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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늘_ 입말한식, 오래된 맛 마늘육개장과 마늘고추장

마늘로 갖가지 음식을 차린 이은자 씨의 밥상. 그의 아버지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마늘을 찌거나 국에 넣어 먹었다.

이은자 씨가 태어나고 자라 가족과 함께 살던 집 대문 앞에 남편 박용웅 씨와 함께 섰다. 집 바로 옆에 있는 육쪽마늘밭이 삶의 터전이다.

친정 엄마에게 음식을 배웠다는 이은자 씨가 조리법을 손 글씨로 적었다.
“가을에 마늘을 심고 겨울을 나면 초봄부터 마늘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마늘 대부터 마늘종까지 먹고 나면 초여름부터 햇마늘이 나요. 그럼 햇마늘을 실컷 먹고 나서 잘 말려 겨울까지 국도 끓여 먹고, 밥할 때도 넣고 장아찌도 해 먹고 장도 담그고….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마늘을 통째로 넣어두면 겉이 살짝 타면서 단맛이 진해져 참으로 맛있어요. 사람들은 마늘이 맵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마늘이 늘 달다고 생각하면서 먹어왔어요. 추울 때는 마늘육개장을 끓였어요. 푹 삶아 찢은 양지 고기랑 고사리, 숙주나물을 넣고 끓여 다진 마늘을 왕창 넣어요.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마늘 고추장도 매년 담갔어요. 마늘을 푹 찌고 곤죽이 될 때까지 으깨서 고추장에 섞어줘요. 그럼 고추장 맛이 달고 구수해서 볶음이나 무침에도 사용했어요. 만날 손에서 마늘 냄새가 빠질 새가 없었네요.”_ 이은자 농부의 입말

제주도의 마농, 전라도의 마널, 경상남도의 마알, 경상북도의 마울, 강원도의 마눌, 충청도의 마늘 장다리….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만큼 생김새도 맛도 다르다. 제각기 다른 마늘의 입말한식 속에서 같은 점을 꼽자면 1년내내 말리거나 절여 먹어온 저장식이라는 것이다. ‘먹는 것이 곧 나’라고 이야기한다면 한국인은 마늘일 것이다. 서산의 이은자 농부처럼 밥과 찬으로 먹어온 마늘 음식이 있다면 제주도나 북한처럼 밥보다 약으로 쓴 경우도 많다. 감기나 몸살이 났을 때 마늘을 고아 먹어온 제주도의 마늘조청, 염증 발생이나 세균 번식을 막아준 충청도와 북한의 마늘술이 그러하다. 생으로 먹어야 제맛인 진천 마늘, 볶음용으로 어울리는 의성 마늘, 구워 통으로 먹으면 좋은 남해 마늘 등 자신의 마늘 취향을 찾아볼 때이다. 

글 아부레이수나(하미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