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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_ 입말한식, 오래된 맛 톳밥과 해초무침
소박한 소반 위에 문미순 씨가 일상식으로 먹어온 해초 밥상을 차렸다. 이 지역에서는 해초에 된장을 넣어 무쳐 먹거나 국으로 끓여 먹었다.

물 빠진 바닷가에 나란히 선 문미순ㆍ김영민 모자.

어릴 적부터 먹어온 해초무침과 톳밥 조리법을 문미순 씨의 손자가 대신 적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엄마가 해주신 음식이거든요. 그때 먹은 음식을 지금도 똑같이 해 먹어요. 청각은 말려서 사용하거나 데쳐서 먹어야 해요. 너푸(넓패)는 귀해 국으로 끓여 먹는데 뜸부기만큼 맛이 좋아요. 없이 살 때는 갈포래도 먹고 까막살이도 뜯어서 먹었어요. 부잣집은 톳밥을 해 먹었고요. 이 동네 주식이 고구마였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톳밥을 해 먹을 보리쌀도 없었지요. 해초는 차가워서 많이 먹으면 속을 버려요. 그래서 데쳐서 조물조물 무쳐 먹고, 끓여 먹고, 찍어 먹으면 몸에 탈이 나지 않았어요. 파래만 생으로 먹고 다른 것은 다 데쳐서 먹어요. 파래에 김치 국물과 삭힌 고추, 매실장아찌, 참기름을 넣어 무쳐 먹기도 했지요. 푸성귀는 밭에서 나지, 바다에서는 고기 나지, 그러니 시장 갈 일이 없고 뭐든 다 집에서 해 먹었어요. 여기 사람들은 다 해초에 된장을 넣어 먹어요. 된장, 간장이랑 막걸리 식초는 직접 담가 먹고요. 1월에 장 담글 때 말린 다시마를 넣어 간장을 만들어 먹어요. 먹어보면 뭔 맛인지는 모르겠는데 뭐라 할까요, 단맛이 많이 납니다.” _문미순 씨의 입말


강원도엔 나물 노래가 있다. 산속의 수많은 이파리 중에 먹을 수 있는 잎을 어릴 적부터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노래를 부르며 기억했기 때문이다. 철마다 나는 푸른잎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잎을 구별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방법까지 아는 것은 집안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 논도 밭도 산도 헐벗는 겨울 섬마을의 유일한 생나물은 바다의 해초. 각종 미네랄과 칼슘, 비타민까지 풍부해 완전식품인 해조류는 섬마을 밥상에 보배 역할을 했다. 문미순 씨는 해초를 바라보며 어떤 것을 먹을 수 있고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동네 어른들의 입과 손을 통해 터득해왔을 것이다. 그의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양념은 된장, 다시마 간장, 막걸리 식초다. 여기에 무, 파, 마늘, 굴, 해삼 등을 곁들여 음식을 짓는다. 차가운 성질을 지닌 해초는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 냉기를 빼기 위해 데쳐 먹거나 열을 내게 하는 고추, 마늘, 생강, 파를 양념으로 곁들여 조화로운 음식을 지어 먹어왔다.

글 아부레이수나(하미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