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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의 도쿄 리스트
최근 지인들을 보면 짧게든 길게든 다양한 테마로 일본을 여행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3천만 명을 넘어,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연간 외국인 관광객 4천만 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듯 특히 도쿄는 미식 여행을 하기에 더욱더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음식에 관해서라면 가장 빠르고 믿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의 여행 코스를 따라가봤다.

2017 아시아 베스트 페이스트리 셰프인 가즈토시 나리타 셰프의 에스키스 셍크. 이곳의 디저트들은 계절감이 있다.

UN 대학교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 생산자, 농부, 셰프, 소비자가 함께한다.

추억의 시부야 음악과 세련된 바텐딩을 즐길 수 있는 트렁크 호텔의 바.
공간과 푸드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자타공인 남부럽지 않은 ‘먹는 존재’가 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 전후로 가장 자주 발걸음을 하는 도시, 도쿄. 1년에 대여섯 번은 족히 방문하게 되는 이 요망스러운 매력의 도시는 매번 색다른 얼굴로 나를 반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로 채워진 스폿마다 스탬프를 찍어 랠리를 돌거나, 주말마다 아오야마 UN 대학교 광장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UNU에서는 정기적으로 빵과 커피를 단독 콘텐츠로 다뤄 축제를 연다. 운이 좋으면 예약하기 어려운 프렌치 레스 토랑 ‘레페르베상스L’effervescence’의 나마에 시노부Namae Shinobu 셰프가 만든 미트볼 샌드위치를 푸드 트럭에서 사 먹거나 여행 중 잠시 파머스 마켓에 들른 ‘노마NOMA’의 레네 레드제피Rene Redzepi 셰프와 우연히 마주쳐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트렁크 호텔 내 레스토랑 키친Kitchen. 수프 한 가지와 음식 세 가지로 구성한 브런치도 인기가 좋다.

아사쿠사에 위치한 와이어드 호텔. 아사쿠사 지역 명소를 소개한 서른 장의 카드로 나만의 ‘1마일 가이드북’을 만들 수 있다.

아사쿠사 지역의 예술가.공예가들의 작품을 선별해 룸에 비치하고 판매용 제품은 로비에 전시, 판매한다.

야쿠모 사료의 화과자. 차 코스를 주문하면 마지막에 선택할 수 있는 이 수려한 모양의 화과자는 선물용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야쿠모 사료의 모던한 실내. 긴자의 히가시야 등 시내에 위치한 매장 등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야쿠모 사료 특유의 분위기를 놓칠 수 없다. 특히 묵직한 카스텔라는 반드시 구매하길.

지역 감성과 협력한 커뮤니티 호텔
출장 계획이 잡히면 가장 먼저 숙소를 정한다. 지난 한 해 도쿄의 새로운 숙소들이 약속이나 한 듯 꺼내 든 카드는 ‘로컬라이징localizing’과 ‘소셜라이징 socializing’이다. 2020년 7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관광과 관련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전통문화 요소를 지역사회와의 협력 체제로 묶어 호텔이나 숙소 등에서 외국인 여행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로컬라이징 작업을 하고, 이 과정에서 각각의 전문가가 ‘따로 또 같이’ 협력해 하나의 결과물로 귀결되는 소셜라이징 작업을 실행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5월 오픈한 시부야의 트렁크 호텔Trunk Hotel의 경우, 건물 하나에 웨딩 이벤트를 위한 웨딩룸과 하객들이 다 같이 묵기 좋은 스위트룸 등이 준비되어 있고, 룸에는 일회용 슬리퍼 대신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든 샌들과 철제 폐자재로 만든 행어나 보관함을 비치했다. 또 호텔이 위치한 시부야의 독특한 감성과 음악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홀 중앙에 라운지lounge 바를 마련했다. 심지어 다양한 음료와 간식, 디자인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숍shop에는 시부야에 자리한 유명한 커피, 도넛, 초콜릿 숍 제품이 가득하다.

