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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ès Home Collection 가벼움의 미학을 찾아서
가볍고 기품이 넘치면서 아름다움의 무게는 깊고 무겁다. 정교한 솜씨와 탄탄한 실력으로 단단히 무장한 에르메스의 깊은 내면은 시간을 초월하는 가벼움으로 투영되어 무게의 균형을 이루었다. 에르메스가 사유한 ‘가벼움’에 대한 결과는 홈 오브제를 통해 구현된 비밀스러운 네 개의 구조물에 놓였다. 202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빛낸 에르메스 홈 컬렉션 전시는 가벼움의 미학을 읊는 한 편의 시를 닮았다.



카루미Karumi 스툴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디자인한 스툴. 카루미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단순함, 가벼움, 순수함’을 의미하며, 연속적이면서 세련된 실루엣이 특징이다. 곡선형의 대나무 소재 프레임과 탄소섬유 소재의 시트가 어우러져 가볍고 견고하다.



컨스트럭션Construction 플래드
2022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가벼움의 미학을 잘 표현해주는 캐시미어 소재의 텍스타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총 다섯 가지 오브제 중 컨스트럭션 플래드는 캐시미어 패널을 사용해 쿠튀르 제작 기법을 섬세하게 적용해 선의 형태를 소재 위에 직접 표현했다. 사람의 손길이 어떤 물건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여기는 지안파올로 파니Gianpaolo Pagni의 디자인이다.



H 타탄-H 티사쥬H Tartan-H Tissage&오즈레 컬러Oseraie Color
밀도는 높지만 극강의 가벼움을 자랑하는 캐시미어 소재에 세밀한 스티칭 기법으로 완성한 H 타탄과 H 티사쥬. 만져보고 싶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게 한다. 버드나무와 가죽 소재의 짜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수공예 오브제 오즈레 컬러는 소재와 컬러 간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솔레이 데르메스Soleil d’Hermès 포슬린 세트
야자수와 꽃을 형상화한 옐로 컬러의 추상적인 그래픽 패턴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포슬린이다. 에르메스의 태양이라는 의미의 ‘솔레이 데르메스’라는 이름처럼 식탁 위를 밝게 채워주는 24개의 아이템에 각각 다른 패턴을 그렸다. 아리엘 드 브리샹보Arielle de Brichambaut가 디자인했다.



쿨리스Coulisse 테이블 램프
단순한 대나무 프레임과 구리 도금 처리한 원이 이루는 조형미부터 심플하고 가볍다. 금속 원으로부터 발산하는 빛은 부드럽고 대나무에 덧댄 얇은 낙하산 직물(패러슈트 캔버스)에 빛이 투과하면서 그림자는 다채로운 선을 그린다. 토마스 알론소Tomás Alonso가 디자인했으며, 직물에 칠한 컬러는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했다.



플리아슈Pli’H 센터피스
얇은 가죽을 재단하고 정교한 새들 스티치를 더해 종이접기 하듯 자연스럽게 접힌 센터피스를 완성했다. 가죽 위에 그린 패턴은 핸드 페인팅으로 섬세하게 작업해 장인의 노련한 손길이 여실히 느껴진다.


가벼움에서 시작되는 품격, 2022 에르메스 홈 컬렉션 
전통과 혁신을 오가는 에르메스가 집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것은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프랑스 장식 미술가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와 가구를 제작했으며, 이는 2010년 리에디션 컬렉션으로 다시 선보였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본격적으로 삶의 예술로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포슬린 도자기, 크리스털, 텍스타일, 데커레이션 컬렉션 등을 통해서다. 이후 2011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처음 참가하면서 리빙 브랜드로서 외연을 확장했고 매년 시간을 초월한 우아함을 담은 컬렉션을 새롭게 발표한다.


