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전통 한복 '차이' 대표 김영진 씨 사락사락 다홍치마 두르고 비단 한복 짓는 여자
한복 디자이너, 그리고 작은 갤러리의 주인장 김영진 씨는 일상이 아름답다. 좋은 한복을 짓고 좋은 이불 지어 함에 담아 보내고, 좋은 그림을 갤러리에 내거니 이만큼 아름다운 일상이 있을까. 인생은 시집 가는 날처럼 복작거리고 설레는 날들이라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거라고 그의 일상이 말해줬다.


한남동의 2층집을 개조해 1층은 ‘차이’ 매장과 갤러리로 2층은 살림집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은 ‘차이’ 매장. 인테리어는 ‘그림계’ 계원이었고 가나아트센터 아트 컨설팅 과정 동기인 정은진 씨가 맡았다. 왼쪽의 한복은 애프터 드레스, 오른쪽은 면과 모본단·명주를 함께 쓴 전통 한복이다.

한쪽에선 동네 대표 지식인 어르신이 한지 위에 ‘신부 출新婦 出’ 따위로 이어지는 혼례식의 순서를 반듯한 글씨로 쓰고 있다. 마당에는 솥뚜껑을 잦혀놓고 들기름을 발라 두부전, 녹두전, 배추전을 부치느라 아낙들이 분주하다. 아이들은 솥두껑 언저리를 맴돌다가 엄마가 챙겨 주는 부침개를 얻어 물고 잽싸게 골목으로 달아난다. 초례청이 마련되자 사모관대를 한 신랑, 연지곤지 찍은 신부가 합환주를 나누며 서로의 운을 합한다. 아, 시집 가는 날이다. 댓돌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꽃신, 횟대에 걸려 빛을 맞는 비단 이불, 집 안에서 감도는 좋은 냄새, 좋은 음식, 좋은 옷…. 옛 혼례 풍경이 떠오르는 창가에 그가 서 있다. 고상한 한기가 도는 표정으로 생명주 옷감을 매만지고 있다. 한복집 ‘차이’와 열 평짜리 갤러리 ‘차이’의 주인이자, 아트 컨설턴트 일도 하는 김영진 씨. 하지만 명함의 제일 앞머리는 ‘한복 짓는 여자’다. 전통 한복도 짓고, 한복 콘셉트의 애프터 드레스도 만든다. 18세기 말 19세기 초풍의 한복, 직배래(소매의 폭이 좁은 디자인)처럼 선을 절제하면서도 홀릴 만큼 관능적인 한복을 만든다. 한복을 짓다 보니 자연스레 이불, 방석, 베개, 함 같은 혼수품도 만들게 됐다.


1 이 고운 얼굴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연극배우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슈퍼바이저로, 아트 컨설턴트로, 한복 디자이너로 살아온 삶의 역사가 들어 있다. 입고 있는 옷은 태국의 디자이너 ‘이슈’의 디자인으로 태국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디자인이어서 즐겨 입는 옷이란다.
2, 3 한복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재료인 색실과 염료들. 작은 삼회장 저고리 옷본은 그가 견본용으로 만든 것.

