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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든 복합 문화 공간 용인 작업실 카페, 시간정원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이 한적한 동네에서 뜻밖에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공간을 만났다. 음식을 먹고,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의 작업실을 구경하며 흰 종이 위를 색칠하듯 꼼꼼히 시간을 채워 보낼 수 있는 곳, 시간정원을 운영하는 네 사람이 모여 앉았다.

인연이 깊은 네 사람. 서로가 서로의 조언자이자 기댈 언덕이 되며 한 팀을 이룬다.
조각 화가 박현웅과 회화 작가 박영희 부부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송지혜와 건축가 명성완 부부. 네 사람이 한적한 마을에 건물을 짓고, 카페이자 쇼룸, 작가의 전시 공간이자 개인 작업실인 시간정원을 열었다. 공간에 대한 궁금증에 앞서,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두 부부가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는지를 먼저 물었다. 알고 보니 박현웅 작가는 송지혜 작가의 고등학교 은사이자, 작가의 길을 처음 꿈꾸게 해준 고마운 존재라고. 예술가 부부라는 공통점으로 교류하며 마음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송지혜·명성완 부부는 이곳을 계획할 때, 함께하고 싶은 동료로 유일하게 두 사람을 떠올렸다. 

박현웅 “저희 부부는 원래 시시각각 변화가 일어나고, 혈기가 왕성한 홍대 근처에 살고 있었어요. 그전에 전원생활을 꿈꿔본 적도 없는데, 송지혜 작가 부부의 제안을 고민 없이 받아들였죠. 그만큼 믿음이 있는 사이였어요.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을 찾을 나이인 저희에게 먼저 손 내밀어 준 게 고마웠고요.” 


버려지는 공간 없이 카페, 쇼룸, 작가 작업실로 알차게 채운 시간정원 내부.

시간정원의 포토 존 역할을 하는 송지혜 작가의 일러스트 거울.
각자 전문 분야에서 작업에 매진하던 작가들은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열린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 또 다른 역할을 맡아야 했다. 네 사람은 합이 잘 맞다. 송지혜 작가는 SNS 계정을 운영하며 온라인 홍보를 맡고, 카페와 쇼룸을 자신의 일러스트로 꾸며 시간정원만의 감성을 만드는 디렉터다. 박현웅 작가는 보일 듯 말 듯 적절하게 개방된 2층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며 공간에 예술적 분위기를 부여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마당의 식물을 관리한다. 네 사람 중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박영희 작가는 카페 운영을 담당한다. 그리고 명성완 건축가는 행동파가 되어 세 작가가 머릿속에 그리는 계획을 실제로 설계하고 실현해준다.

박영희 “카페 운영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평소에도 작업하다가 막히면 베이킹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고요. 제가 사람을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는 성향이더라고요. 내심 이렇게 조용한 지역에서 지내는 삶을 바란 것 같기도 해요. 시원한 수영장 그림을 연작으로 이어간 것도 도시의 삶에서는 지닐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무의식적 열망이 담긴 거였죠.”

송지혜 작가가 운영하는 잡화 브랜드, 오브젝트 다리아의 천 가방.

“시간정원은 화장실도 예뻐요!” 박영희 작가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보랏빛 네온 조명이 비추는 화장실. 안쪽의 수영장 그림은 박영희 작가 작품.

샥슈카, 크로크 마담 샌드위치, 레몬케이크 등 박영희 작가가 직접 만드는 메뉴. 송지혜 작가의 그림을 그려 넣은 식기를 사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박영희·박현웅 작가가 시간정원을 지탱하는 정신적 지주라면, 송지혜 작가와 명성완 건축가는 세련된 감각으로 건물 안팎을 단장하고, 속을 채웠다.

명성완 “예산이 넉넉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을 직접 쓰게 될 거라 생각하니 하나하나 신경이 쓰였어요. 다른 부가적 요소를 빼더라도 작가들이 운영하는 공간의 특징을 살리고자 했죠. 독특한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디자인적 포인트를 주었고, 바리스타 존 전면에 LED 모니터를 설치해 손님들이 모션 그래픽스로 제작한 작가 작품 영상을 연이어 감상할 수 있게 했어요. 공간의 상징인 코발트블루색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죠.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는 색이라 마음에 쏙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샘플 작업을 했어요.”

두 부부, 그리고 네 작가는 서로 같은 결을 지녔다. 사람 자체가 주는 느낌도, 온기를 전하는 포용적인 작업의 성향도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 송지혜·명성완 부부는 박영희·박현웅 부부의 모습을 닮아 있을 것만 같다. 시간 정원은 그들의 공통분모가 되어 앞으로도 서로 응원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함께 지낼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송지혜 “전문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서비스직을 오래 해온 사람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위로의 시간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예약제로 프라이빗하게 운영하는 것도 손님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작가의 작품을 보고, 구석구석 재미난 요소도 찾아보며 공간을 충분히 즐기셨으면 해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각자의 작업에 빠져 몇 시간씩 보내도 좋고요.”


시간정원 용인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원로 436
영업시간 수~월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문의 @thetimegarden.official @object_daria


박현웅 작가와 함께하는 나무 브로치 제작 클래스
박현웅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작업실을 둘러보고, 나무 브로치 제작 체험도 함께해요. 자세한 내용은 본지 50쪽 참고.

일시 12월 3일(금) 오전 11시~오후 2시
장소 시간정원 용인
참가비 10만 원(브로치 제작 체험비+브런치와 음료)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클래스’ 코너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하세요.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