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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탁에서 농장까지 자연을 지키는 레스토랑
요즈음 세계적 레스토랑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무엇일까? 맛과 서비스 품질을 넘어선, 일류 레스토랑의 또 하나 기준,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행보를 소개한다.

2015년 9월 마지막 주 일요일, UN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한 30개국 지도자를 위한 셋째 날 점심 식사 메뉴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이 메뉴를 구성한 사람들은 전직 백악관 셰프인 샘 카스Sam Kass와 뉴욕의 대표적 자연주의 레스토랑 블루힐 앳 스톤 반스Blue Hill at Stone Barns의 오너 셰프 댄 바버Dan Barber. 이들이 선보인 샐러드, 버거, 디저트의 재료를 살펴보자.

landfill salad(쓰레기 매립지 샐러드)
대형 식품 가공업체가 버린 채소 조각, 줄기, 유통하지 못한 사과와 배, 병아리콩 캔에서 거른 액체.

burger and fries(버거와 튀김)
유통하지 못한 채소, 재활용한 번, 피클 회사에서 버린 오이의 끄트머리 조각으로 만든 버거와 소먹이로 쓰이는 옥수수튀김(사람이 먹는 sweet corn과 전혀 다른), 그리고 상처난 비트로 만든 케첩.

cocoa husk custard(코코아 껍질 커스터드)
코코아 빈 껍질,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디저트.

버리는 재료들로 만든 이 맛있는 음식들은 세계의 리더들이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더 갖도록 만들었다는 평이다. 이 두 셰프처럼 지구와 자연을 생각하는, 결국엔 진정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셰프들의 공간을 소개한다.

더 그레이 플룸의 식료품점 프로비전은 지역 생산자들의 제품을 세련된 패키지에 담아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지역 생산자와의 상생, 더 그레이 플룸The Grey Plume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 위치한 컨템퍼러리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더 그레이 플룸은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최고 요리 관련 상인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에 수차례 오른 곳이다. 이 레스토랑의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 개의 형용사 ‘지역(local), 지속가능한(sustainable), 맛있는(delicious)과 협업(collaboration)’이라는 이름의 페이지다. 이 페이지에는 작은 채소 농장부터 돼지를 키우는 목장까지, 이 레스토랑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네브래스카(일부는 근접 지역) 지역 생산자 18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생산자와의 협업은 식재료 납품에서 그치지 않고, 이 레스토랑이 운영하는 식료품점 프로비전PROVISION으로 이어진다. 더 그레이 플룸은 이 제품들을 세련되게 포장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며, 매장에서는 지역 생산자들의 제품을 활용한 요리 강좌도 진행한다.

지역의 좋은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만큼 지역 생산자를 제 2의 셰프로 인정하고 상생하려는 철학과 행보가 멋지지 않은가! 사실 이 레스토랑은 네브래스카 주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보다 미국 Green Restaurant Association(GRA)에서 주는 최고등급을 받은 최초의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하다(GRA는 레스토랑이 환경을 위한 책임감을 갖도록 1990년 만든 국제적 비영리 기관이며, 레스토랑과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일곱 개 분야의 환경보존 관련 기준 심사를 해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이곳다양한 친환경적 면모 중 몇 가지만 골라 소개하면 이렇다.

지역 생산자를 통해 받은 제철 식재료를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다. 
이 레스토랑의 의자를 포함해 건축에 사용한 모든 목재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에서 인증받은 것이고, 주방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바닥재는 한 곳간을 폐기할 때 나온 목재를 재활용한 것이다(이곳간이 헐리기 전 사진도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창틀, 계단, 손잡이 등의 철제는 재활용 자재로, 빵 접시는 와인병, 빵 트레이는 재생 목재로 만들었다. 태양열로 데운 온수를 내보내는 세면대의 수도꼭지는 물 흐르는 속도를 조절하고, 조명의 94%는 LED, 자동 온도 조절기로 절전은 기본이다. 메뉴를 인쇄하는 잉크는 콩기름 잉크만 사용하며, 세제는 화학물이 첨가되지 않은 것을 쓴다. 커피 필터는 재사용 가능한 필터를, 포장재와 냅킨은 모두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

음식의 맛과 담음새만이 좋은 레스토랑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지난듯하다. 더 그레이 플룸같이 맛도 담음새도 최고 수준인 레스토랑들이 환경을 위해 경주하는 보폭과 디테일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식당의 모범 답안, 더 페레니얼The Perennial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들어선 더 페레니얼은 올해 미국의 유명 요리 잡지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가 주목한 베스트 신규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오너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실험적인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앤서니 마인트Anthony Myint와 요리 작가인 캐런 리버위츠Karen Leibowitz 커플이다.

(왼쪽) 과다하게 버려지는 얼음을 줄이기 위해 칵테일 잔에 물을 담아 미리 얼려둔 뒤 서비스하는 칵테일은 시선까지 사로잡는다. (오른쪽) 재료의 낭비를 막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말린 가니시는 이곳의 시그너처가 되었다. 
이들의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 소식은 미국의 외식 관련 미디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곧 기후변화 문제와 싸우기 위해 레스토랑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답안지 같은 곳으로 알려졌다.

유리, 바닥, 천장, 가구의 재료, 심지어 주방의 타일까지 모두 폐자재를 재생ㆍ재활용한 자재로 만든 것은 기본. 메뉴를 인쇄하는 종이는 100% 재생지, 면으로 된 냅킨은 수명을 다할 경우 벌레의 먹이가 되도록 하는 데까지 신경을 썼다. 벌레의 먹이는 더 페레니얼 스토리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레스토랑의 중심 철학에는 농업이 있다.