그림자 없는 불꽃 같은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그가 연극 연출을 전공한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건 그 얼굴과 제스처가 다 말해준다. 움직임의 동선이 짧고, 대신 디테일이 많고, 표정은 무덤덤해서 웰 메이드 영화의 단골 배우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가오는 열렬한 눈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사람들은 얼굴과 제스처, 분위기가 그 사람의 지성, 재능, 삶의 역사를 말해주는 법이다. ‘한양대, 국문과, 중퇴’라는 프로필이 배우 윤여정과 너무 잘 맞듯, 김인문이 동국대 농업학과를 나왔다는 게 아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배운 그는 ‘우리극연구회’라는 거리패에 들어가 연극을 하면서 청춘의 초입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체루티1881’의 슈퍼바이저(의류 브랜드의 구매, 고객 관리를 총괄하는 관리자)로, 다시 루이비통의 슈퍼바이저로 신분을 바꿨다. 다시 가나아트센터의 아트 컨설턴트로 변신하더니, 침선장 박광훈 선생에게서 사사받고 한복 짓는 여인이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만드는 건 운명… 음, 운명이라기보다 상황과 운명인 것 같아요. 15명이 7천 원 가지고 한 끼 때우던 연극단 시절이니 당연히 의상을 직접 만들어야 했고, 의류 브랜드의 슈퍼바이저로 좋은 고객을 많이 알다 보니 미술품을 컨설팅하고 세일즈하는 아트 컨설턴트 일과 맥이 맞았고, 일 그만두고 심심해 하다 취미로 한복을 배우게 됐고. 제 인생에서도 상황과 운명이 같이 가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갑자기 언어의 달인 정우성이 인터뷰 때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인연과 운명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타이밍에 운명을 만나면 그 운명을 하찮게 여기거나 받아들일 수 없게 되죠.” 여기서 김영진 씨의 ‘상황’과 배우 정우성의 ‘타이밍’은 동의어다. “한데, 다 고구마 줄기같이 이어져 있는 거 아닌가요. 어떤 사람의 시간,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많은 게 딸려 나오잖아요. 어차피 연출의 세계인 공연 예술하고 예복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어머니의 캐릭터 생각하면서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 한복 만들고, 예식장 분위기 생각하면서 애프터 드레스 만들고.” 맞다. 김영진 씨의 상황과 운명은 한복집 ‘차이’의 김영진을 만들어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혼례 문화 우리의 혼례 풍습은 구한말에 서구식 예법으로 강제로 바뀌면서 허례허식으로 폄하되었지만, 그 절차 하나하나에 철학이 담겨 있다. 원래 ‘혼인婚姻’이라는 말은 ‘아내의 친정에서 사위의 인연을 맺음’이라는 뜻(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인 동시에 해질 무렵(해질 혼) 치르는 혼례 풍경을 나타낸다. 우리 풍속에서 혼인은 여자 중심의 의식이어서, 달이 떠오르는 저녁에 신부가 달의 기운을 한껏 받기를 기원한 것이다. 이 혼인의 문을 여는 첫번째 과정은 신랑 집에서 혼인이 성사되어 감사하다는 의미로 혼수함을 신부 집에 보내는 것이다(요즘의 ‘함’). 여기엔 신부가 혼례 때 입을 ‘채단’, 신랑 집 혼주가 신랑에 관한 소개글과 인사말을 쓴 ‘혼서지’, 신랑 신부의 운세와 생리일을 적은 ‘사주’, 잡귀를 막고 가문의 번창을 기원하는 오곡 주머니가 담긴다. ‘사주’는 신부가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일편단심의 의미로, 삶을 다할 때 관 속에 넣어 갔다. 함을 꾸리고 나면 신랑 집에서는 살림이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붉은 기로 액운을 쫓기 위해 밤, 대추를 넣어 찐 찹살떡 시루 위에 함을 올렸다가 보냈다. 함을 지는 함진아비는 첫 아들을 낳은 사람 중 부부 금슬이 좋은 이가 맡았다. 예단은 본래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비단을 뜻한다. 가장 귀한 비단을 시집 가는 집안에 선물로 드려 예를 표하는 것이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비단을 보내면 신부가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옷을 곱게 바느질한 뒤 잘 싸서 돌려보내고 신랑 집에선 수공비를 신부에게 보냈다. 혼례를 치른 다음 날 새벽 신부는 친정 부모님이 마련해 준 대추, 밤을 교자상에 받쳐 들어 시부모님 방문 앞에 놓고 문안을 올리게 된다. 대추는 ‘항상 일찍 일어나 늘 부지런하고 성실히 잘 살겠습니다’라는 뜻을, 밤은 ‘시댁의 가풍을 존중하여 늘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뜻을 가진다. 사진은 ‘차이’의 한복과 함께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소품들로 이 중 방석과 꽃신, 노리개, 뒤꽂이,브로치 등은 판매하는 제품이다. 차이의 연락처는 02-333-6692.


