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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깨고 단순하게 이렇게 쉬운 차茶
격식을 배제하고 손쉬우면서 편안하게 즐기고자 하는 요즘 세태가 반영돼 차도 변하고 있다. 현재 가장 핫한 일본의 차 전도사 오니시 스스무가 새로운 발상과 모던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차를 제안한다. 단순하지만 세련된 차의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명백백 홍차의 정취 스트레이트티
홍차의 제맛과 향, 물빛을 즐기고 싶다면 스트레이트티가 제격! 인도의 아삼Assam은 맛이 강하지만 짙은 향과 붉은색 물빛이 아름답다. 이때 찻잎은 입자가 큰 오렌지 페코Orange Pekoe 타입이 좋다. 이 밖에도 제조법에 따른 홍차의 형태에는 잘게 부순 브로큰 오렌지 페코, 으깨고 찍고 둥글게 뭉친다는 의미의 씨티씨CTC 등이 있다.

도구를 따뜻하게 데워야 맛이 밍밍해지지 않는다. 따뜻하게 데운 서버나 포트에 찻잎 4~5g을 넣고 팔팔 끓인 물 350~400ml를 부은 후 3~4분 기다린다. 찻잎과 물의 비율이 맛을 결정하므로 저울로 정확히 재는 것이 중요하며, 우린 찻물은 입맛에 맞게 조절한다. 너무 진하면 물을 더 붓고, 떫은맛이 싫다면 우유를 넣어도 좋다.

변화하는 차의 면면 콜드브루티
차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콜드 브루, 핸드 드립 등 커피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 콜드 브루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찬물로 추출하는 방식에서 붙은 이름인데, 콜드브루티도 이와 맥락이 같다. 콜드브루티는 팔팔 끓인 물로 우리는 일반 방법과 달리 저온에서 오랜 시간 추출하기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홍차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찻잎을 수확하는 계절에 따라 맛과 향에 차이가 있는 다르질링Darjeeling 중에서도 봄, 그중에서도 5~6월에 수확한 찻잎으로 만드는 두물차는 홍차 특유의 머스캣 향과 깔끔한 맛으로 콜드브루티로 즐기기에 좋다. 오가닉 제법이 발달한 네팔 티Nepal tea도 맛과 향이 좋아 잘 어울린다.

용기에 찻잎 5g을 넣고, 팔팔 끓여 식힌 물 500ml를 부은 후 냉장고에 5~8시간 정도 넣어둔다. 찻물이 우러나면 차 거름망으로 찻잎을 거른다. 이때 거름망은 조직이 촘촘한 것을 선택한다.

농후한 맛의 인기 스타 밀크티
홍차와 우유를 블렌딩한 밀크티는 홍차를 좋아하지 않는 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밀크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찻잎 선택이 중요한데, 이때 씨티씨 방식으로 만든 홍차를 고르면 실패하지 않는다. 빛깔은 물론 풍미도 강해 그대로 마시면 떫지만, 진한 색과 깊은 맛 덕분에 우유와 섞어도 맛이 묻히지 않고 향미를 그대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아삼이고, 우바, 기문, 딤불라 등도 우유와 섞으면 떫으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취향껏 선택한다.

편수 냄비에 찻잎 5g과 물 100ml를 넣고 물빛이 적갈색을 띨 때까지 끓인다. 잔에 우유를 60%가량 부은 다음 찻물을 차 거름망으로 걸러 붓고 스푼으로 저어 즐긴다. 냄비에 우유를 부어 함께 끓여도 맛있는데, 찻물이 적갈색을 띨 때 우유 200ml를 넣어 끓인다. 냄비 가장자리에 거품이 약간 일 때까지 끓이면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고, 냄비 가운데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까지 끓이면 맛이 진해진다.

