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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감성 경험하는 브랜드숍 롤리폴리 꼬또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는 식품 회사 오뚜기를 감각적·감성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바르고 친근한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구석구석 흥미롭고 진취적인 공간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달한다.

롤리폴리 꼬또는 오뚝이의 영문명 ‘롤리폴리 토이rolypoly toy’와 이탈리아어로 벽돌로 만든 집을 뜻하는 ‘꼬또cotto’의 합성어다.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한 10만여 장의 붉은 벽돌은 이곳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랜 세월에도 굳건하게 뚝심을 지니고 발전해온 기업의 정신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큐브에서는 오뚜기의 굿즈를 판매한다.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벌룬 조명이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큐브와 연결된 쉐이드는 햇빛을 투과하는 펀칭 메탈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야외에서 맛과 멋을 만끽하며 식사하기에 더없이 좋다.
오늘날의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실을 반영하며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속내를 읽어내는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 브랜드를 경험하는 여러 채널과 방식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공간은 그 역할이 지대하다. 브랜드가 소비자인 ‘나’를 바라보는 시각과 배려심이 공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롤리폴리 꼬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식품회사 오뚜기가 소비자에게 혹은 대중에게 기업의 정체성을 어필하고 경험케 하는 복합 공간이다. 하지만 그간의 친근한 이미지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서 오뚜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치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대표 제품인 라면과 카레로 만든 새로운 메뉴를 맛보는 재미와 함께 붉은 벽돌 건물 구석구석 오뚜기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그리고 곳곳에 배치한 수작업으로 완성한 작품들을 경험하다 보면 오뚜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바로 오랜 시간을 들여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진정성이다.

살라는 일반 가정의 응접실처럼 꾸며 아늑하고 편안함이 돋보인다. 비공개 공간이지만 전면 유리창이라 내부를 감상할 수 있다.

오뚝이를 형상화한 손잡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케이브로 통한다.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식음 공간으로, 천장에 매달린 4백여 개의 형광색 오브제는 정원의 풍경을 암시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다분히 은유적이고 감성적인 일곱 공간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미각’은 디지털화할 수 없는 최후의 아날로그적 감각과 그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이어령 선생은 아날로그적 미각을 강조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하는 ‘디지로그’야말로 미래를 읽는 키워드라고 말한 바 있다. 롤리폴리 꼬또는 디지털 세대에게 오뚜기의 아날로그적 감성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로그 공간이다. 그간 선입견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취적인 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공간이기도 하다. 롤리폴리 꼬또의 공간 기획을 총괄한 스튜디오 베이스STUDIO VASE의 전범진 소장은 단순한 식음 공간이 아닌, 지속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자극적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 방법으로. “공간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기업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아날로그적 도구지요. 풍부하고 견고한 이야기를 만들고, 환경을 구축하면 공간에 지속 가능한 힘이 더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축으로 오해하기도 하는 데, 롤리폴리 꼬또는 레노베이션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건물 두 개에 숨어 있는 정원을 하나로 합쳐 전체 공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확보하고, 매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은 이 정원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으며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었지요. 또한 롤리폴리 꼬또 공간을 이루는 주재료로 쉽사리 변하지 않는 붉은 벽돌을 사용해 보수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쇠고기, 사과, 감자, 당근, 파프리카, 가지 등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인기인 쇠고기카레.

타바스코 핫소스로 맛을 낸 타바with토마토라면과 우삼겹&파채라면.

오뚜기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도 명도, 채도, 사용 면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했다. 여러 가지 물성을 가지고 표현 방식을 달리해 유연하게 표현한 점도 눈에 띈다.
도로에 면하는 반지하 공간으로 식당인 ‘케이브Cave(동굴)’의 안쪽 통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 공간의 핵심인 ‘가든Garden(정원)’이 펼쳐진다. 일반 가정의 응접실처럼 꾸민 ‘살라Sala(거실)’ 건물 외벽을 덮은 무려 4천8백여 개의 노란 스팽글이 반짝이는 모습이 흥미로운 공간을 예고하고, 벽돌로 쌓은 계단 형태로 착석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슬로프Slope(언덕)’에 자리한 이헌정 작가의 여러 가지 형광색 세라믹 오브제가 유희의 소재가 되어준다. 계단을 오르면 꼭대기에 작은 잔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관망하는 정원 풍경 또한 일품이다. 듬직한 전나무, 다양한 화초류와 함께 야외 식당 공간인 ‘셰이드Shade(그늘막)’를 장식한 이혜미 작가의 도기 풍경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와 모습이 감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현재 기업 행사나 시식회 장소로만 쓰는 ‘홀Hall(연회장)’, 오뚜기의 굿즈를 판매하는 ‘큐브Cube(상자)’ 등 총 일곱 공간으로 구성한 롤리폴리 꼬또는 그 역할과 높낮이를 달리하며 다양한 시퀀스를 제공한다. 여기저기 나무·패브릭·세라믹·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적절히 매치하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오뚜기를 은유하는 상징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홀, 살라, 슬로프, 큐브 공간은 모두 아늑한 정원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3백여 평의 리뉴얼 공간 구석구석에 자리한 오브제만 봐도 다방면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지가 녹아 있다. 벽돌 계단 슬로프에 놓여 있는 이헌정 작가의 형광색 세라믹 오브제와 가든에 있는 오뚝이를 연상시키는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의 팽이 모양 의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뚝이와 명도와 채도 등을 달리한 다양한 옐로 톤의 여러 가지 오뚜기 굿즈.
새로이 맛보는 라면과 카레
공간을 통해 은유하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오뚜기의 본질은 식품일 터. 8m에 달하는 바와 부스, 소파가 긴 공간의 축이 되어 주는 식음 공간 케이브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카레 등을 활용한 퓨전 메뉴는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데, ‘우삼겹&파채라면’ ‘명란크림라면’ ‘쇠고기카레’ 등이 인기이다. ‘순두부열라면’처럼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메뉴도 있다. 브레이크타임이 따로 없지만 식사 시간엔 제법 줄이 길게 늘어서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하니 참고할 것.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한 롤리폴리 꼬또는 맛있게 잘 먹고 문화적 경험을 하며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공간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51길 19
영업 시간 평일 오전 8시 ~오후 9시, 토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문의 02-3442-6468, @rolypoly_cotto

글 신민주 | 사진 박찬우, ㈜오뚜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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