1 2층 살림집의 부엌에서 거실을 바라본 풍경. 붉은 벽엔 작가 국대호의 조각보 작품이, 식탁엔 도예가 김지영의 도자기가 자리 잡고 있다. 예술 작품과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장면이다. 
2 재야에 묻혀 액자 가게를 하는 천재 작가 황승호의 작품과 마당에서 꺾어 온 맨드라미 꽃. ‘갤러리 차이’에서 황승호 작가의 전시를 내년쯤 열 계획이다. 
3 침실 서랍장 위에 냉큼 올라앉은 작가 엄미금의 민화. 화투의 ‘홍단’ 그림이어서 맘에 든단다.
4 예전 집의 안방과 화장실을 터서 작은 갤러리 ‘차이’로 만들었다. 평상에 드러누워 작품도 보고 마당도 내다보며 편하게 작품 구경하라는 갸륵한 뜻이 담긴 공간이다. 지금은 신동원 작가의 세라믹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젠 어떤 사람을 딱 보면 그 사람의 색깔도 보이고 맞을 만한 옷까지 보여요. 아, 이 사람은 면하고 뉴똥(명주실로 짠 보드랍고 잘 구겨지지 않는 옷감)을 같이 섞어서 옥색 저고리, 풀색 치마를 만들어주면 되겠다, 저 사람은 간이 안 좋은 것 같으니 간에 좋은 파란색으로 저고리를 만들어줘야겠다 하고요. 약 처방하는 것 같죠? 하하.” 그가 감태처럼 고른 머릿결을 흩날리며 웃었다.

한복 짓는 여자의 혼례 이야기 보면 볼수록 그는 농익은 과일 냄새, 시든 꽃 향기, 연한 분내, 세숫대야에 담긴 말간 물 냄새…를 한 몸에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우리의 한복이 그런 것 같다. “한복은 역시 불편하잖아요. 만들기도, 입기도, 손질하기도 수고로운 옷이고. 하지만 시적이고 아름답고 오트 쿠튀르적이잖아요. 한복 잘 차려입은 사람을 봤을 때 사람들이 감탄하는 거 혹시 보셨어요? 입고 있는 사람의 체온까지 느끼면서 감탄하잖아요. 그리고 좋은 날에 입는 좋은 옷이니까 ‘해드린다’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옷이잖아요.” ‘한복 해드리는 여자’ 김영진은 지난 설에 ‘차이’에서 지인들과 함께 ‘한복 파티’를 열었다. 한복 입고 모이니 명절날 인사하러 모인 피붙이 같아서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더란다. 내년 설엔 갤러리 차이에서 달항아리 전시를 열면서 한복 파티를 또 한번 해볼 생각이란다.

“<한국의 미>라는 잡지에서 읽은 건데요. 한 커플이 결혼식은 안 올리고 전 세계 여행하면서 결혼 장면을 보고 다녔대요.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 우리 혼례더래요. 하나의 시 같고, 연극 대본 같은.” 맞다. 우리의 혼례는 그 절차가 얼마나 철학적인 것인가. 신랑 매달기(마을 처녀를 훔쳐 간 죄가 크니, 도둑 발 크기를 재겠다며 발바닥을 북어로 매우 친다. 더 깊은 의미는 살아갈 날들에 꿀맛 같은 즐거움만 있지 않다는 걸 알려줌이란다), 신방 엿보기(‘훔쳐보기’라는 뜻보다는, 좋은 일에 악귀가 가까이 할까 염려하면서 망을 봐주는 의미) 같은 것만 봐도 안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여러 맛에 대한 복선 아닌가. 그는 이 귀한 혼례를 위해 한복을 짓고 함을 만든다.


1 1층에서 2층 살림 공간으로 오르는 계단. 예전의 평창동 집에서부터 데리고 다니던 화초장과 금색 스프레이를 뿌린 ‘금성사’ TV, 오래된 전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 ’차이’가 연희동에 있을 때는 패브릭 제품과 인테리어 소품도 판매했는데 그 흔적들이 거실에 모여 있다. 유리 펜던트 조명, 쿠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소파 테이블 왼쪽에 놓인 방석은 김영진 씨가 모본단(수가 놓인 비단)으로 만들어 단품으로도 판매하는 방석. 소파와 유리 난간 사이에 조용히 숨어 있는 하얀 도자기는 도예가 김옥조 씨가 결혼 선물로 선사한 것.
3 송아지 털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주황색 벽지, 원색적인 패브릭으로 유혹적인 면모를 발산하는 침실. 침대 머리맡엔 이목을 작가의 사과 그림이 걸려 있다. 침대 옆에 있는 건 황승호 작가의 작품.

