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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요리에서 일상 음식으로 우리와 함께한 모두의 카레
‘카레’ 하면 많은 사람이 ‘오뚜기 카레’를 떠올린다. 오뚜기의 창립 제품으로 50년을 한결같이 국내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힘의 원천에는 카레를 닮은 유연함이 있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며 맛뿐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하는 카레로 진화를 거듭하는 오뚜기 카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식문화가 보인다.


50년을 함께한 가정 요리의 주인공

카레의 매력은 가히 위력적이다. 그 맛과 향, 색만 강렬한 것이 아니다. 카레가 우리 식탁에 등장한 이래 한국인의 생활양식이 어떻게 변하든 그에 맞춰 모습을 변화하는 다양성과 적응력은 실로 대단하다. 최근엔 카레 요리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카레라이스에서 벗어나 식재료와 조리법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음식에 소스로 활용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카레는 가족을 연결하는 음식으로, 어릴 적 추억도 비슷비슷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정한 매력을 지닌 카레가 우리 식탁에 등장한 것은 언제였을까? 한국에 카레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40년대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도 카레는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이 아니었다. 형편 좋은 부유층에서 별미로 즐겼을 뿐, 문화적·정서적 거리감이 있어 대중화되지 못했다. 카레가 오늘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자리 잡은 데에는 오뚜기 카레의 역할이 지대했다. 1969년 설립한 오뚜기가 최초의 생산 품목으로 ‘분말 카레’를 출시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인 데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기호와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라는 판단 아래 창립 제품으로 카레를 생산한 것. 당시 국내에 카레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S&B의 ‘S&B순카레’와 일본산 즉석 카레 ‘하우스 인도카레’는 분말 형태가 아니었다. 국내 식품 회사로는 아이스맨화학의 ‘뽀빠이 카레’와 제일식품의 ‘스타 순카레’가 카레 제품을 선보였지만 지명도가 높지 않았다. 오뚜기 분말 카레의 차별점은 우리 입맛에 맞는 매콤한 맛이었다. 연구팀은 카레 가루를 통째로 수입하기보다는 강황과 고추, 후추, 고수 등 원재료를 섞어 직접 만드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춘 건강식으로 적극 홍보한 끝에 오뚜기 카레는 1970년대 대중화에 성공했다. 국내에 카레를 처음 알린 브랜드로 평가받으며, 일반 가정에서는 서양 요리 입문자 역할도 도맡았다. ‘카레 하면 오뚜기 카레’가 공식화된 것이다.


오뚜기 카레를 통해 보는 우리나라의 카레 역사


1969년 국내 카레 대중화의 시작. 분말 형태의 ‘오뚜기 카레’ 출시 카레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정통 카레. 순한 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이 있으며, 분말 타입이다.



1981년 국내 최초 즉석식품이자 가정간편식 ‘3분 요리’ 출시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것으로, 오뚜기 카레를 국민 음식 반열에 올린 주인공이다.



1986년 더욱 부드러워진 카레 ‘바몬드카레’ 출시 천연 향신료에 사과와 벌꿀을 조화롭게 섞고 열대 과일로 맛을 낸 카레. 순한 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이 있으며, 분말과 고형 타입 두가지다.



2004년 건강을 생각하는 카레 ‘백세카레’ 출시 강황 함량을 기존 바몬드카레보다 50% 이상 높였다. 순한 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이 있으며, 분말과 고형 타입 두가지다.



2009년 국내 최초 ‘과립형 카레’ 적용 카레 가루를 물에 개지 않고 바로 넣고 끓여도 잘 풀어지도록 신기술을 개발했다.



2012년 소비자의 발효 니즈를 담은 ‘발효강황카레’ 출시 강황에 발효 원료를 더하고 데미글라스 소스를 추가해 더욱 깊고 진한 맛을 낸다. 순한 맛과 약간 매운맛이 있으며, 분말 타입이다.



2017년 향신료를 직접 갈아 숙성한 ‘3일 숙성카레’ 출시 쇠고기와 과일, 사골을 3일간 숙성시킨 소스와 은은한 향의 숙성 카레가루로 만든다. 순한 맛과 약간 매운맛이 있으며, 분말과 고형 타입 두 가지다.



2019년 50주년 기념 한정판 ‘스페셜티 카레’ 출시 별첨한 티백에 허브와 스파이스가 들어 있어 차를 우리듯 향신료 육수를 우려내 카레와 섞어 먹을 수 있다.

인도의 혼합 향신료 가람 마살라는 제조법과 활용법이 천차만별이다.

18세기 영국 요리책 에 ‘커리’ 조리법이 있다.
종주국 인도에서 영국을 거쳐 일본으로
카레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인도 향신료의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래됐다. 하지만 인도에는 정작 카레가 없다. 각종 재료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 끓인 음식을 두루 일컫는 용어이기 때문. 향신료 조합이라 할 수 있는 카레를 소스화한 것은 영국이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이던 1772년 무렵, 동인도 회사 직원이던 워런 헤이스팅스(초대 인도 벵골 총독)가 인도의 혼합 향신료인 마살라와 쌀을 영국으로 가져간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인도에서 먹은 카레 맛을 잊지 못한 영국 상류층에서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784년 영국 식품 회사 C&B에서 세계 최초의 카레 파우더를 개발한 후에는 영국의 일반 가정에서도 카레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도 메이지시대에 영국을 통해 카레 문화를 수입했다. 요코스카항에 정박한 영국 함대의 해군병사들이 카레를 먹는 것을 보고 일본 해군도 들여왔다고 한다. 지금도 요코스카항에서는 ‘해군카레’ 축제가 열린다.

글 신민주 | 사진과 자료 제공 ㈜오뚜기(080-024-2311), KBS 다큐멘터리 <요리인류>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