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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매장에서 배우는 쿨 인테리어 Cool이 지배하는 세상
하이든의 교향곡은 프랭크 아발론의 유행가들보다 몇백 년이나 더 나이를 먹었지만 훨씬 쿨하다. 거리 두기의 미학, 힘 빼기의 미학이 바로 쿨이다. 태연한, 서늘한, 멋진, 에누리 없는 쿨! 요즘의 패션 매장이야말로 쿨 스페이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안에는 감각적이고 가변적인 미학이 살아 숨쉰다. 다음에 소개하는 패션 매장과,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타일링 포인트는 보다 진보한 쿨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나르시시즘, 역설적인 초연함, 쾌락주의가 슬며시 넘나드는 쿨 패션 스페이스. 그곳에서 배우는 쿨 인테리어.


단출한 것은 가난한 것이 아니라 쿨한 것이다. 달의 반쪽은 빈 것이 아니라 완전해지는 과정인 것처럼. 쿨해지려면 우선 군더더기 없이 비운다. 단정한 색깔과 강한 임팩트를 가진 물건 몇 개만 채워 넣고 대신 그 빈자리엔 반사, 번질거리는 질감, 그림자가 노닐게 한다. 무언가 감싸고 있던 옷자락으로 빈자리를 말하는 조각가 채우승 씨의 작품. 사라져버린 성스러움과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관능성이 벽 저편 어딘가에 있을 듯하다. 간결한 선만 남은 옷걸이는 스웨데스 제품으로 비에쎄에서 판매한다. 옷걸이에 걸린 오브제는 셀레티Seletti 제품으로 세컨호텔에서 판매. 반사광이 눈부신 슈퍼미러 스툴은 세컨호텔에서 판매. 화기는 달튼 제품으로 크리스챤 또뚜에서 판매. 바닥에 깔린 타일은 윤현상재에서 판매한다.


1 거울과 유리가 만드는 쿨한 속임수
거울과 유리가 만들어내는 확장감은 가히 상상 불가의 것이다. 물체가 반사시킨 빛을 거울이 다시 반사시켜 눈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직접 볼 수 없던 부분도 거울을 통하면 볼 수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확장감은 곧바로 쿨함으로 연결된다. 마감재로서 유리와 거울이 만났을 때 그 느낌은 더 날카롭고 드라마틱해진다. 난분분하게 부딪히는 빛과 형태와 색, 그 반사, 그 흡수로 완성된 무이Mue의 2층 드레스 룸. 2차원적 공간이 3차원적 이미지로 변하는 속임수의 현장이다.

2 Styling idea
반사는 형태를 겹쳐지고 굴곡되게, 색을 왜곡되게 하므로 2차원적으로 눈에 맺히는 형태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거울과 유리를 맞대면 이 효과는 더 커진다. 전면 거울 위로 5cm 정도 사이를 띄워 유리를 덧대고 그 위에 다시 가파른 직선의 라인을 테이핑 작업한다. 그 앞에 놓이는 어떤 물건이라도 쿨해지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단정한 선을 이루는 흰색 의자는 세컨호텔에서 판매, 구 모양 조명등은 아르테미데 제품으로 두오모에서 판매, 녹색의 투명한 빅토리아 고스트 체어는 카르텔 제품으로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장소 협조 티오도.


3 직선보다 곡선이 더 쿨하다
곡선은 직선보다 오히려 빠르다.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그 침투력은 직선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곡선은 스피디한 무거움과 경쾌한 느림을 넘나든다. 그 곡선이 빛과 만나면 그것이야말로 쿨이다. 빛을 머금은 달이 오히려 차가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디자이너 전시형 씨가 설계한 한섬 본사 매장.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진 벽 사이로 빛이 흐른다. 디자이너 는 이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너절하거나 공허하지 않을 것, 너그러움의 여백, 도를 넘지 않는 절제’에 방점을 찍었다. 곧 ‘쿨=안단테’.

