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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행복작당 심심헌

오래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세간살이를 그대로 두었다.

방마다 문을 열어 공간을 확장하면 안쪽까지도 바깥 풍경이 성큼 들어온다. 누마루로 나가면 남산 자락과 그 아래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이 내다보인다.

ㄱ 자 한옥과 행랑채를 더해 ㄷ 자형 구조로 완성한 심심헌.
비운 만큼 채우는 ‘심심한’ 공간
그간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더더욱 행복작당을 위해서는 처음 문을 연 심심헌. 이곳은 다른 브랜드나 작가의 전시를 연계하지 않고 오롯이 한옥 자체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섬세한 한옥의 주인은 건축가 조주립. 그는 북촌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위해 가회동 31번지 골목길의 전봇대를 없애는 데 앞장선 일화로도 유명한데, 2002년부터 3년에 걸쳐 정영수 대목장과 함께 ‘사서 고생’하며 심심헌을 완성했다. 집이 오래돼 거의 새로 지어야 했음에도 한지 문풍지로 빛의 농도를 조절하는 ‘불발기’, 천장으로 들어 올려 공간 구획을 조절하는 ‘열어 들개문’ 등 전통 방식을 그대로 살렸다. 대청마루에 서면 한눈에 내다보이는 종로 일대와 남산 자락의 풍경 또한 일품. 내부로 들어가면 손때 묻은 살림살이가 그대로 있어 이곳에서 지내는 생활 모습이 피부에 와닿는다. 본채의 커다란 자개상은 바라볼수록 만듦새가 아름다웠고, 행랑채 속 옛날 화장품이 놓인 경대는 많은 이로 하여금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또한 한눈에 봐도 남다르다 싶은 마당 소나무의 수형, 대청마루 아래 숨은 해태 조각, 함지박에서 말라가는 꽈리까지… 심심헌에서는 오래 머무는 만큼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을 ‘심尋’ 자에 마음 ‘심心’ 자를 쓰는 이곳 이름처럼 마음속에 말간 여유가 차올랐다.

<행복> 편집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