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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우주비 어느 늦여름, 주비로부터
집 안의 동글동글한 가구들 그리고 우주비 씨의 동그란 눈이 첫인상으로 남았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한 곳 모나지 않은 것 같은 둥근 마음씨도 느껴졌다. 집도 사람도 마을의 기운까지도 온화한 기운을 지녀 마음이 편안하던 날, 여름 끝자락의 기억이 오랜 친구가 건넨 안부처럼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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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테이블에 앉아 곧 참여하는 작품의 대본을 읽고 있는 우주비 씨. 원형 테이블은 킨홈 오크의 원목 식탁. 천장에 단 모빌도 원형 오브제가 식물 가지처럼 뻗어 있어 원형 테이블과 잘 어울린다.
우주비 씨의 취향이 엿보이는 침실. 방문에 붙은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의 그림에서 여름을 좋아하는 우주비 씨의 감성이 느껴진다.
여백의 미가 있는 다른 방과 달리 부엌에는 살림살이가 꽤 많다. 우주비 씨는 회사를 그만둔 후로 직접 만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있다.
우주비 씨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했다. 30대 초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젊음이지만 안정적 상황을 벗어나기는 조금씩 두려워지는 나이. 하지만 용기를 내 새로운 길로 나아갔고, 온전한 행복을 만났다.

“다니던 회사에서 ‘행복’을 주제로 행사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방문객들에게 행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데, 정작 나는 내 행복을 잘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먼저 배우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어요. 제 어릴 적 꿈이 연예인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작은 역할을 맡아 연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촬영장에서 몇 날 밤을 새우는 와중에도 너무 좋은 거예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주비 씨는 배우 일을 하기 전에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Business Finland)에서 일했다. 핀란드의 디자인·여행·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소개하고,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하는 역할은 우주비 씨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하면서 핀란드와 북유럽 나라의 디자인뿐 아니라 그들 삶의 태도까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어요. 핀란드의 한 가구 브랜드는 주문이 들어온 후에야 나무를 베러 가요. 조금 느리더라도 뭐든 제대로 하고, 기다릴 줄 아는 북유럽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해서 시즌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곤 했는데, 이제는 오래 잘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고, 옷보다는 생활용품에 눈길이 더 가요. 소비의 기준이 바뀌었죠.”

색이 밝아 오염을 주의해야 하지만 보드라운 패브릭 소재가 마음에 들어 이사 올 때 마음속 1순위로 정해두었던 거실의 소파. ‘오늘의 집’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우주비 씨가 아끼는 향수와 액세서리, 화장품이 놓여 있다. 정갈하게 정리한 화장대 한쪽에서 엿보는 배우의 취향.
냉장고 문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가득 붙어 있다. 배우를 준비하며 흔들릴 때도 많지만, 옆에서 응원해주는 소중한 이들 때문에 힘이 난다.
우주비 씨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실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흐른다. “이렇게 둥근 나무 테이블을 가지고 싶었어요. 너른 원을 앞에 두고 앉아서 많은 걸 해요. 영화를 보며 쉴 때도 있고, 마음에 드는 배역의 지원서를 쓰거나, 대본을 보며 연기 연습을 하기도 하고, 또 친구들이 놀러 오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눠요. 그중에서도 그릭 요거트에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서 먹는 아침 시간의 여유를 가장 좋아해요.” 끼니를 직접 챙겨 먹게 된 건 프리랜서가 되면서 생겨난 가장 큰 변화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놓치고 있던 자잘한 행복을 챙기며, 자기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집이라 애착이 많이 가요. 제 취향에 따라 선택한 것으로 제대로 꾸미고 사는 집이 처음이기도 하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연기를 시작해보니 작은 역할이라도 너무 소중해요. 북유럽 사람들의 마인드처럼, 언젠가는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천천히 가보려고요. 흔들릴 때도 많지만 이 일을 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이 일을 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더 강해요.” ‘다 때가 있다’는 말, 우주비 씨의 삶에서 지금이 바로 그 ‘때’이지 않을까. 마치 필연적 흐름인 것처럼 우주비 씨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반가운 소식이 담긴 엽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 부딪치며 준비했을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해서,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답장을 보낸다.


우주비 씨의 동글동글 물건
우주비 씨는 거실에 원형 테이블과 모서리가 각지지 않은 소파를 놓고, 이와 어우러지는 둥글고 귀여운 제품들로 공간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근 조명

거실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아르떼미데 네시노 테이블 램프. 우주비 씨가 직접 고르고 구매한 첫 조명이기도 하다. 이 집에는 꼭 필요한 가구와 소품 몇 개만 놓아 여백과 함께 부드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부엌 수납장을 가득 채운 그릇
그동안 모은 북유럽 브랜드 식기들. 특히 이딸라 제품은 직접 써보니 좋아서 지인들에게 즐겨 선물하기도 한다. 내구성이 좋을 뿐 아니라, 쉽게 질리지 않고 어느 식기와도 잘 어울린다. 사각패턴이 그려진 하늘색 찻잔 세트는 마리메꼬 제품.



바라만 봐도 행복한 꽃무늬 제품
뉴트럴 톤과 우드 소재가 주를 이루는 집에서 화사함을 담당하는 마리메꼬의 제품들. 마리메꼬를 상징하는 ‘우니꼬’ 플라워 프린팅에 색감 조합이 아름다운 컬러가 특징. 화려하지만 저 혼자 튀지 않는 매력이 역시 핀란드에서 온 브랜드답다.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