙서투성이 모노그램 백이 이제는 퍽이나 구하기 힘든 모델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가올 시즌 이 아티스틱 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1 살바토레 페라가모  2 펜디 3 프라다 4 지방시

5 발등에서 무릎까지, 스트랩
슈즈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부츠에 대한 환호는 다가올 봄과 여름에도 지속될 듯하다. 아니, 보다 명확하게 짚어내자면 부츠를 포함한 스트랩 장식의 슈즈다. 어떻게 신을까 싶어 더럭 겁부터 나지만 조각처럼 멋스러운 발렌시아가의 글래디에이터 버클 부츠는 플로럴 원피스와 만나 완벽한 룩을 연출했고, 가죽 끈의 엮임을 시크하게 풀어낸 지방시의 부츠는 쇼트 혹은 H라인 스커트와 매치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컬렉션 전반에 컬러풀한 룩을 선보인 셀린느는 샌들 또한 비비드한 스트랩으로 표현해냈다. 스트랩 슈즈를 필두로 재퍼니즘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듯한 미우미우 나비 디테일 슈즈나 스텔라 매카트니 웨지 슬리퍼 외에 몇 시즌 잠잠했던 에스파드류 또한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다.


1,3 루이비통 2 드리스 반 노튼 4 에르마구노 설비노 5 마크 제이콥스 

6 오색 창연, 꽃밭을 노닐다

밀라노에서 파리 컬렉션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꽃밭에서 노닐다가 흠뻑 컬러에 취하는가 하면 아이처럼 뒹굴며 그 향기를 만끽하기도 했었다는 것을 존 갈리아노와 겐조, 발렌시아가, 그리고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으로 짐작할 수 있다. 꽃 모티프는 주요 컬렉션의 대표적인 장식과 프린트에 등장했는데 나풀나풀한 형체로 그려지거나 혹은 알렉산더 맥퀸처럼 3D 기법을 더해 그래픽적으로 표현되었다. 컬렉션 전체를 ‘꽃’에게 기꺼이 내준 드리스 반 노튼은 오색 창연한 비비드한 컬러 콘트라스트 프린트로 에스닉하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걸작을 완성했는데 각기 다른 컬러와 패턴의 믹스 매치 스타일링은 지침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듯.


1 구찌 2 루이비통 3 셀린느 4 조르지오 아르마니

7 빅 사이즈의 스트랩 클러치백을 주목하라
앞으로도 백은 어깨나 팔목에만 걸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 툭 떨어지는 의상과 함께 무심코 쥔 듯한 두툼한 백들은 시크한 애티튜트를 완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는가. 겨드랑이 밑에 책을 끼고 걷는 듯한 백 연출법은 다가올 시즌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다만 큼직한 클러치백이 유행의 선두를 이끌 것이다. 소매를 둘둘 말아 연출한 구찌의 가죽 재킷 룩에도, 에스닉하면서도 우아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원피스 슈트에도, 새 동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마르니의 원피스 곁에도 어김없이 클러치백이라 불려질 만한 디자인의 백들이 자리했으니 말이다. 달라진 것은 어깨나 팔목에 걸칠 수 있는(물론 그러한 용도로 쓰여지길 바라지 않지만) 스트랩이나 체인이 달렸다는 것. 여기에 랄프 로렌이나 마이클 코어스, 카렌 워커 등의 컬렉션에 등장한 우아한 캐플린(capeline, 높이가 낮으면서 챙이 부드럽게 파도치듯 넓은 모자)을 매치한다면 그야말로 ‘핫’한 스타일이 완성될 것이다.

기차린(패션 칼럼니스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