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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복고 푸드 랩소디
뉴트로 열풍은 쉬이 잠들 줄 모른다. ‘레트로Retro’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뉴트로Newtro’는 옛것의 재해석이다. 그때 그 시절, 옛날 신문에서 발췌한 당대 인기 있는 음식을 2019년 새해 식탁으로 소환했다.

패스트푸드 전성기
1970년대 동아일보 보도국이 햄버거에 관해 예측한기사는 틀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햄버거를 손에 들고 먹으며 거니는 모습이 일반화되고, 머지않아 햄버거 가두판매 미니 식당이 선을 보일지도 모른다”(1972년 10월 23일)는 사실 말이다. 햄버거 체인점은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가장 많은 점포가 생겨났을 정도로 화려하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이제 수제 버거에 자리를 내주며 아련한 추억의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햄버거를 담은 접시는 카루셀리 제품.

아침상의 주인공
195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식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는 “대표적 패스트푸드인 햄버거와 겨룰 만큼 식사 대용으로 떠올라”(동아일보 1999년 5월 14일) 간단한 아침으로도, 소풍 도시락으로도 두루 사랑받았다. 때로 고급 재료를 넣은 샌드위치보다 달콤한 딸기잼과 짭조름한 햄이 이루는 ‘단짠’의 맛이 더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샌드위치를 담은 접시는 마운틴 제품.

가족 외식하는 날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한 경양식집. 말그대로 ‘가벼운 양식’이란 의미의 경양식은 사실 일본을 한번 거쳐 번안된 서양 음식이다. 대표 메뉴는 “맛의 색다름을 위해 역시 데미글라스 소스를 얹은 햄버거스테이크가 일품”(동아일보 1999년 10월 1일)이라 했다. 후춧가루를 뿌린 따뜻한 수프와 햄버그스테이크, 가지런히 놓은 포크와 나이프는 가족이 모처럼 외식하던 날의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햄버그스테이크를 담은 접시와 스프를 담은 볼과 접시, 커피잔과 받침은 모두 빌레로이앤보흐 제품.

신세대의 분식

1980년대에 이르러 "프라이팬에 직접 요리해 먹도록 하는 즉석 떡볶이가 새롭게 등장”(매일경제 1981년 2월 4일)했는가 하면, “신세대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게 떡볶이의 변형인 떡꼬치”(경향신문 1996년 1월 22일)도 개발되었다. 한때 최신 스타일의 분식은 이제 친구들과 추억을 함께한 음식으로 자리한다.

떡꼬치를 담은 접시와 원형 접시는 덴비 제품, 머그잔은 커먼키친 제품.

젊은이의 입맛 
오늘날 ‘일본식 양식’으로 분류하는 오므라이스는 그때 그 시절 젊은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가장 이국적 음식이었다. “외국제 요리에서처럼 오므라이스로 젊은이들의 구미를 돋우어주면 더욱 좋다”(매일경제 1974년 4월 18일)는 기사처럼 서양식 달걀 요리인 오믈렛의 퓨전 격인 오므라이스가 당시에는 경양식집에 가서야 맛볼 수 있는 서양 음식의 대명사였다.

접시와 찻잔, 소스볼은 모두 빌레로이앤보흐 제품.

거리의 유혹
추운 겨울날 발길을 붙잡던 풀빵은 우리네 전통 간식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국화빵, 문화빵, 붕어빵 등의 명칭으로 불리던 풀빵은 요즘 일식 오방떡 혹은 모꼬지라는 귀에 거슬리는 이름으로 급속히 대중 속에 침투되고 있는”(매일경제 1981년 2월 4일)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러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지만, 리어카도 찾기 힘들어졌으니 풀빵으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은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풀빵을 담은 접시는 덴비 제품, 만화책과 컵은 마운틴 제품.

도심의 피서지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관 옆 골목의 포장마차 거리가 여름의 명물로 등장한 것”(동아일보 1983년 8월 3일)이 1983년의 일이다. 여름밤 노천 가게에 앉아 소주에 안주 몇 점을 곁들여 먹는 것이 그 시절 도심의 피서법이었던 것. 쫀득하게 씹히는 매콤한 맛의 오돌뼈와 곰장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속을 정겹게 달래준다.

나무젓가락 밑에 접시는 덴비 제품, 음료수 병은 마운틴 제품.

신문물의 유행
약 40여 년 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튀긴 닭과 깡통에 든 음료수가 요즘 부쩍 유행한다”(동아일보 1981년 5월 22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깡통에 든 음료수라 함은 콜라일 터. 21세기 공전의 히트를 친 ‘치맥’이란 조합은 이미 그 시절에 짐작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식어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 어린이들이 자란 ‘어른들이 좋아하는’ 켄터키 치킨으로.

무를 담은 접시는 트리트리 제품, 콜라병과 통조림 캔, 치킨을 담은 볼은 모두 마운틴 제품.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 요리와 스타일링 민송이·민들레(7doors) | 어시스턴트 최승연(7doors)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