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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에이전시 대표 김시내 부엌은 나만의 편집 공간
작가를 관리하는 아티스트 에이전시 TDA하우스의 대표로, 초등학생 딸 해나의 엄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워킹맘 김시내. 좋아하는 물건으로 꾸민 부엌은 그에게 좀 더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다.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 남편과 함께 하나둘 모은 와인 잔.

어두운 색깔의 하부장과 대리석으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부엌. 아일랜드 하부는 수납장을 짜 넣어 자주 사용하는 컵과 그릇 등을 보관한다.
이 부엌은 주로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요?
세 식구가 함께 모여 밥을 먹거나 일과 관련한 미팅을 하는 공간이에요. 전에는 주로 식탁이나 안방에서 제 일을 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부엌 안쪽에 가벽을 세워 저만의 홈 오피스를 만들었어요. 아이가 저를 찾는 일이 주로 부엌과 관련된 것이라 동선도 편하고요. 현관으로 향하는 문도 따로 냈죠. 확실히 에너지 소모가 줄었어요.

최근에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했네요. 부엌은 어떻게 바꾸었나요?
이전 부엌은 거실과 이어지는 형태였어요.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까 뻥 뚫린 공간보다는 각자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구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ey가 디자인한 코발트블루 컬러의 찬장을 경매 사이트에서 만났어요. 원오디너리맨션 대표님과 경쟁하다가 거의 뺏어오다시피 했는데요.(웃음) 1950년대에 만든 찬장이자 그릇장이에요. 결정적으로 이 가구와 어울리는 부엌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사를 시작했죠. 부엌 하부장을 월넛으로 정하고 상판은 제가 좋아하는 녹색 대리석을 올렸어요. 자주 사용하는 컵이나 그릇을 보관할 수 있도록 아일랜드를 세우고 안쪽에 얕은 수납장을 짜 넣었죠. 답답하지 않도록 간살문으로 개방감을 더했는데, 직선이 많아져서 사용하던 큰 식탁 대신 1950년대 피에르 샤포Pierre Chapo가 디자인한 원형 테이블을 들였어요. 실용적인 데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다리가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라비아 핀란드 빈티지 커피 잔은 내구성이 뛰어나 즐겨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1950년대 피에르 샤포가 디자인한 원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뒤쪽 벽에 걸린 무화과 그림은 박성민 작가의 작품.

김시내 대표의 그릇 컬렉션. 지노리는 오래 전부터 즐겨 사용하던 브랜드다.

부엌과 간살문 하나를 사이에 둔 홈 오피스 공간. 가장 아끼는 앙드레 소르네의 찬장을 배치했다. 부피가 큰 그릇이나 소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부엌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라꼬르뉴 가스 오븐.
어떤 부엌이 되길 바랐나요?
부엌은 그냥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러려면 저는 심미적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구뿐 아니라 부엌에 배치한 그림과 포스터도 계절과 분위기에 맞게 바꿔 걸고 있어요.

이 부엌에서 만든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를 말해주세요.
평소에는 한식 위주의 음식을 즐겨 먹는데, 연말에 가족과 함께 랍스터를 쪄 먹은 기억이 나요. 찜기에 찐 뒤 버터와 레몬을 곁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 정말 쉽고 간편하거든요. 어란을 크림치즈에 섞어서 빵에 곁들였는데, 근사한 와인 안주가 되더라고요.

부엌 하면 떠오르는 옛 기억이 있나요?
어릴 때는 핸드폰도 없고, TV도 오후 5시가 되어야 방송을 시작했어요. 할 게 많이 없잖아요? 엄마가 요리에 진심인 전주 분이라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 과정이 정말 다이내믹하고 흥미롭던 기억이 나요. 제가 어릴 때니까 주방에 못 오게 하셨는데, 저는 틈만 나면 국자라도 저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썼어요. 그 이후에 초등학생 시절 엄마 없을 때 몰래 재료를 사다가 탕수육을 만들었는데, 탕수육 색깔이 브라우니처럼 새카맣게 되었죠. 부엌도 난장판이 되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앞으로 이 부엌도 세 식구가 더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새 물건은 새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예뻐 보이지만,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손때가 묻기 시작하면 점점 가치가 떨어지죠. 하지만 좋은 빈티지는 쓰면 쓸수록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1900년대 중반은 인력이 굉장히 풍부하던 시기예요.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했죠. 자세히 보면 나사 하나도 튼튼하고 예뻐요. 즐겨 사용하는 아라비아 핀란드 빈티지 그릇도 무엇보다 정말 튼튼해요. 식기세척기에 돌려도 끄떡없고요.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