직접 손으로 짜고 염색한 캐시미어 조각을 재연결 기법을 사용해 기하학 패턴을 만든다.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킨다.
202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고유의 감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샬롯 마커스 펄맨 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가 연출한 전시 <가벼움의 미학(lightness)>은 네 개의 커다란 구조물부터 주제를 충실하게 반영했다. 중력을 거슬러 물을 끌어올리는 급수탑에서 영감을 받은 이 구조물들은 웅장하고 부피감이 살아있지만 가벼움의 미학을 잃지 않는다. 반투명 컬러의 종이로 덮어 빛이 투과하는 모습은 커다란 조명을 닮았다는 점도 가벼움의 가치를 이어간다. 초현실적 구조물 속에는 포슬린, 가구, 조명 등이 놓여 저마다 독특한 감성을 전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을 통해 처음 주인공으로 등극한 텍스타일은 극도로 섬세하고 가벼운 캐시미어 소재로 가벼움의 미학을 완성했다. 올해 11월에는 국내에서 고객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에르메스 메종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에르메스 홈 유니버스 아티스틱 디렉터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 & 샬롯 마커스 펄맨Charlotte Macaux Perelman

생각은 묵직하게, 표현은 가볍게

2022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이는 전시 제목은 <가벼움의 미학(lightness)>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샬롯 이번 주제인 ‘가벼움의 미학’은 저와 알렉시스가 몇 년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공통으로 추구해온 가치관입니다. 에르메스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시대를 초월해 사용 가능한 디자인 오브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견고한 소재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단순히 소재만으로 가벼움을 표현하기보다 다양한 요소에서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표현했습니다. 

에르메스가 정의하는 가벼움이란 무엇인가요? 
알렉시스 저희는 ‘가벼움’을 두 가지로 해석했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무겁지 않은 것, 즉 가벼운 오브제를 만들고 선보이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색상과 음영으로 가벼움을 표현해 조금 더 시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로 접근하고, 소재와 색상을 선택할 때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컬렉션에서는 가벼운 느낌의 가죽 소재를 사용하고, 텍스타일의 경우 은은한 색상을 접목해 가벼움을 표현한 오브제를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가벼움의 미학은’ 편리한 움직임과 시적인 정서를 모두 내포합니다. 우리는 늘 어떻게 하면 내구성 있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하거나, 오브제를 가볍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컬렉션과 시노그래피 디자인 모두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에르메스의 테마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에르메스가 가장 선호하는 소재인 캐시미어로 제작한 컨스트럭션 플래드는 2022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전시의 시노그래피에서 빛이 은은하게 투과하는 모습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창호 형태를 닮았습니다. 외관은 급수탑 형태에서 따왔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표현했나요? 

샬롯 전시 콘셉트에 맞춰서 오브제를 배치하기 때문에 시노그래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에르메스의 오브제들이 공간 자체와 연결되면서 비로소 전시가 완성되죠. 건축물과 오브제가 함께 공존하며 선보이는 분위기와 이야기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제작된 급수탑 형태를 한 구조물 네 개는, 그 거대한 비율에도 불구하고 작은 오브제와 친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구조물의 기본 골격은 목재 소재로 제작했으며, 여러 색상의 반투명 종이로 감쌌습니다. 빛이 투과되어 구조물 자체에서 빛을 발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알렉시스 내구성과 가벼움이라는 대비되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느낌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전시장의 전시 구조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급수탑은 보통 외곽지역에 설치한 시멘트로 만든 둔탁한 구조물이죠. 이런 이미지를 오히려 가벼운 느낌으로 재해석하여 대비하고, 모순적이지만 조화로운 느낌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여러 색상의 캐시미어를 겹쳐 가벼운 느낌을 표현했다
이번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텍스타일이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주제에 부합하는 가벼운 소재여서일까요? 
샬롯 스테디 컬렉션과 신제품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했습니다.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도 필요했고요. 일반적으로 가구 한 점을 디자인하는데 수 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밀라노 전시에서는 기존에 선보였던 에르메스 홈 컬렉션 중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가구와 오브제 제품을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반면에 텍스타일 제품은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이 짧고 훨씬 유연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위한 신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색상의 캐시미어 소재를 겹쳐 투명한 느낌을 표현했고, 캐시미어 소재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살린 플래드와 베드 커버를 완성했습니다. 마치 한국의 보자기처럼 말이죠.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혁신적 수작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여기서 혁신적 수작업이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세요.
샬롯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적 장인 정신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전통적 노하우와 새로운 기술의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예로, 여러 개의 대나무 줄기가 사용하는 카루미Karumi 컬렉션의 경우, 대나무 소재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완성할 수 있기에 기존 노하우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모두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홈 컬렉션에서 단순한 소재가 장인의 혁신적인 손길을 거쳐 표현되는 아름답고 섬세하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눈여겨봐주시기 바랍니다.

글 박효성 기자 | 자료 제공 에르메스(02-542-6622)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