농업이야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오너 커플은 식재료인 채소, 곡물, 고기의 생산을 위해 자연을 살리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버린 육류 찌꺼기는 열두 시간 이내에 음식 쓰레기를 완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등에 유충에게, 채소 찌꺼기는 줄지렁이에게 먹이로 주고, 이것을 먹은 벌레를 건조해 수경 농법을 위해 키우는 물고기 사료로 사용한다. 이 사료로 영양분이 높아진 물은 약 1백 평 크기의 온실 속 수경 재배 채소를 싱싱하고 풍성하게 키워준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경 농법은 흙에서 키우는 농법에 비해 물 사용량은 10분의 1 수준이며, 1m2당 생산성은 여섯 배에 달한다고 한다.

(왼쪽) 낙농업은 메탄가스 배출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 페레니얼은 친환경 방법으로 기른 고기만 식재료로 사용한다. (오른쪽) 더 페레니얼의 바닥부터 천장, 유리창까지 거의 모든 자재는 재활용 또는 재생산한 것을 사용했다. 
이들은 빵의 재료가 되는 곡물 재배나 육류를 생산하는 방법에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연을 살리는 적극적 방법을 적용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철학을 함께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이들은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to-table)’가 아닌, ‘농장에서 식탁으로, 식탁에서 농장으로, 다시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to-table-to-farm-to-table)’라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자연을 위한 더 페레니얼의 적극적 행보는 키친 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로 만든 훌륭한 음식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레스토랑을 유명하게 만들었고, 이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음식 사진은 눈까지 즐겁게 한다. 특히 바 섹션을 책임진 제니퍼 콜리우Jennifer Colliau는 이곳을 ‘베스트 칵테일 바’ 로도 만든 일등 공신이다. 그녀는 불필요한 유리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특별 주문한 대용량 용기 제품을 사용하고, 맥주ㆍ와인ㆍ탄산수ㆍ아이스커피뿐 아니라 미리 조합해놓은 하이볼용 칵테일을 탭으로 제공한다. 또 손님이 남긴 칵테일용 얼음을 버리는 낭비를 막기 위해 로볼 칵테일 잔에 물을 담은 채로 얼려 그 잔에 칵테일을 담아주는데, 이 담음새 자체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칵테일의 가니시는 말린 과일을 사용하고, 요리에 사용한 레몬 껍질을 직접 증류해 칵테일 재료로 재사용한다. 이쯤 되면 빨대를 스트로 straw 라는 이름의 진짜 주인인 밀짚으로 사용하는 것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 제니퍼의 창의적인 칵테일은 계속 진화 중이며,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때마다 찬사를 받고 있다.


쓰레기 없는 식당, 실로Silo
런던에서 한 시간 거리의 휴양도시인 브라이턴에 2년 전 오픈한 실로는 영국 최초이자 유일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오너 셰프 더글러스 맥마스터Douglas McMaster는 노마Noma, 세인트 존St. John, 더 팻 덕The Fat Duck 등 세계적 레스토랑을 거쳤고 최근 영국의 BBC가 선정한 올해의 영 셰프에 선정된 실력파 셰프다. 맛과 멋을 두루 갖춘 음식으로 유명한 이곳은 밀제분, 맥주 양조, 커피 로스팅을 직접 하고,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기까지 한다. 이 레스토랑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왼쪽) 실로의 시원한 음료는 모두 잼병, 꿀병을 재활용한다. 테이블 상판과 코스터는 산업용 자재를 재활용하고 레스토랑의 로고를 새겨 넣었다. (오른쪽) 빵과 제과를 담는 스타일리시한 접시는 플라스틱 백으로 만든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해보았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이 기적같은 일은 음식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장비 하나로 가능한 것이다. 모든 식재료는 자연에서 난 것만 사용하니 음식 쓰레기가 나온다 해도 이는 60kg의 유기 쓰레기를 스물네 시간 내에 퇴비로 만들어주는 장비에 넣으면 다시 자연을 위한 거름으로 재탄생한다. 쓰레기 없는 레스토랑답게 영수증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이메일로 발송해주고, 빵을 담는 접시는 플라스틱 백을 재활용해 만든 것을 사용한다. 커피 맛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선 아이스커피를 유리 잼병이나 꿀병에 담아주고, 커피 제조를 위해 한 번 스티밍하면 다시 사용하지 못하는 우유는 치즈로 만들어 요리에 이용한다.

(왼쪽) 직접 재배한 채소에 딸려 온 달팽이가 신선한 느낌이다. (오른쪽) 60kg의 유기 쓰레기를 스물네 시간 내에 비료로 만드는 장비를 갖추고, 쓰레기 없는 레스토랑으로 운영한다. 
최근 영국의 유력 미디어인 가디언Guardian으로부터 ‘영국 최고의 윤리적 레스토랑’으로 선택받은 이곳은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친환경 레스토랑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소개한 사례 중에는 마음만 먹으면 레스토랑이나 가정에서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 자연을 위해, 결국엔 사람을 위해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레스토랑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혀가 느끼는 맛을 넘어 자연을 위한 생각까지 아우른다면 우리 주변에도 자연과 사람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레스토랑이 더욱 많아질것이라 기대해본다.


글을 쓴 남윤정은 국내 중견 기업에서 와인, 외식, 문화 교육 사업 기획, 마케팅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대학에서 마케팅과 외식경영, 창업 등을 가르치며, 최근에는 여행과 행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의 성장과 동시에 늘어나는 동물 가족 키우기,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와 식물 키우기 등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 소소한 시간에 행복을 느낀다.



*사진은 모두 해당 레스토랑의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글 남윤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