창의성과 다양성의 결과 차이버블티
차이chai(또는 짜이)는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차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은 인도에서 맛볼 수 있는 마살라 차이masala chai를 가리키며, 요즘은 인도식 밀크티를 ‘차이티chai tea’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이티는 홍차를 베이스로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따뜻한 우유를 넣은 뒤 갖은 향신료(계피·정향·후추·생강 등)와 설탕을 첨가해 달콤하게 즐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이스 밀크티에 치즈를 토핑하는 치즈티가 인기인데, 그만큼 요즘 차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로 진화하고 있다. 차이티에도 향신료 대신 캐머마일, 민트, 라벤더 등 허브티를 넣으면 향기롭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거품기로 우유 거품을 만들어 풍성하게 올리면 식감은 물론 기분까지 온화해진다.

차이티는 밀크티와 달리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끓이지만, 홍차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밀크티처럼 씨티씨 제법의 찻잎이 가장 좋다. 편수 냄비에 찻잎 3g, 허브티 1g, 설탕 5g, 우유 200ml를 한꺼번에 넣어 끓인다. 찻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고, 냄비 표면에 작은 거품이 생기면 차 거름망에 찻물을 밭아 컵에 담는다. 거품기로 우유 거품을 풍성하게 만들어 위에 올리면 완성.

낭만적인 허브티 로즈부케티
훌륭한 음식은 담음새부터 남다르다. 차 또한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허브와 말린 꽃 등을 실로 묶어서 만든 허브티인 부케티bouquet tea는 그 모양새부터가 근사하다. 홍차에도 과일이나 꽃, 허브 등의 향을 더해 즐기는 플레이버드티flavored tea가 있지만, 부케티는 서양 요리에서 다양한 향신 채소로 만드는 부케가르니bouquet garni를 모티프로 한 것. 프랑스어로 ‘향초 다발’이라는 뜻으로, 결혼식에서 사용하는 부케처럼 재료를 한데 모아 만든다. 특히 장미와 인동을 추천하며, 그 맛과 성질이 잘 어울리므로 부케티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팔팔 끓여 식힌 뜨거운 물에 부케티를 넣어 우린다.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면 부케티를 건져낸다.

어른들의 맛과 향 스모크시나몬티
발상을 새롭게 한 스모크시나몬티는 어른의 티타임을 위한 연출이 돋보이는 홍차다. 찻잔도 격식에서 벗어나 위스키용 테이스팅 글라스를 사용했고, 아이스티지만 연기를 더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모크한 향이 나는 찻잎으로 만든 아이스티에 시나몬을 살짝 그을려 낸 연기를 넣은 것으로, 글라스 뚜껑을 열어 연기를 날리고 나면 아주 살짝 단맛이 난다. 중국 안후이성의 대표적 홍차로 은은한 향이 특징인 기문keemun을 비롯해 대만 홍차, 꿀향홍차 등 떫은맛이 적고 시나몬 향과 잘 어울리는 홍차로 만든다.

편수 냄비에 물 150ml와 시나몬 스틱 1큰술을 넣어 끓인다. 우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식히는데, 이때 시나몬의 단맛이 뜨거운 물에 녹아난다. 물이 식으면 불을 다시 켰다가 끓어오르면 불을 다시 끄고 찻잎 2g을 넣어 2분간 우린다. 내열 용기에 얼음 150g을 넣은 뒤 차 거름망에 찻물을 밭아 빨리 섞는다. 위스키용 글라스에 아이스티를 넣고 여기에 시나몬 스틱을 태워 연기를 넣고 뚜껑을 닫는다.

아이디어와 미학의 조화 바이컬러허브티
주스의 단맛을 줄이고자 허브티와 섞어 마시던 것을 톡톡 튀는 비주얼로 승화한 바이컬러허브티. 달콤한 음료가 아래쪽에 가라앉는 성질을 이용해 두 가지 컬러가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한 것으로, 콘트라스트(대비)가 강할수록 색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오렌지, 레몬 등의 과즙과 꿀을 섞어 시럽을 만든 뒤 유리컵에 넣고, 그 위에 라벤더로 만든 아이스티를 부으면 라벤더와 산이 반응해서 옅은 핑크색을 띠는데, 아름다운 색감 덕분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라벤더 외에 감귤류와 궁합이 좋은 캐머마일, 민트 등 허브티로도 즐겨보자.

