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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제작자 임수민 내 집의 선장이 되어
웃음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임수민 씨와 눈빛은 몽롱하지만 조용한 열정으로 우리를 반겨준 반려견 수리. 두 존재가 사는 집에 승선했다. 창밖에는 파도 대신 꽃비를 흩뿌리는 나뭇가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한 항해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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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민 씨와 수리는 이제 서로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쌍이 되었다. 귀퉁이가 깨진 거울은 길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렇게 임수민 씨 집에는 어울림을 고려하지 않고 들인 여러 사물이 모여 독창적 매력을 만든다.
배의 방향키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도 주변에서 바람이 불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나아가기 힘들다. 그건 인생을 항해할 때에도 마찬가지. 임수민 씨가 자취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부모님이 원하는 딸의 모습’과 ‘내가 지향하는 자신의 모습’ 간에 괴리가 생긴 것. 이렇게 임수민 씨를 독립하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 이유가 하나둘 모이던 중, 결정적 사건도 있었다. “알베르 키위 작가님께서 말을 끌며 초원을 거닐고 있는 제 모습을 그려주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담겨 있는 데다 강렬한 색감까지! 딱 저를 상징하는 그림인데, 크기가 커서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는 둘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이제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때라 생각했죠. 그림은 지금 작업실로 쓰는 방에 걸려 있어요. 언제나 ‘나다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지요.”

임수민 씨는 이 집에서 눈뜨자마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지기를 바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벽에 색 입히기. “미국 서부에 있을 법한 해변가의 집을 떠올렸어요. 바닷바람을 맞아 빛바랜 색감을 살리고, 오래 머물러도 눈이 피로하지 않을 라벤더색, 하늘색, 연한 라임색을 골라 벽을 칠했죠.”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여기가 합정동이 아니라, 1980년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초여름의 햇빛처럼 생동감 넘치는 임수민 씨의 에너지에 금세 물들었기 때문일 수도.

임수민 씨의 많은 직업 중 하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전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거리 위 사람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았다.

최근 식스티 세컨즈 브랜드에서 구매한 매트리스와 나무 원판 매트리스 받침. 남는 공간에는 꽃병이나 자기 전에 읽는 책 등을 두어 사이드 테이블 대신으로 사용한다.
그는 작은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적이 있다. 팀원과 동고동락하며 자기 내면의 깊은 곳을 성찰하기도 한, 복잡하고도 고독했던 5개월의 여정이었다. 그 경험은 임수민 씨가 일상을 꾸려가는 일에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근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 번역, 영문 기사 작성, 마케팅 기획, 제 일상을 담은 유튜브 운영 등 다양한 영역의 일을 집에서 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에 얽매여 있지 않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일에 집중하다가도 수리가 심심해 보이면 같이 산책을 다녀오고, 몸이 찌뿌둥하면 요가를 하고요. 쉬고 싶을 때 쉬고, 집중하고 싶을 때 집중하는 게 최고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임수민 씨는 자유분방하지만, 제멋대로 살아가는 건 아니다. 이 집의 선장이지만 대장 역할을 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는 함께 사는 존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놓으며 공존하려 한다. “곧 남자 친구도 함께 살 예정이에요. 그 친구가 집에 오면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그에게 필요할 것 같은 공간에 있는 제 물건을 슬쩍 치워봐요. 그 빈자리에 자연스레 남자 친구의 물건이 놓이면 성공. 수리를 데려온 후에도 주로 어디에서 자나 살펴본 후에 그곳에 집을 놓아줬거든요. 둘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계속 관찰하고 있어요. (웃음)”

그동안 수집한 책과 어머니가 만든 임수민 씨를 똑 닮은 인형. 사랑스러운 곱슬머리에 웃는 눈매와 입매까지, 애정 가득한 시선이 담겼다.

친한 작가가 그려준 그림, 태평양 항해를 떠날 때 어머니가 만들어준 태극기 등 임수민 씨가 영감받을 수 있는 것으로 가득한 작업 방.
임수민 씨는 집에 갑자기 손님이 찾아온다고 해서 급히 청소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건 진짜 자기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임수민 집’을 보여주기 위해 평소 모습을 유지하려는 부지런한 습관을 들였다. 앞으로는 이곳이 ‘최성기와 임수민의 집’으로 여겨졌으면 한다. 함께 지내기 위한 준비는 두 사람이 쓰던 수건을 합치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여러 난관을 당차고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것이다.


임수민의 비치 하우스
귀여운 미국 할머니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해변가의 별장처럼, 노스탤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집의 부분들.


무지주 선반
모래빛의 연한 나무색에 두께감이 어느 정도 있고, 길이는 짧은 무지주 선반을 찾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 어렵더라고요. 주로 빈티지 화병을 모아 올려두는데, 여러 색과 무늬가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요즘 집에 꽃을 두는 걸 좋아해서 화병 몇 개는 방에 가 있고 지금은 투명하고 푸른 계열의 사물이 모여 있네요!



짙은 에메랄드빛 타일
수리가 이 집에 오기 전, 임시 보호하던 분에게 수리가 차가운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관 입구와 창문 아래 공간을 직접 타일로 시공했어요. 육각형 모양 타일은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답니다. 터키석을 닮은 짙은 에메랄드색이 마음에 쏙 들어요. 빛을 받아 반짝일 때면 일렁이는 바다도 생각나고요.



집 모양의 수납장
정말로 할머니가 수집한 찻잔을 빼곡히 올려두었을 것 같은 귀여운 수납장이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제가 원하던 느낌이고 ‘비치 하우스’라는 집의 콘셉트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운명적 만남이었죠. 촛대와 문진, 향초 등 아끼는 소품을 두었어요.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