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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하우스 비전 2022 과연 행복은 도시에만 있을까?
한 번쯤은 로컬 라이프를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귀촌 라이프, 디지털 노매드, 스마트 농업 등 솔깃한 방법은 많은데 왠지 내가 실행하자니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 ‘농農’을 주제로 충청북도 진천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 하우스 비전’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되어준다.

진천의 코리아 하우스 비전 현장. 출품작들을 실제 크기 집으로 지어 하나의 마을을 만들었다.
<코리아 하우스 비전>
기간 6월 18일(토)까지
장소 뤁스퀘어(충북 진천군 이월면 599-80)
문의 house-vision.kr

행복교실 전시 도슨트
일정 6월 13일(월) 오후 2시
인원 10명
참가비 1만원(카페 쿠폰 제공)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서 신청하세요.


2011년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는 ‘집’을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산업 분야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건축가, 크리에이터, 기업 등과 협력해 미래 삶을 그려보는 연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하우스 비전’이 도쿄와 베이징에 이어 네 번째 전시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코리아 하우스 비전의 주제는 ‘미래를 끌어당기는 농農’. 농업 혁신 기업이자 스마트 팜 솔루션 기업인 만나 CEA가 파트너사로 참여하며 요즘 가장 따끈한 이슈인 농업과 집의 만남에 설득력을 더했고, 코리아 하우스 비전 전시도 만나 CEA가 있는 진천에서 열리게 되었다.

코리아 하우스 비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욱, 민성진, 김대균, 조병수, 임태병 다섯 건축가와 조기상, 나훈영, 송봉규, 유보라 네 디자이너가 2018년부터 준비한 각자의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여섯 개 집과 네 개 제안으로 나뉘는 작품들은 탈도시 라이프를 위한 ‘진짜’ 솔루션이 된다. 특히 여섯 개 집은 실제 크기로 지어 미래 한국의 집과 생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하우스 비전 행사 최초로 전시 기간 후에도 출품작인 집들을 남겨 지역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예정. 앞으로 이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로 진천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기대된다.

최욱 건축가의 작은 집. 두 동으로 나눠 건물 사이에 마당이 생겼다.

부엌 겸 다이닝룸으로 쓸 수 있는 공간. 제작 가구로 좁은 공간을 사용할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2층 서재에서 보이는 뷰. 홀로 고독을 즐기는 로망 공간의 실현이다.
최욱
작은 집
최욱 건축가는 한 변이 2.4m인 정사각형 모듈로 만드는 ‘작은 집’을 선보였다. 르코르뷔지에의 휴먼 스케일 ‘모듈러’와 한국의 ‘평’ 개념을 복합해 만든 모듈을 레고처럼 칸을 붙이고 층을 쌓으면, 얼마든지 공간을 확장하며 개인의 필요에 맞게 집을 지을 수 있다. 진천 코리아 하우스 비전 현장에 지은 작은 집은 두 동으로 나뉘고, 그 건물들 사이에 생긴 공간은 자연스럽게 작은 정원이 된다. 또한 지세의 높낮이에 맞게 건물에 턱을 만들어 자연과 건축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작은 집 내부의 가구나 조명 등 집기를 모두 세트로 제작해 모든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고,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간소하게 갖추었지만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2층에 올린 모듈러 하나는 서재 공간. 한쪽 벽에 뚫린 커다란 창으로 진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검박한 공간에서 충만한 경험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 이렇게 자연을 곁에 두고 나의 생활에 꼭 맞춘 공간을 삶의 터전 혹은 별장으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우스 비전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에 맞는 집을 만들고자 계속 고민했어요. 한국의 전통 집은 산과 들이 많은 지형적 특성에 맞게 지어졌습니다. 탄생부터가 농경 사회에 적합한 집인 거죠. 작은 집은 한국 전통 건축양식을 품어 완성한 한국형 모듈 하우스인 셈입니다. 동을 나눠 각자 역할을 분배했고, 서양의 집과는 달리 방을 사이에 두고 양쪽 벽에 창을 냈어요. 창문을 통해 바깥 풍광이 집 안으로 들어오니 작은 집이지만 전혀 작지 않게 느껴집니다.”

최욱은 건축가이자 원오원 아키텍스의 대표다. 대표작으로 학고재 갤러리, 두가헌,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 등이 있다.


