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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인의 의기투합 스타트업 배리김치

전남 고흥에 위치한 콜라비 농장과 계약 재배를 맺고, 밭에서 청콜라비를 직접 수확 중인 이선희 대표.

사시사철 맛있는 콜라비 김치 3종.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북촌에 문을 연 배리김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빨갛게 절인 콜라비 스틱김치를 한 입 와사삭 깨문다. 탄산음료를 마신 것처럼 미각 돌기가 따끔따끔하더니 달큼하고 시원한 맛이 밀려온다. 분명 처음 한 입 베어 물 때는 순무처럼 단단했는데, 어느새 오이처럼 아삭하다. 콜라비는 양배추와 순무를 교배한 채소로, 국내에는 전남 고흥과 제주도가 주산지다. “당도가 높아서 해외에서는 생으로 즐겨 먹는 채소예요. 오렌지보다 비타민 C 함유량도 높고, 섬유질과 칼륨도 풍부해 영양적으로도 무척 좋지요. 여름이 되면 바람이 들어 제맛이 나지 않는 무와는 달리 콜라비는 사시사철 김치를 담가도 맛이 좋아요. 자체 탄산이 풍부해서 시원한 맛도 일품이죠. 작년 세계김치연구소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면서 알게 된 고흥 콜라비 농장과 무려 1백 톤이나 계약 재배를 맺었어요.”

콜라비의 장점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배리김치 이선희 대표. 그는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3백여 명의 직원을 통솔하며 특급 호텔 최초의 브랜드 김치, 수펙스 김치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몇 년 동안 인수인계를 해오고 있던 중 배영진 대표와 연이 닿은 거죠.” 드라마 <궁>의 의상을 비롯, 한평생 한복을 지어온 배영진 대표는 홀대받는 우리 전통이 다시금 주목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충남 공주에 문을 연 소소아 한옥 스테이도, 국내 최초 여관인 해남 유선관을 새롭게 단장해 오픈을 준비 중인 것도 다 비슷한 연유다. 공짜 반찬 취급을 받는 김치도 그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서양에는 치즈나 와인을 전문으로 파는 숍이 정말 많잖아요. 같은 발효 음식인데, 우리는 관심이나 애정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제대로 만들어서 충분히 대접받는 김치를 선보이고 싶었죠.”

북촌 한옥마을 근처 삼청로에 자리한 배리김치 플래그십 스토어.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9월부터 새 단장을 시작해 새로운 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착착스튜디오 김대균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비건 콜라비 스틱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청콜라비와 돌산갓, 파, 양파, 생강, 마늘, 찹쌀풀, 채수, 고춧가루, 천일염이 전부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시원하고 달큼한 맛이 일품인 콜라비 김치. 비건으로 먼저 선보였지만 반응이 좋아 곧 오리지널 라인으로도 출시 예정이다.

전통과 현대의 중첩
배리김치는 젓갈을 최소화한 서울·경기식 김치다. 표고와 건새우를 우린 육수를 넣어 슴슴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크게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나박김치, 백김치, 오이소박이 등으로 구성한 ‘오리지널 라인’과 당도와 염도를 낮추고 과일로 상큼함을 더한 ‘베이비 라인’, 젓갈을 넣지 않고 채수로 맛을 더해 깔끔한 ‘비건 라인’으로 나뉜다. 비건 라인으로 출시한 콜라비 김치는 반응이 좋아 곧 오리지널 라인으로도 선보일 예정. 모든 김치에는 건강한 단맛을 위해 설탕 대신 당뇨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를 소량 첨가한다. 김치를 처음 맛본 아이도, 한평생 김치를 담가온 노인의 입에서도 “맛있다”는 반응이 온다.

한 달에 두세 번 김치 담그는 날이 가까워오면 이선희 대표는 어김없이 익산 김치 공장으로 향한다. 며칠 머무를 방도 얻어놓았다. “대부분의 김치업체는 공장에 레시피만 걸어두고 외주를 맡겨요. 저는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원물 상태가 매번 다른데 항상 같은 방식으로 김치를 담그면 되나요? 재료를 직접 체크하고, 생산도 함께해요.”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으로 모자라 좋은 식재료를 찾아 전국 팔도를 누비기 때문. 퇴사와 함께 출고한 차의 1년 주행거리도 어느덧 6만km를 훌쩍 넘었다. 어느 지역의 원물을 사용하느냐는 다소 식상한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몰라요. 그해에 가장 좋은 재료는 매번 바뀌니까요. 아무리 해남 배추가 맛있다고 해도 그해 작황이 좋지 않으면 진도나 다른 산지의 배추를 써야 하는 거예요. 모든 재료가 다 그렇죠.”

책임감과 의욕으로 뭉친 배리김치 군단. 왼쪽부터 배시정 기획실장, 이선희 대표, 배시훈 총괄실장, 배영진 대표, 김요셉 세일즈 디렉터.
오늘도 유쾌한 배리김치
배리김치의 유쾌한 패키지와 젊은 감각의 브랜딩은 두 공동대표와 함께하는 든든한 조력자 세 명의 작품이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배시훈 총괄실장과 배시정 기획실장, 해외 영업과 물류를 담당하는 김요셉 세일즈 디렉터가 바로 그들이다. “해외 수출을 생각하면 기존 패키지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구르트나 잼처럼 간편한 캔 형태에 김치별 특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영문 폰트도 개발했지요.” 평범해 보이는 플라스틱 용기에는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다. 용기 안에서 발효하며 발생하는 가스는 밖으로 배출하고 외부 공기 유입은 막는 발효 패치를 붙여 수출에 최적화한 것. 전 세계 특허까지 받은 기술로 대기업도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론칭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 샘플을 보낸 국가 외에도 SNS를 통해 지속적인 문의를 해온다. “외국에서도 충분히 맛있고 좋은 품질의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제 갓 출발선을 떠난 배리김치의 긴 여정이 순항하고 있었다.


스토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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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방법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