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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 먹지? 복을 짓는 명사의 떡국
한 해를 시작하는 시간의 의식과도 같은 설날 떡국. 해마다 먹는 떡국이지만 그 의미는 지나치기 쉽다. 명사 3인이 손수 끓인 떡국에 담긴 뜻을 사자성어로 살펴보았다.

부귀공명富貴功名
설날 떡국의 모양에도 상징이 있다. 떡을 길게 늘여 뽑는 가래떡은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의미.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 역시 둥근 모양이 엽전을 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를 소망하는 떡국에 생명을 상징하는 굴을 넣으면? 부의 생명력이 오래오래 지속되리라.


매생이굴떡국
재료(2인분) 떡국용 떡 300g, 생굴 2줌, 매생이 100g, 국간장 ½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멸치·다시마·황태포·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매생이는 찬물에,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물과 멸치, 다시마, 황태포를 넣고 한소끔 끓이다가 건더기를 건져내고 중약불에서 30분간 더 끓인다.
3 ②의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이다가 떡이 떠오르면 손질한 굴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4 ③에 매생이를 조금씩 넣고 풀어가며 센 불에서 3분간 끓인다.
5 국간장, 다진 마늘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한다.

이욱정 KBS 다큐멘터리 PD


“가족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시던 어머니께 전수받은 레시피입니다. 쇠고기 양지로 우린 육수에 굴과 매생이를 넣고, 떡집에서 뽑아온 쫀득한 가래떡을 두껍게 썰어 넣은 아주 진득하고 풍요로운 떡국이었죠.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돼지해와 잘 어울리지 않나요?”

<누들로드>로 이름을 알린 그는 영국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까지 마스터하고 돌아온 후, 지난 5년간 다큐멘터리 스물다섯 편을 비롯해 2백 편 이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는 서울시와 함께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베트남 TV와 합작한 ‘행복식당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꿩이 귀하던 시절, 흔한 닭으로 대신해 떡국을 만든 데서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이 생겼다. 사찰의 떡국은 꿩 대신 닭도 사용할 수 없는 까닭에 무나 표고버섯 등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흙에서 나는 무, 나무에 붙어 자라는 버섯, 바닷속 다시마까지 자연이 한데 모인 화합의 떡국이다.


들기름무채떡국
재료(2인분) 떡국용 떡 300g, 마른 표고버섯 5개, 무 ½개, 가죽순 1줌, 다시마 1장, 들기름·집간장 약간씩

만들기
1 표고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무는 반은 큼직하게 썰고 반은 얇게 채 썬다.
2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큼직하게 썬 무와 표고버섯 밑동을 차례로 넣어 볶는다.
3 ②에 물을 부은 뒤 다시마와 가죽순, 집간장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4 채수가 우러나면 건더기는 체에 걸러 건져낸다.
5 ④의 채수에 떡을 넣어 한소끔 끓이다가 떡이 익을 즈음 채 썬 무를 올려 살짝 끓인다.

선재 스님


“예로부터 떡은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낱알로 흩어진 쌀을 빻아서 떡으로 쪄내면 한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죠. 떡국에 넣은 겨울 무는 떫지 않고 단맛이 나 ‘산삼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몸에 보약이 됩니다. 이처럼 떡국 한 그릇에도 옛 선조들의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사찰 음식을 연구해온 사찰 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은 한식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사찰 음식뿐 아니라 한식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2월에는 한식문화관에서 떡국을 소개하는 강의를 열 예정이다.


운수대통運數大通
개성 지방에서는 조랭이떡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전해온다. 설빔에 조롱박을 달면 액막이를 한다고 해서 ‘조롱떡국’을 끓였다는 설과 운수가 잘 풀리기를 기원하며 ‘길’함을 뜻하는 누에고치 모양으로 빚었다는 설이 내려온다. 어떤 속설이든 행운이 깃든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결론은 같다.


전복조랭이떡국
재료(2인분) 조랭이떡 150g, 전복 2마리, 전복 내장, 감태 1줌, 대파 ¼대, 굴 소스 1큰술, 참치 액젓 1큰술, 참기름 ½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물에 전복 내장을 넣어 5분간 끓이다가 체로 건진다.
2 전복살은 격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전복살을 넣어 볶다가 굴 소스를 넣어 달달 볶는다.
4 전복 내장을 끓인 육수에 액젓과 소금을 넣고 20분간 끓인다.
5 ④에 조랭이떡을 넣어 살짝 끓인 후 송송 썬 대파와 감태를 올리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김정옥 도예가


“30년 이상 꾸준히 요리를 배워오면서 알게 된 떡국입니다. 그릇을 빚는 일이 업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릇에 담길 음식의 생김새와 담음새도 아울러 생각하죠. 동글동글한 조랭이떡과 국물에 풀어지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하는 감태는 심미적으로 아름다워요. 맛 좋고 멋스러운 떡국이지요.”

40년 동안 매일같이 흙을 만지고 불에 굽는 작업을 해온 그는 전통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도예 작업 외에도 자신의 그릇에 담아 요리를 소개하는 ‘도예가의 키친’을 운영한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