온실이 집을 품은 형태의 메타 팜 유닛. 왼쪽은 주방과 다이닝룸, 오른쪽은 침실로 쓰는 건물이다. 침실 2층에 난 창문으로는 온실 안 풍경을 차경할 수 있다.
민성진
메타 팜 유닛
민성진 건축가는 아난티 남해를 건축하면서 장기간 시골 동네에 거주하며 지역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 경험이 있다. 그 시간 동안 농촌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기에 온실 안에 집을 짓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메타 팜 유닛Meta-Farm Units’에서는 집 밖을 나가면 바로 농작물 재배지이니 거주지와 농작지를 쉽게 왔다 갔다 하며 농작물을 살피거나 요리에 쓸 채소를 수확할 수 있고, 농작물을 건조하거나 농기구를 고치고 김치를 담그는 등 2차 작업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땅에서 40cm 정도 띄운 덱 위에 지은 집은 거실과 주방 역할을 하는 다이닝 유닛과 사적 공간으로 쓰는 침실 유닛 두 채로 나뉜다. 마의 섬유질이 들어간 갈색 패널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제작하기 간단할 뿐만 아니라 비용이 저렴해 귀농하는 청년의 걱정을 덜어준다. 게다가 모듈형 주거 형식이라 필요에 따라 공용 공간을 넓히거나 방을 추가하고, 한 온실 안에 여러 채의 집을 지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덱은 시골의 평상 역할을 해요. 시골에서는 평상 위에 음식을 펼쳐놓고 함께 모여 식사하는데, 그 모습을 떠올리며 이 위에서 여러 활동이 이뤄지기를 바랐거든요. 다이닝 유닛에는 턱을 없애 신발을 신고 드나들 수 있게 했어요. 손을 씻으러 들어가거나 요리하고 새참을 챙겨 먹는 등 농사를 지으며 일어나는 활동에 동선이 편리하도록 주방을 반 정도는 야외에 둔 거라 볼 수 있죠. 주방의 큰 테이블에도 바퀴를 달아서 덱으로 끌고 나와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요.”

민성진은 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주거, 업무, 교육, 문화, 상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사용자의 크리에이티브한 경험을 중요시한다. 대표작으로 아난티 클럽 서울과 세이지우드 골프&리조트 등이 있다.


마당 역할을 하는 덱으로 다이닝 테이블을 끌고 나갈 수 있도록 테이블에 바퀴를 달고, 바닥의 턱을 없앴다.

침대로, 긴 의자 겸 스툴로,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는 사방 가구. 벽면에는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하라 겐야는 주어진 땅이 여유롭다면 단층집을 짓는 게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하라 겐야
양의 집
무인양품의 ‘양陽의 집’은 하라 겐야 대표가 디자인부터 설계, 가구 제작까지 모두 참여했다.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단층집이라 진천처럼 교외 지역에 짓기 적합하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야외 덱이 연결되어 창문을 열면 거실과 마당이 하나로 이어진다. 덱에 움푹 파인 공간에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고, 한국형 양의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텃밭도 있다. ‘먹을 수 있는 정원’이라 부르는 자그마한 텃밭은 가족이 생활하며 먹을 만큼의 허브, 토마토, 파 등 식물을 키우기 딱 적합한 크기다. 내부에는 수납장을 모두 붙박이로 벽면에 붙이고, 가구는 벽에서 떼어 사방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침대 네 면에는 높고 낮은 나무 판이 연결되어 있어 의자 겸 스툴로, 업무를 보는 책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소파 역시 뒷면에는 서랍장과 테이블이 달려 있어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밥을 먹을 때 사용하기에도 좋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여기저기 이동할 일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데요, 만약 새로 직업을 고를 수 있다면 원래부터 관심이 많던 생물학을 전공하거나 식물학자가 되어 교외 지역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양의 집에서라면 그런 생활이 가능할 것 같고요. 집 주변의 환경을 즐기고, 필요 이상의 물건을 두지 않으며 콤팩트한 삶을 사는 거죠.”