아사쿠사 지역의 와이어드 호텔Wired Hotel은 ‘로컬 커뮤니티 호텔’을 표방하며 백패커를 위한 벙커룸부터 스위트룸까지 다양한 세대와 타깃층을 아우르는 공간을 준비했다. 가장 핫한 백화점 긴자식스Ginza Six의 푸드 홀을 만든 카페컴퍼니Cafe Company와 에이스 호텔Ace Hotel을 브랜딩한 OMFGCO팀의 솜씨가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특히 지역 장인들의 공예품을 전시해놓은 로비 벽에는 이 호텔을 기준으로 반경 1마일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와 맛집을 소개하는 서른 장의 카드를 걸어놓아 그중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자신만의 ‘1마일 가이드북’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여행의 호사, 우아한 조식
출장이든 여행이든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단번에 눈뜨게 만드는 건 단아하게 차려진 일본식 조찬이다. 일본 문화와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에 꼭 챙겨먹는 편이다. 최근 가장 우아한 아침을 맞이한 곳은 디자이너 오가타 신이치로의 역작으로 꼽히는 ‘야쿠모 사료Yakumo Saryo’다. 그가 만든 일회용 그릇 와사라wasara부터 안다즈 호텔, 이솝 도쿄, 레스토랑 히가시야마, 화과자 전문점 히가시야 긴자 그리고 최근 긴자식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감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화룡점정은 바로 야쿠모 사료다. 이 콧대 높은 다이닝 클럽을 예약하려 몇 번 메일을 보냈는데, 계속되는 퇴짜에 오기가 날 지경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 ‘아사차Asacha’라는 3천5백 엔짜리 조식은 웰컴티로 시작해 밥과 죽 중 하나를 선택하면 플레이트에 생선과 달걀말이,절임 반찬 등이 함께 나온다. 그리고 화과자와 말차로 마무리되는 코스 요리다. 하지만 식사 공간의 수려한 분위기와 차분하게 내려앉은 햇살이 더할 나위 없는 호사를 선사한다. 조식과 점심 식사는 이메일과 전화로 예약을 받지만 저녁은 클럽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차와 화과자만 즐긴다면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다. 특히 난황을 듬뿍 넣어 오랜 시간 은은하게 구운 묵직한 카스텔라는 일본에서 맛본 것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맛이니 꼭 먹어볼 것.

반드시 일본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74년 전통의 식빵 브랜드 펠리컨 Pelican에서 최근 오픈한 ‘펠리컨 카페’의 식빵 정식을 추천한다. 근처 본점에서 받아 오는 펠리컨 식빵을 도톰하게 잘라 철망에 직화로 구워 버터와 잼, 커피와 함께 세트로 판매한다. 가장자리를 자르고 버터를 발라 구워낸 러스크와 새우ㆍ돈가스ㆍ햄ㆍ치킨 등 다양한 부재료로 속을 채운 식사용 샌드위치, 과일과 생크림이 가득 든 디저트용 과일 샌드위치도 구비했다. 최근 74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브랜드 북과 다큐멘터리 영화도 개봉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요요기 공원역 부근의 ‘패스Path’라는 카페가 오전 8시부터 아침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셰프와 파티시에가 오픈한 두 번째 매장으로, 공간은 작지만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브런치 메뉴와 직접 구운 빵을 판매하고,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는 와인 페어링이 훌륭한 비스트로로 변신한다. 대표 메뉴로는 생햄과 부드러운 부라타burata 치즈를 더한 더치 팬케이크, 오전 중에 동이 나곤 하는 크루아상과 팽오 쇼콜라. 커피는 근방의 유명한 카페 ‘리틀 냅 커피Little Nap Coffee’와 ‘푸글렌Fuglen’ 중 선택해서 맛볼 수 있다. 마니아층이 두꺼운 까닭에 오픈 시간에 맞춰 가거나 예약 후 저녁 시간대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야마노우에 호텔(힐탑 호텔이라고도 부른다)의 일본식 조식. 유명한 문인들이 드나들던 곳이라 그런지 소홀함 없는 구성과 맛이다.

하야토 다루이 셰프와 가족이 15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다루이 베이커리. 소박한 규모의 공간이지만 빵 맛은 탁월하다.

코끼리 로고가 인상적인 작은 카페 쇼조 커피. 바로 옆의 블루보틀보다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카페오레를 추천한다.

요요기 공원역 부근 비스트로 패스의 ‘크로크 마담’. 오전 8시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기 비결은 직접 만드는 빵과 소수에 집중하는 메뉴다.

에스키스 셍크의 디저트는 일본 특유의 재료를 사용해 향과 섬세한 기술을 뽐낸다.

맛과 멋을 치밀하게 버무린 디저트 숍과 카페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빵과 디저트다. 얼마 전 15주년을 맞이한 작은 빵집 ‘다루이 베이커리Tarui Bakery’는 쓰지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15년간 경력을 쌓은 하야토 다루이Hayato Tarui 셰프가 아내와 딸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작지만 내실 있는 도쿄의 빵집 중 한 곳으로, 빵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뛰어나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콩배기를 크림 사이에 톡톡 박아 넣은 기다란 빵이 유독 맛있었다. 특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라이프 선Life Sun’ 역시 <킨포크>에 소개되어 손님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 다루이 베이커리의 빵을 식전빵으로 사용하며 따로 또 같이 협력해 만들어가는 공간이랄까. 도쿄의 손꼽히는 디저트 숍을 꼽자면 제과계의 전설로 불리는 이데미 스기노Hidemi Sugino 셰프의 긴자 디저트 숍과 지난해 아시아 베스트 페이스트리 셰프로 뽑힌 가즈토시 나리타Kazutoshi Narita 셰프의 ‘에스키스 셍크Esquisse Cinq를 들 수 있다. 에스키스 셍크는 긴자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에스키스의 디저트 숍으로 도큐플라자에 입점했다. 라이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바bar에서 계절마다 준비하는 특선 디저트 메뉴를 만끽해보길 권한다.

