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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빈관北村賓館 귀한 손님을 위한 극진한 마음
진심과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던 조선의 사랑채를 닮은 북촌의 사랑채. 남산에 단풍이 물들면 시원스레 트인 서울 풍경과 1930년대 도심형 한옥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북촌빈관의 손님이 되어볼 요량이다.

북촌빈관의 한옥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4칸 대청마루. 경사진 대지를 잘 활용해 마당 앞이 장쾌하게 열려 있어 종로 도심 전경과 남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ㄷ’자 한옥 두 채를 이어주는 대청마루는 원래 있던 기둥 두 개를 없애 더 넓게 사용하도록 했다. 벽면의 불발기문(가운데 창을 내 채광이 되도록 한 문) 안쪽에는 간이 주방을 마련해 편리함을 더했다.
객실 방바닥에는 장판 대신 옥돌을 깔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보온력을 높였다.
예로부터 양반 집안에서는 손님을 대접하는 일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한옥에서 남성이 머무는 공간이던 사랑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주인의 단정한 안목이 담긴 가구와 기물이 놓인 방을 내어주고 정갈한 잠자리와 음식을 마련했다. 사랑채 앞에 정원과 연못을 멋지게 꾸미고 누마루를 구성한 것도 손님이 자연을 벗 삼아 편히 쉬면서 풍류를 즐길 수 있게 한 배려다. 예고 없이 찾 아오는 손님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사랑채. 그곳에서 펼쳐지던 섬김의 미학을 고스란히 닮은 공간이 지난 4월 서울의 역사를 상징하는 동네인 북촌에 문을 열 었다. 이름도 ‘귀한 손님이 머무르는 집’이라는 의미의 ‘북촌빈관’이다.

방과 누마루로 구성한 객실에 들어서면 먼저 누마루 창밖으로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 객실에는 북촌빈관 운영을 담당하는 락고재 한옥 컬렉션 안영환 대표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고미술품과 고가구가 놓여 있다. 박물관이 아닌 일상생활 공간에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게 한 배려다.
북촌의 역사를 담은 한옥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재동 일대를 종로의 북쪽이라는 의미로 북촌이라 일컫는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 고위 관료나 사대부가 거주하던 부촌이었고, 서울의 6백 년 역사가 면면히 새겨져 지금까지 고유한 정취가 살아 있는 곳이다. 현재의 모습은 6백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의 겹 중 1백여 년 전의 형태다. 일제강점기에 북촌 한옥 주거지를 지켜낸 민족 운동가 기농 정세권鄭世權 선생이 조성한 모습이 이어져온 것이다. 1920년대 조선의 문화를 말살하는 일본의 전략 중에는 서울 남쪽에 거주하던 일본인을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이 있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세권 선생은 건축 회사 ‘건양사’를 설립해 당시 부자가 많이 살던 북촌의 큰 한옥들을 사들여 여러 개로 쪼개 도시형 한옥으로 개조한 뒤 조선인에게 대량으로 공급했다. 이로써 일본인이 북촌에 발붙이지 못하게 되었고, 일본인 생활권과 분리되면서 우리의 주거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회동 31번지에 위치한 북촌빈관 또한 정세권 선생의 손길이 닿은 도시형 한옥으로 시대적 가치를 담고 있다. 이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한옥 수선을 담당하던 참우리건축사무소 김원천 소장은 설계 원칙을 세웠다.

“2020년에 북촌빈관을 설계하고 수선을 시작할 당시 가장 중요하게 정한 원칙은 바로 이 필지가 형성된 배경과 오랜 시간 지켜온 한옥 형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북촌빈관은 ‘ㅜ’자형 필지에 남쪽으로 크게 열린 ‘ㄷ’ 자 한옥 두 채를 병렬로 나란히 연결한 도시형 가옥입니다. 1939년에 처음 지었을 때의 원형을 되살리고 이에 부합하는 증축 계획이 필요했어요. 세월의 흐름 속에 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 덧붙여진 증축부를 확인해 철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남산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전망과 넓은 마당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 지하 공간도 마련해야 했습니다.”

북촌빈관의 지상층은 ‘ㅜ’자 대지에 한옥이 일자로 길게 이어지며 네 개의 날개채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그 앞은 넓은 마당으로 구성했다.
객실에는 커튼이 없고, 한지 겹창을 설치해 채광을 조절할 수 있다. 창을 열면 북촌의 한옥 지붕들이 겹겹이 이어지는 풍경이 정겹다.
명실상부 서울의 사랑채
북촌빈관은 2020년부터 꼬박 2년이 걸린 대수선을 거쳐 한옥과 마당으로 구성한 지상층과 지하 두 개 층으로 완공했다. 한옥은 숙박 공간으로 사용하며, 지하층에는 북촌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더 리빙룸’을 마련했다. 북촌의 경사진 지대를 활용해 지하라 하더라도 건물 전면은 골목에 위치해 지상 1층과 다름없다. 북촌을 방문한 관광객 누구나 더 리빙룸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북촌빈관이 서울시가 소유한 공공 한옥이기에 가능하다. 한옥을 보전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총 34채의 서울 공공 한옥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북촌 빈관은 락고재 한옥 컬렉션이 운영을 담당해 품격 있는 곳으로 탈바꿈 시켰다. 지난 2년간 참우리건축사무소와 함께 한옥을 수선하는 데도 락고재는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했다. 28년 동안 한옥 호텔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손님이 한옥의 정취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한 것. 총 다섯 개 객실 중 네 개 객실은 손님 접대 공간이었던 조선의 사랑채를 축소한 듯 누마루와 방을 하나의 유닛처럼 구성했다. 손님맞이의 전통과 진심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객실마다 화장실을 두어 편리함도 더했다. 한옥뿐만 아니라 가구와 기물을 통해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방 곳곳에 락고재 한옥 컬렉션 안영환 대표가 모아온 고미술품과 고가구를 놓았다.


지하 1층에 마련한 현대식 공간인 더 리빙룸은 북촌빈관 손님들의 라운지뿐만 아니라, 북촌 주민과 관광객에게도 개방해 커뮤니티 공간이자 안내소 등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오래된 한옥을 현대의 생활양식에 맞춰 고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애초에 실내에 존재하지 않던 화장실을 집어넣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적절한 배치를 고민하고 수도와 하수를 연결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지만, 손님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반드시 해결해야만 했죠. 객실 두 개에는 편백나무 욕조까지 마련해 운치 있는 휴식을 선사합니다. 공간을 꾸밀 가구와 기물도 제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백자나 반닫이, 경대 등 고가구와 고미술품을 선택했습니다. 관리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북촌빈관에 머무는 동안 생활 속에서 가깝게 한국의 미를 접하기를 바랐습니다. 모든 객실의 누마루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남산과 종로 도심 전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선사하고 싶은 지극한 마음입니다.”

북촌빈관을 운영하는 락고재의 정성과 안목은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환대임이 분명하다. 정갈한 한옥에서 서울의 절경을 즐기고, 한옥 안에서 전통의 가치와 현대적 공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하는 진정한 서울의 사랑채. 휴식을 원하는 마음의 나침반이 자꾸만 북촌 방향으로 향한다.


북촌빈관 by 락고재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가길 10
문의 02-742-3410

글 박효성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