하라 겐야는 디자이너이자 니폰디자인센터 대표. 2002년부터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마츠야 긴자, 츠타야 서점, 긴자 식스 등 다방면의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100% 키친의 내부모습. 인테리어 요소를 최소화 해 군더더기 없이 완성했다. 한 쪽 벽의 실내형 식물 재배기가 공간을 채워주면서, 이 레스토랑의 운영 원리를 설명해준다.
나훈영
100% Kitchen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 전부를 자급자족하고, 식당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모두 재사용하겠다는 의미의 ‘100% 키친’. 한 건물 안에서 만나 CEA의 식재료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미래형 레스토랑이다. 지하 1층에서는 만나 CEA의 농법인 아쿠아포닉스(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식물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순환형 시스템)로 장어를 키우고, 장어가 배설한 유기물로는 느타리버섯을 키운다. 레스토랑 공간인 1층에는 벽면의 실내형 식물 재배기가 인테리어를 대신하고,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바꾸는 시설도 있다. 그리고 2층 옥상 스마트 팜 시설에서는 각종 채소를 기른다. 100% 키친은 농장에서 서울 또는 대전의 물류 센터를 경유하는 국내 먹거리 유통망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탈탄소화의 솔루션이 되고, 먹기도 전에 음식이 버려지는 한국의 심각한 식품 손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100% 키친에서는 모든 음식이 팜투테이블 구조로 만들어지니, 사용하는 식재료가 매우 신선해요. 채소뿐 아니라 물고기와 버섯도 마찬가지죠.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일 텐데,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이곳을 방문하시면 음식을 즐기는 동안 여기에 사용한 재료가 재배되는 방법, 다시 순환되어 물고기의 사료가 되고 채소의 양액이 되는 구조를 떠올려보세요.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의미도 곱씹어볼 수 있을 거예요.”

나훈영은 2012년 공간 디자인 회사인 프로젝트 디자인 그룹(PDG)를 설립하고, SM 엔터테인먼트 본사와 DDP 크레아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코리아 하우스 비전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긴 벤치는 시골의 평상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공연과 전시를 감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고사리와 이끼 등 음지식물이 자라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내부 공간. 때마다 분사되는 만나 CEA의 미스트 기술이 그 분위기에 한몫한다.

일반 유리보다 비싸지만,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유리를 사용해 건물 안팍이 훤히 보인다.
김대균
컬티베이션 하우스
‘컬티베이션 하우스’는 culture(문화)와 cultivation(경작)의 어원이 같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커다란 온실 안에 자리한 컬티베이션 하우스에서는 식물과 문화가 함께 자란다. 만나 CEA의 기술력으로 식물이 무럭무럭 성장해 내부가 열린 공간의 기능도 하게 되고, 온실 안에 다양한 문화 공간이 들어와 사람과 문화 요소를 연결해준다. 내부의 기다린 벤치는 시골 마을의 평상에서 착안한 것으로, 여럿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행사를 즐기며 이곳이 문화 커뮤니티의 장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준다. 김대균 건축가는 컬티베이션 하우스에서 문화와 자연을 키우며 도시와 농촌의 로망이 교차하기를 바랐는데, 실제로 진천 사람들은 우리 동네에도 이런 게 생겨서 좋다 하고,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이 정도면 농촌에서 살 수 있겠다 말하고 있으니 그 의도는 실현된 듯하다.

농촌과 문화 커뮤니티에 대해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최근 1백여 년 전에 지은 해남의 유선여관에 카페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마당에는 인공 조경과 시멘트 블록을 걷어내 공간을 비워냈고요. 이곳이 투숙객 외에도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지역의 문화 행사가 열리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다 보니 농촌 지역에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건축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컬티베이션 하우스에서 자라는 조경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세요.
식물 전문가와 논의하며 온실 특성에 맞는 식물들로 구성했어요. 고사리와 이끼 등 음지식물이 자라고 있어 야외 조경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땅 밑으로 양액 라인을 깔아 거름을 주고, 때마다 미스트를 분출해 습도를 맞춰주는 만나 CEA 기술 덕분에 식물들이 더욱 싱싱하게 유지돼요.

컬티베이션 하우스는 코리아 하우스 비전에서 허브 역할을 합니다. 다른 집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컬티베이션 하우스와 양의 집, 작은 집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건물 외벽을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유리를 사용해 컬티베이션 하우스 안에서 보면 양의 집과 작은 집이 하나의 풍경으로 들어옵니다.

김대균은 착착 건축사무소 대표이고,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TI)에 출강 중이다. 양구 백자박물관, 유선여관 등을 디자인했고, 내년에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주제전 ‘디자이너스 초이스’에 참여해 실내와 실외가 교차하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풀어낼 예정이다.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김동규 | 자료 협조 하우스비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