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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음식, 사람을 매개하고 영화, 삶을 그리다
사람들 사이에 음식이 놓이고, 영화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음식은 삶 자체다. 음식과 영화를 매개로 세계 곳곳의 문화와 삶을 보여주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주)오뚜기가 메인 후원사로 함께한 영화와 음식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10월 2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린 이번 영화제를 일곱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비리디아나>
친환경은 식탁의 미래다

<조작된 밥상>
서울국제음식영화제(이하 SIFFF)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와 식문화를 생각하는 영화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비영리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 암 투병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10년간 유전자 조작 식품의 영향을 탐구하는 <조작된 밥상> 등 이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소중한 다큐멘터리들.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단순히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를 모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알차게 이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영화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전의 재발견

<오차즈케의 맛>
독특한 에로티시즘으로 이름난 비가스 루나 감독의 대표작 <하몽하몽>은 하몽jamon 공장을 배경으로 사랑과 욕망, 스페인 사회상을 담은 영화다. 새파랗게 젊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등장할 때 돼지 넓적다리로 만든 하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왜 처음 볼 때는 발견하지 못했을까? SIFFF의 ‘클래식 레시피’ 섹션은 음식에 초점을 두고 옛 영화를 다시 보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올해는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비리디아나>, 오즈 야스지로의 <오차즈케의 맛>, 트란 안 홍의 <그린 파파야 향기> 등을 상영했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음식과 영화

서태화 배우의 '한국식 양념 소고기 바비큐'
SIFFF를 상징하는 대표 이벤트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아트나인 테라스에서 유명 셰프들이 만든 요리와 함께 음식과 관련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속 주제와 밀접한 음식을 제공해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가성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가 모두 뛰어나 예매 단계에서 매진되는 인기 행사다. ‘중화복춘’ 정지 선 셰프의 딤섬, ‘소브레메사’ 에드가르 케사다 피사로 셰프의 타파스, ‘미엔아이’ 최형진 셰프의 대만식 우육면 등을 상영작과 매치했다. SIFFF에 1회부터 계속 참여하는 단골 관객이 유난히 많은 비결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맛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재구성>
올해 특별전은 ‘스페인의 맛’이라는 주제로 영화와 요리에서 모두 오랜 전통과 풍부한 유산을 자랑하는 스페인 음식 영화를 선보였다. 앞서 소개한 루이스 부뉴엘과 비가스 루나 등 스페인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의 고전부터 최신 다큐멘터리까지 스페인 음식과 문화,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장편영화 여섯 편을 상영했다. 개막작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재구성> 상영이 끝난 후 열린 ‘스페인의 밤’ 행사에선 행사 공식 스폰서 오뚜기가 역시 스페인 화가인 호안 미로와 협업한 ‘진라면 x 호안 미로’ 한 박스씩을 참석자에게 증정했다.


간편한 단편

<맛있는 여행>
장편영화가 소설이라면 단편영화는 시 또는 짧은 에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편에 비해 단편영화는 실험적이고 어렵다는 통념이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장의 흥미로운 음식 영화를 모은 SIFFF의 ‘오감만족 국제단편경선’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85개국에서 응모한 6백76편의 영화 중 엄선해 상영한 21편 중에서 러시아 영화 <안나와 바노, 욕조와 와인>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인류 최초의 음식 중 하나인 와인을 인물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해결하는 캐릭터처럼 다룬 기발한 영화. 심사위원인 이철하 감독은 “한숨에 보게 되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SIFFF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관객상과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동시에 수상한 <치킨 파이터즈>를 추천한다. 가장 대중적 먹거리인 치킨을 통해 20대 여성의 사회적 어려움을 재치 있게 표현한 스토리에 관객석이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짧고 직접적인 만큼 객석의 반응도 즉각적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셰프의 인생은 영화다

<소년 셰프 플린>
세계적 셰프와 그들의 요리, 삶과 철학을 통해 요리 예술의 세계를 담아낸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셰프의 스페셜’ 섹션에선 <라멘왕 오사무>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엘라 브레넌, 식탁을 이끌다> 등의 영화를 선보였다. SIFFF의 원윤경 프로그래머는 친구들을 보조 요리사로 고용하고 이웃집 뒤뜰에서 찾아낸 재료로 코스 요리를 선보여 집 거실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킨 열 살 소년의 이야기 <소년 셰프 플린>을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 영화로 꼽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정상을 차지한 인물의 이야기에선 언제나 배울 것이 있다.


장터로 간 SIFFF

에드가르 케사다 피사로 세프의 '스패니시 타파스'
올해 SIFFF는 영화관을 벗어나 장터로 향했다. 매주 주말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 남산골한옥마을에 전통 장터의 흥겨운 분위기와 건강한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한쪽에는 영화 애호가를 위한 기념품을 판매했다. 아울러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야외 무료 상영 행사를 열었는데, 나들이삼아 한옥마을을 찾은 많은 사람과 함께하며 축제로서 성격을 더했다. 1회부터 단골이던 한 관객은 “이렇게 좋은 문화 행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스태프들에게 간식을 사주기도 했다고.


참여하고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축제, SIFFF
영화 상영 후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 ‘맛있는 토크’, 음식 문화와 관련한 논의를 나누는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음식 관련 전문가들과 관객들이 직접 대화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제4회 SIFFF에 참가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다.



이철하 감독
집행위원, 국제단편경선 심사위원
“영화에서 음식은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음식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부하지 않을 때는 음식이 아무리 근사해도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중화복춘 정지선 셰프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딤섬과 5분 육포’
“추운 날씨에 관객분들께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동파육을 연잎으로 싼 후 찜기에 데워서 바로 서빙할 수 있도록 준비했지요. 주변 셰프들이 이 영화제를 잘 모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미엔아이 최형진 셰프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대만식 우육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공간과 여건상 힘은 많이 들지만,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했을 때 관객이 영화와 음식을 함께 즐기고, 셰프와 직접 소통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언제나 뿌듯함과 만족을 느낍니다.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배우 서태화
집행위원, 국제단편경선 심사위원,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한국식 양념 소고기 바비큐’“너비아니구이를 재해석해서 고기 양념에 버터를 더하고, 채소에 들기름과 된장을 버무렸습니다. 상영하는 영화와 관련 있는 음식을 제공하니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객석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음식 연구가 홍신애
국제단편경선 심사위원
“매해 각기 다른 나라의 음식을 주제로 개막식을 여는 행사는 오직 서울국제음식영화제뿐입니다. 올해는 대형 파에야부터 타파스, 하몽까지 스페인 축제 현장처럼 꾸몄지요. 행사를 찾은 분들을 위한 선물 역시 호안 미로의 작품이 그려진 진라면이었고요!”



이욱정 PD
<치킨인류> 맛있는 토크, 포럼
“우리가 여행을 갈 때 어느 정도의 계획을 짜고 가지만, 여행의 매력은 갑자기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골목을 만나는 데 있잖아요. 그런 예측 불허의 우연이 다큐멘터리의 매력입니다.”

글 정규영기자 | 자료 제공 서울국제음식영화제사무국(www.sif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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