4 Styling idea
유기적인 곡선과 빛을 한 공간에 집합시킬 것. 빛 벽을 세우는 건 간단한 스타일링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므로, 대신 곡선의 유리 테이블 안에 조명을 설치하고 유기적인 선의 정수, 팬톤 체어를 놓아둔다. 테이블 세팅도 경쾌한 곡선의 소품들로 연출한다. 쿨한 곡선, 쿨한 빛 사이로 잉어 두 마리가 노닌다. 팬톤 체어는 비트라 제품으로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테이블 위에 놓인 제품은 맨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유백색의 촛대는 리네로제에서 판매, 투명한 와인글라스는 태홈에서 판매, 원형의 재떨이는 리네로제에서 판매, 주둥이 부분이 넓게 퍼진 와인글라스는 카림 라시드 디자인으로 태홈에서 판매, 실린더 형태가 얼기설기 짜인 화기, 밑이 올록볼록 파인 볼은 모두 카림 라시드 디자인으로 태홈에서 판매, 직사각형의 투명 아크릴 화기는 크리스챤 또뚜에서 판매. 장소 협조 티오도.


결을 주목하라
질감 없이 색이나 형태만으로 완성된 공간은 지루하고 덥다. 질감이 더해졌을 때 그 공간은 경쾌하고 쿨해진다. 건축가 조민석 씨가 설계한 패션 편집 매장 무이. 5m 높이의 상자형 공간 안에는 두 개의 얼음벽(얼음의 질이 느껴지는 아크릴수지 벽체), 강철로 된 레이스 벽, 까만 천 안으로 조명을 넣어 지글지글 끓어오를 듯한 질감의 벽이 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바라본 세계, 우주 공간의 알갱이들이 이 공간의 결을 결정한다. 매끈함, 거칠음, 움직임, 멈춤, 소름 돋은 피부, 바다 표면의 잔물결, 다공질의 덩어리, 원자, 혹성이 바로 그 결의 키워드다.



5 Styling idea
서로 다른 질감이 한 공간에 놓였을 때 그 질감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쿨함은 한층 배가된다. 지글거리는 에폭시 바닥, 바위의 매끈하면서도 예리한 결, 스틸의 차가운 질감만으로도 쿨은 완성된다. 특히 축축이 젖은 듯 반짝이는 에폭시 도장은 공간에 쿨한 기운을 선사하는 일등 공신. 요즘엔 광택 있는 메탈릭 타일도 많이 선보이고 있으니, 에폭시 도장 대신 ‘쿨한’ 바닥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바위의 모습과 질감을 닮은 회색 스툴은 프랭크 게리 디자인으로 웰즈에서 판매, 좀 더 각이 진 흰색 테이블 겸 조명등은 웰즈에서 판매, 조약돌 모양의 초는 까사미아에서 판매. 장소 협조 웹 에이전시 회사 ‘이모션’. www.emotion.co.kr

6 Styling idea
이 빗각을 실내에 들일 때는 벽을 절개하거나 구조물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대신, 간단한 디지털 프린트 기법을 이용할 것. 빗각이 교차하는 그래픽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팅한 후 벽과 바닥을 채우면 그 공간은 일시에 쿨해진다. 빗각이 모인 삼각형을 하나하나 자르고 각을 세워 입체의 벽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조각 같은 라인이 만들어내는 비대칭의 묘미는 가히 쿨의 정수라 할 만하다. 그 위에 양념처럼 컬러의 보색 대비를 얹어주면 더 근사해진다. 표면의 잔굴곡 때문에 더욱 검게 빛나는 스툴은 카르텔 제품으로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주둥이가 들어올려진 화기는 크리스챤 또뚜에서 판매


빗각으로 승부하라
커다랗고 대담한 빗각은 평면을 입체적인 공간으로 만들기도 하고, 공간에 속도감을 선사하기도 하며, 어수선해 보이는 배경을 가볍게 툭툭 쳐서 무너뜨리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쿨해지려면 정직한 직각이 아니라 빗각을 공략할 것. 역시 전시형이 설계한 한섬 매장의 외관이다. 차가운 유리와 빗각이 만나 빠른 속도감을 만들어낸다.

패션 편집 매장 무이는 건축가 조민석 씨가 설계한 공간으로 블랙 패널로 마감한 외관과 5m 높이의 상자 형태 내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공중에 매달린 옷걸이에서 옷을 내리고 홀을 비우면 그 공간은 바로 패션쇼나 예술 행사의 무대로 변신한다. 평소의 무이 매장에선 빅터앤롤프, 피에르 아르디, 레비용, 코코살라키 등 개성 있는 수입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2-3446-8074 타임, 마인, 시스템, 타임 옴므 등 국내 패션 업계 1위 브랜드로 구성된 한섬 본사 매장은 디자이너 전시형이 설계했다. 빛으로 둘러싸인 벽과, 빗각의 유리 조각이 조합된 커튼월로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문의 02-3416-2000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