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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가 지는 오미를 느낀다 봄에 먹는 건강 한방 음식
사람들은 봄에 한약을 가장 많이 찾는다. 겨우내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일 년을 건강하게 보낼 준비를 한다. 정성껏 달인 한약 한 그릇, 쭉 들이켜면 금세 기운이 솟으며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유의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며 영양이 한껏 농축된 한약재를 요리에 활용하면 이보다 더 좋은 건강 음식이 없다.
photo01 아, 봄이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냉랭한 기운을 몰아낸다.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보드라운 연둣빛 새싹이 솟아오른다. 그렇게 만물은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소리 없이 흘러간다. 작은 우주小宇宙라고 하는 인체도 마찬가지. 온몸 구석구석의 세포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덩달아 기지개를 켠다. 이때 영양이 충분치 않거나 건강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몸 상태가 악화 될 위험이 있다. 일 년 중 봄에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양이 가득한 한약을 마시며 한 해를 무사히 보낼 기운을 축적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유익한 한약재, 늘 먹는 음식으로 조리하면 어떨까. 특유의 쌉싸레한 맛은 다른 재료와 어울리면 색다른 별미로 거듭날 수 있다. 약재도 종류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영양이 풍부하고 부작용 없는 한약재를 골라 찬장에 넣어두고 마치 소금이나 설탕, 고춧가루, 참기름처럼 사용하면 그것 이상 가족을 위한 ‘건강 보약’이 없을 듯싶다.
“사람들은 한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달여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약도 음식의 종류일 뿐이지요.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둘을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마늘이나 미나리, 마 등도 한의원에 들어오면 수근, 대산, 번초 등 어려운 이름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입니다.” 40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며 명지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유승원 박사는 ‘자연에서 나는 모든 음식이 한약이 될 수 있으며, 사람의 체질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약의 유익한 성분에 맛까지 더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약선 음식점이나 사찰 음식점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를 보면 영양은 물론 눈과 혀를 만족시키는 데도 소홀하지 않다. 이제껏 한약은 탕기에 오랜 시간 동안 우려 쓴맛밖에 남아 있지 않은 ‘약’으로서의 기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미식의 즐거움을 전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약재는 거칠고 딱딱하여 음식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많은데 하나씩 맛을 보면 쓴맛이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고 독특한 풍미가 있다. 함께 요리하는 재료는 물론 조리법에 따라서도 약재의 맛이 달라진다. 고기와 한약재를 함께 고아내면 육류의 좋지 않은 냄새와 기름기가 사라지고 국물 맛이 담백해지며, 국을 끓일 때 가제에 싸서 국거리와 함께 익히면 육수로 빠진 영양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 가루를 내어 밀가루 반죽에 넣어도 되고 즙을 졸여 엿이나 강정으로 만드는 것도 널리 알려진 방법. 인사동에 위치한 약선 음식점 ‘뉘조’에서는 제철에 나는 약초를 설탕에 1년 동안 재워 음식에 단맛을 더한다. 약초를 술에 담가 일주일 정도 두면 약 성분이 우러나는데 만드는 법이 쉽고 향이 좋으며 약물의 흡수율을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차로 우려 시원하게 마시면 탄산음료와는 비할 수 없는 웰빙 음료가 완성된다. 약재를 튀김 반죽에도 이용할 수 있다. 산약(참마의 뿌리를 말린 것)에 감자를 넣고 잘 갈아 찹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들면 밀가루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바삭바삭한 튀김을 맛볼 수 있다.
 
 
박은주 기자happyej@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