포트에 허브티와 끓인 물을 넣고 2분간 우린다. 유리컵에 얼음 100g을 넣은 뒤, 차 거름망에 찻물을 밭아 섞는다. 오렌지 주스(또는 레몬 주스) 30g에 꿀 15g을 섞은 뒤 얼음을 넣은 유리컵에 부은 다음, 그 위에 천천히 허브 아이스티를 붓는다.


오니시 스스무
“즐겁게, 간단하게, 편안하게!”


“홍차를 고를 때는 유행, 값어치 등을 따지기 전에 스스로 맛있다고 느껴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홍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끓여보고 마셔봐야 한다. 그러면 홍차를 끓이는 실력도 늘고, 입맛에 맞는 풍미의 홍차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홍차 하면 꽃무늬 본차이나 티포트와 찻잔, 3단 디저트를 마주하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격식을 갖춰 즐기는 까다로운 문화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한데 저서 <어바웃 티>(디자인이음)를 통해 약간의 요령과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맛있게 홍차를 끓일 수 있다고 피력한 저자 오니시 스스무가 소개하는 홍차는 다르다. 쉽고, 간단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즐겁다. “나는 홍차를 마시는 것보다 끓이고 우리는 과정을 더 좋아한다. 그 과정은 절대 어렵지않다. 포트만 있어도 되지만, 그도 없다면 집에 있는 편수 냄비 하나로도 충분히 홍차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계량스푼, 저울, 차 거름망, 타이머 등 취향에 맞는 홍차 도구 몇 가지를 갖추면 그 과정은 더욱 즐거워진다. 이것이 차를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실제로 그가 홍차 끓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쉽다. 내열유리 포트와 냄비, 몇 가지 도구만으로도 훌륭한 홍차를 만든다. 찻잔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해 맛은 물론 세련된 모양새까지 갖추었다. 까다로운 격식과 과정을 쏙 빼고 그야말로 정수만 남긴 듯하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 그대로 단순한 게 최고다. 홍차를 즐기는 데도 이 철학이 녹아났을 뿐이다. 나는 계보가 없다. 정식으로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니 영국풍, 인도풍… 어떤 스타일이 아닌 그저 내 방식대로 즐긴다. 티 클래스를 하는 이유도 나에게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홍차에 대한 부담스러운 인식을 버리고 ‘이 정도면 나도 집에서 해봐야지’ 하고 편하고 즐겁게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는 요즘 일본에서 핫한 인물로 꼽힌다. 맛있다고 소문난 디저트 숍에서 협업하기 위해 줄을 잇고, 지난여름에는 허브 요리 전문가이기도 한 박현신 푸드 콘텐츠 디렉터의 초청으로 한국에서도 티 클래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홍차에 뜻을 둔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카페를 동경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홍차 전문점에서 일하면서 찻잎 도매일을 시작했고, 이때 산지에서 양질의 홍차를 맛보고 그 매력에 눈뜨게 되었단다. 시즈오카현의 누마시에서 홍차 교실을 겸한 홍차 찻집 ‘테테리아’를 하기도 한 명실상부 차 전문가이건만 그는 자신을 ‘홍차를 파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홍차 판매 사이트(teteria.shop-pro.jp)에서 그가 엄선한 홍차를 만날 수 있다. 심플한 차를 소개하고자 한다는 그가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이렇다. 각각의 산지를 느낄 수 있을 것, 매일 마셔도 편안할 것, 기분 좋은 떫은맛과 끝 맛이 좋을 것. 그리고 가격이 합리적일 것.

글 신민주 | 사진 박찬우 | 참고 도서 <어바웃 티>(디자인이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