도쿄의 거리마다 촘촘하게 들어선 커피 전문점들. 그중 오모테산도역 근처에서 일을 보는 경우가 많아 꽤 자주 들르는 작은 카페 ‘쇼조 커피Shozo Coffee’. 바로 옆 유명세 높은 카페 ‘블루보틀Blue Bottle’에 가려져 다행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름에 꼭 마셔야 하는 청량한 카페오레는 단돈 2백 엔. 그리고 직접 만들어 파는 스콘과 쿠키는 반드시 사가져 오는 아이템이다. 본점은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도치기현 숲속에 있는데 오모테산도에 복합 문화 공간 Coummun246이 오픈하면서 도쿄 지점도 함께 문을 열었다. 이 근방에는 카페 기쓰네와 마루야마 커피가 새로 오픈한 스페셜티 매장도 있다. 그리고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앞으로 가장 핫해질 거라 예상하는 ‘커피 수프림Coffee Supreme’은 지난해 10월 1일 오픈했다. 호주에 본점을 두고 뉴질랜드와 일본 매장을 운영한다. 앞서 언급한 파머스 마켓의 이벤트, ‘도쿄 커피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인기에 힘입어 오픈한 케이스. 맛있는 커피는 물론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 위치한 ‘캐멀백 샌드위치Camelback Sandwich’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스시를 만들던 주인의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는 캐멀백 샌드위치. 브리 치즈는 그렇다 쳐도 다마고 마키(달갈말이)가 바게트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레스토랑 레페르베상스 나마에 시노부 셰프의 시그너처인 순무 요리. 순무를 수비드해 버터를 입혀 구운 뒤 셀러리 퓌레와 초리소를 곁들였다.

모던 가이세키 레스토랑 덴의 샐러드. 스마일 이모티콘 모양의 당근에서 자이유 하세카와 셰프의 위트가 엿보인다.

오픈 키친을 무대처럼 활용해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레스토랑 플로릴레주.

특별한 미식 경험, 파인 다이닝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자마자 가장 서두르는 것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닝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일. 일정 중 한 번 정도의 입 호사는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가장 애정을 느끼고 만족하는 레스토랑 세 곳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니시아자부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에 빛나는 레페르베상스다. 프렌치 기반으로 미셸 브라Michel Bras, 팻덕Fat Duck 출신의 나마에 시노부 셰프가 일본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 음식을 계절마다 알찬 구성의 코스 요리로 선보인다. 시그너처인 애플파이는 서른 번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매번 파이 속 재료가 변화하고, ‘A Fixed Point’라는 이름의 일본 순무를 수비드해 겉면을 버터에 익힌 후 셀러리 퓌레와 초리소를 곁들인 메뉴가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순무의 특징적 맛에 더해져 나온다. 마지막에 벽안의 외국인 서버가 고운 자태로 선보이는 맛차 세리머니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모던 가이세키 레스토랑 ‘덴DEN’ 또한 최근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다. World’s 50 Best Restaurants 2017에서 ‘One to Watch(주목해야 할 시선)’ 부문을 수상한 덴은 자이유 하세카와Zaiyu Hasekawa 셰프의 오랜 가이세키 요리 경력을 기본으로 재기 발랄한 퍼포먼스와 위트로 코스를 구성한다. 스마일 이모티콘 모양의 당근이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박스를 ‘덴터키DENtucky’로 바꾸어 닭날개구이를 담아낸 덴터키 박스가 시그너처 요리다. 가이세키 코스 요리의 대미는 기막힌 맛의 솥밥이 장식한다. 마지막 추천 레스토랑은 극장의 관람객이 된 듯 역동적인 오픈 키친을 바라보는 구조로 만든 홀의 ‘플로릴레주Florilege’. 레스토랑 칸테상스에서 8년 동안 수셰프 생활을 마친 후 자신의 가게를 오픈한 가와테 히로야스Kawate Hiroyasu 셰프는 ‘Sustainability’라는 거세우去勢牛를 사용한 비프 카르파초 요리와 자라 요리를 시그너처로 내세우고, 훌륭한 소믈리에와 플로리스트가 각각의 영역에서 음식을 뒷받침한다. 플로릴레주에서 식사의 완성은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음료 페어링이라고 표현할 만큼 그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세 곳 모두 예약을 서둘러야 할 만큼 도쿄에서 아주 핫한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젊은이들에게 더 친근하게 전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도쿄를 찾는 외국인에게도 쉽게 전해진다. 강건한 콘텐츠를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풀어낼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곳. 배워야 할 점도, 즐겨야 할 점도 많은 묘한 매력의 도시 도쿄의 변화를 몸소 경험해보시길.

글과 사진 김혜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