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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문화 공간 모스가든 어쩌면 영원할 이야기
논현동 작은 정원을 품은 공간에는 한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버텨온 이끼 같은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꽃과 건강한 음식, 아름다운 소품으로 가득한 공간을 돌보며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세상에 말을 건다.

디자인 스폿 6
<행복>의 기준으로 매달 한 곳의 리빙 디자인 스폿을 선정합니다. 생활 속 감각 지수를 높이고 싶을 때, 리빙 디자인 스폿을 찾아보세요.

모스가든에 아름다운 꽃과 식물로 생명을 불어넣는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의 스튜디오.

공간 기획과 브랜딩을 총괄하는 김혜진 대표(오른쪽)와 서은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척' 하면 '착' 맞는 둘을 보고 누군가는 신이 내린 궁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식물이다. 비록 이끼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지만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가장 먼저 나타나 정착하면서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든다.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에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고, 작은 동물은 이끼의 품에서 살아가며 영양분을 얻는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만나 15년간 영화 포스터를 제작할 만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두 여자는 좋은 디자인이 이끼처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건물은 정원을 품은 ㄷ자 형태예요. 멋진 사람과 건강한 음식, 즐거운 이야기를 품은 공간에서 디자인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모스가든을 총괄하는 김혜진 대표와 서은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입 모아 말했다.

좋은 디자인에 마땅한 물건을 팝니다
디자인이 중심이라고 해서 겉만 번지르르한 핫 플레이스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은 좋은 공간과 멋진 디자인에 마땅한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맛있는 건강식을 요리하는 레스토랑 ‘굿사마리안레시피’, 글루텐 프리 케이크와 건강 음료를 선보이는 팜 메이드 카페 ‘생 루크마리’, 뉴욕에서 온 스타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Zinna James의 플라워 스튜디오가 경계 없이 한데 어우러진다. 플라워 스튜디오와 카페 사이에는 인테리어 소품과 식기, 식자재 판매 코너가 있어 숍을 더욱 밀도 있게 만든다. 히라노 나오야의 사랑스러운 해피 클레이 식기부터 네덜란드 브랜드 아이 일루미네이트Ay illuminate 같은 조명등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했다. 공간 중심에는 바우하우스 시대의 빈티지 의자부터 현대 디자이너의 조명까지 자유롭게 배치해 음식을 먹으면서도 디자인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미국의 수제 타일 브랜드 타바카 스튜디오Tabarka Studio의 은행잎 테라코타 타일로 꾸며 화장실에서도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2층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소선이 운영하는 빈티지 가구점 ‘소선 취향’이 입점해 갤러리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더한다. 건물 어디서든 창 너머에는 시선이 닿기를 기다리는 푸른 정원이 보인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부터 <아가씨>까지 국내의 굵직한 영화 포스터를 디렉팅해온 디자인 스튜디오 ‘꽃 피는 봄이 오면’과 함께 24년의 시간을 버텨온 김혜진 대표와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콘텐츠 브랜딩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27년 경력의 서은영 디렉터. 두 선수는 모스가든을 준비하는 8개월 동안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절대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각자의 업계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버티며 깨달은 진리는 시간을 들인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실로 굿사마리안레시피와 생 루크마리에서 쓰는 모든 재료는 그들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찾아낸 정직하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공수해 온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두 사람의 손길로 재탄생한 제품이 대부분. 부모님이 키우는 농산물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자녀가 예쁜 패키지를 입혀 판매하는 산들녘이나 꿀건달 같은 브랜드도 있지만, 품질은 좋은데 투박한 패키지로 주목받지 못하는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어울리는 리빙 브랜드를 만나면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해피 클레이 식기는 모스가든의 카페와 식당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제품이다.

우아한 옥색 테이블웨어는 리빙 브랜드 파이어킹Fireking의 제품으로 모스가든에서는 김혜진 대표와 서은영 디렉터의 취향으로 셀렉한 리빙 소품을 만날 수 있다.

벤트우드 기법을 창시한 가구 디자이너 미하엘 토네트Michael Tohnet의 후손이 만든 오스트리아 가구 브랜드 GTV의 2인용 소파가 배치되어 있다.

유럽의 정원에 온 듯 분수가 있는 작은 연못은 모스가든의 숨은 공간이다. 연못 뒤편에는 여섯 명 정도를 수용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의 물 소리를 들으며 직원이 휴식을 취한다.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의 테라스는 인기가 높다.

레스토랑에는 다양한 디자인 가구를 배치해 손님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가구는 모스가든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가방 디자이너 출신인 배은영 셰프는 건강한 사람도 아픈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하며 보람을 느낀다.

식용 생화와 계절 과일이 먹음직스럽게 올라간 플로럴 프레시 타르트와 봉화농장 비트, 청송농장 사과 그리고 레몬으로 만든 주스, 아보카도와 사과를 갈아 넣은 스무디는 모스가든의 대표 메뉴.
이야기를 품는 정원
모스가든을 찾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매력을 느낀다면, 함께 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람과 제품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 덕일 것이다. 거대한 알로에와 짙은 향을 내뿜는 로즈메리, 파파야나무와 쓰러진 고목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원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유명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의 작품. 사랑하는 이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지만 이방인으로서 고충을 겪은 그는 이제 낯선 타국의 정원에서 새로운 창의성을 분출한다. 건강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굿사마리안레시피는 김혜진 대표가 아픈 아들을 위해 만드는 요리 레시피와 식자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것. 보기엔 평범한 메뉴지만 만드는 과정은 비범하다.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과 꿀로 단맛을 내고, 플랫 브레드를 제외한 나머지 메뉴는 100% 통밀을 써요. MSG는 당연히 안 쓰고요. 새우와 주꾸미를 제외한 모든 해산물도 매일 아침 공수해 와 직접 다듬어 요리합니다.” 아직 오픈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 중인 모스가든은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오랫동안 많은 분에게 사랑받아 브랜드가 성장하면 좋겠지만, 그 영향력을 선한 일에 쓸 수 있는 철학과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으면 합니다. 로고 속 코끼리처럼요. 몸집이 거대하지만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고, 무엇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동물이 잖아요.”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39길 12 문의 02-546-8532

이세진글 이세진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