그의 미술품 컬렉션은 재화보다는 취향이다 갑자기 그가 방석을 꺼내 오겠다며 훈육된 아씨 포즈로 2층의 살림 공간으로 오른다. 호기심에 그를 따라 오르자 왼쪽 벽엔 화가 윤정선이 그린 영국 전화 박스와 명동성당 그림이, 다 오르자 사진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나타난다. 찬찬히 살피니 이 집은 미술품 천지다. 집안 구석구석엔 도예가 김옥조의 백자, 그 유명한 남관 선생의 수묵화, 박현옥 작가의 매화 그림, 도예가 성석진의 ‘까치 호랑이’ 도자기, 박희섭 작가의 자개 그림,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황학동표 도자기…가 한데 뒹군다. 일사불란하게. 그 작품들에 둘러싸인 난 전신마비 환자가 눈꺼풀로 쳐주는 박수처럼 소심하게 흥분한다. 이 재물이 모두 얼마인가. “스무 살 때 배병우 선생님 사진 보고 반해서 언젠가 꼭 갖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컬렉션이라는 걸 처음 해본 건 10만원짜리 판화였어요. 화장품 안 사고 한 달에 10만 원, 20만 원씩 그림계 부어서 그림 하나 사고… 그렇게 시작됐어요. 그림계 부어서 제일 먼저 구입한 작품이 배 선생님 사진이에요.” 그림을 사랑한 아가씨 김영진은 가끔 그림 앞에서 스탕달 신드롬(<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이 미술 작품을 관람한 뒤 심장이 뛰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했대서 유래한 말)을 겪었고, 그렇게 마음에 들어온 작품을 그림곗돈 받아 구입했다. 그러다 가나아트센터의 아트 컨설팅 과정을 배우러 갔고 그러다 그곳에서 아트 컨설턴트 일도 하게 됐다. 한복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마당의 맨드라미 꽃을 보고 예뻐하면 함께 즐거워지는 것처럼,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집 한편에 작은 갤러리도 만들었다. 한남동으로 이사 오면서 원래 안방과 화장실이 있던 자리를 트고 갤러리 자리로 내주었다. 남편은 “내가 이상의 날개냐, 왜 뒷방 신세냐?”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남편은 화가 엄미금에게 민화를 배우러 다니고 좋은 작품을 보고 온 날은 부자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런 남편의 아내, 김영진 씨는 인사동만 나가도 샤넬 백 든 사모님들이 뭐라도 ‘조용히’ 보여달라고 거간꾼을 재촉하는 게, 미술품이 집착과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게 안타깝다고, 그림곗돈 부어 모은 작품들 앞에서 돈 벌 생각은 못할 거라고 뜨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1 ’선녀탕’이라 부르는 1층 야외 목욕탕.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그야말로 선녀와 나무꾼이 된 기분이란다. 이 선녀탕에서 목욕하고 한실에서 쉬고 만화책 보는 게 남편의 가장 행복한 휴식이라고 한다. 그들은 조만간 이 집 지하실에 만화방도 낼 계획이다.
2 다래화, 석류, 남천, 수초가 제자리에 소담하게 피어 있는 마당. 이 마당을 가로지르면 갤러리가 나온다.

쉿! 여기까지만 짧은 만남으로도 서로가 같은 눈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 부부는 올해로 결혼 5년 차가 되었다. 그의 남편은(수줍음이 많아 지면 등장을 거절했다) 한복 짓는 아내를 위해 매듭장의 책도 구해 오고 안주하려는 아내의 마음에 말랑말랑한 어퍼컷을 가하기도 한다. 아내가 한복 짓는 일을 시작할 때 재봉질을 가르쳐준 것도 그의 남편이다(물론 그의 직업은 재봉사가 아니다). 그 남편은 지하실에 만화 가게를 열려고 만화책을 수집 중이다. 이 집 마당의 다래화, 석류, 남천도 모두 그가 가꾼 것이다. 김영진 씨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사적인 일상을 들여다보려고 하자 그만의 조심스러움과 냉기로 호기심을 물리쳤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리얼리티와 아이덴티티는 딱 여기까지구나, 그걸 인정해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좋은 옷, 좋은 음식(그의 집에 들르면 생강 향이 입 안 가득 터지는 ‘진저 레몬 티’를 대접받는다)만으로도 호사였다고, 좋은 그림 보면서 오랜만에 게으른 뇌를 성가시게 한 건 더 좋았다고 마음먹었다. 인생이 비록 예술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적어도 시집 가는 날처럼 복작거리고 설레는 날들이라고, 그래서 축제처럼 숙제처럼 살아볼 만한 날들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