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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어울림이다 폴라 프라이크의 플라워 스타일링 아이디어 네 가지
꽃이 너무 환해 꽃멀미가 날 것 같은 6월. 꽃의 여왕 폴라 프라이크가 또 한 번 서울을 찾았다. 그가 귀띔해준 플라워 스타일링 아이디어 네 가지.

Idea1 “꽃 한두 종류만으로 포인트를 주세요.”
여러 꽃을 섞지 않고 아마릴리스와 카네이션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스타일. 한 가지 컬러와 단순한 꽃으로 덩어리를 크게 만들면 웅장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심플한 나무 형태의 이 꽃은 자연에서 보고 배우는, 자연을 다시 만드는 작업이라 해도 좋다. 꽃으로 나무를 만드는 것이므로.

만드는 법 키가 크고 줄기가 직선으로 뻗은 꽃은 토피어리 트리 스타일을 만드는 데 아주 좋은 재료. 아마릴리스 줄기 아랫부분을 묶고 공 모양의 꽃 윗부분도 밖으로 보이지 않게 묶는다. 화기의 주둥이 부분을 카네이션으로 둘러주는데, 이때 카네이션은 이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마릴리스 대신 해바라기, 거베라도 많이 사용한다. 얼굴이 크면서 모이면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꽃을 윗부분에 꽂는다. 리시안서스나 장미처럼 여린 느낌의 꽃은 아랫부분에 이끼처럼 늘어놓는 게 더 좋다.

Tip 줄기 하나에 꽃이 3~4송이 달린 아마릴리스가 공 모양으로 꽃을 뭉치기에 가장 좋다. 아마릴리스 줄기는 무겁고 속이 비어 있어 부러지기 쉬우므로, 줄기를 끈으로 고정한 후 막대를 끼워 고정시킨다. 이 꽃은 일주일 정도 두고 볼 수 있다.

Idea2 “과일과 채소는 꽃의 가장 가까운 벗입니다.”
과일과 채소는 꽃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꽃의 모양·질감·색깔을 보완하는 훌륭한 재료다. 또 과일을 잘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토피어리 디스플레이, 화환, 화관도 만들 수 있다. 겨울처럼 꽃값이 비싼 계절에 과일이나 채소를 곁들이면 특히 좋다. 다만 과일의 에틸렌 가스가 꽃을 금방 시들게 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 장식에만 쓰는 게 좋다. 야외 뷔페 테이블이나 칵테일 파티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근사하다.

만드는 법 수박의 윗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속을 파낸 후 오아시스나 플라스틱 화기를 안으로 집어넣는다. 카라 4~5송이로 선을 잡아준 후 담쟁이 잎, 그린 오키드 같은 푸른 잎으로 사이를 메운다. 철사로 꽃이 흔들리지 않게 촘촘히 고정한 다음 포도 송이를 늘어뜨린다.

Tip 수박 대신 호박이나 양배추를 사용할 수도 있고, 아주 작은 테이블을 장식할 땐 파프리카나 사과를 사용해도 된다. 파 줄기로 화기의 바깥 부분을 빈틈없이 채운 후 라피아 줄기로 묶을 수도 있다. 루이비통의 클래식 카 파티 때 야외에서 이 파 장식을 선보였는데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Idea3 “원색의 꽃이 촌스럽다고요? 강한 보색 대비는 더 고급스럽게 만드는 힘이 있죠.”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드레스(핑크·퍼플·오렌지 컬러가 레이어드된)를 입고 결혼하는 신부의 웨딩 플라워가 이 스타일의 시작이었다. 원색적인 아홉 가지 꽃(다섯 가지 색)을 그래픽적으로 배열하고 역시 강한 색감의 컬러 스틱으로 화기 주위를 둘러 모던 아트 스타일을 만들었다. 센터피스나 웨딩 테이블 장식용으로 좋다. 어떤 컬러 조합도 가능하고, 텍스처와 컬러가 다른 걸 섞으면 더 독특해 보일 수 있다. 꽃꽂이 하고 남은 자투리 꽃송이로 만들 수 있는, 퀼트 같은 개념의 꽃.

만드는 법 납작한 화기에 오아시스를 채운 후 아네모네, 금잔화, 라넌큘러스, 장미, 샴록(토끼풀), 카네이션, 목수국을 보색 대비가 되게 꽂는다. 좌우대칭의 미를 살리려면 비슷한 크기의 꽃송이만 골라 조심스럽게 꽂는다. 이때 반드시 그래픽적으로 꽂을 것. 그리고 꽃 색깔과 조화되는 컬러 스틱을 골라 글루건으로 고정한 다음, 화기 주위로 겹쳐가며 라피아 줄기로 묶는다. 컬러 스틱은 장식 효과도 있지만 오아시스를 감추고 꽃이 화기 위로 뜨는 것도 가려줄 수 있다.

Tip 키가 큰 화기를 고르고 컬러 스틱 대신 갈대나 라벤더, 월계수 잎으로 화기를 감싸면 크기가 좀 더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잎으로 화기를 감쌀 때 글루건을 사용하면 뜨거운 글루건이 잎을 상하게 하므로 패브릭용 아교나 플로리스트용 글루건을 사용한다. 이도 저도 없다면 양면테이프가 최고.

Idea4 “담쟁이 같은 이파리를 잘 섞는 게 중요해요. 들판을 보면 꽃도 있고 잎도 있지 않나요?”
이 디자인 역시 꽃과 과일의 근사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처음엔 오아시스를 가리기 위해 투명한 화기 안에 오렌지 슬라이스를 집어넣었는데, 뜻밖의 싱싱한 색감과 어울림에 ‘유레카!’를외쳤다. 화기 안에 집어넣은 오렌지 슬라이스와, 오렌지 컬러가 메인 컬러인 꽃이 그림처럼 어울린다. 과일과 꽃을 함께 연출하는 방법은 영국식 플라워 디자인의 오랜 전통인데, 폴라 프라이크가 자신만의 탁월한 컬러 감각과 응용력으로 변형시킨 것. 이 디자인은 무엇보다 이파리가 중요하다. 꽃 사이로 수줍게 보이는 이파리가 이 꽃의 이미지를 주도하는 숨은 공신. 꽃만 강조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되도록 강한 색감의 꽃을 꽂아 건강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푸릇한 기운의 이파리를 꽂는다.

만드는 법 오아시스를 잘라 쌓고 싶은 높이만큼 쌓아서 투명한 화기 안에 넣는다. 오아시스와 화기 사이에 오렌지 슬라이스를 채워 넣는다. 그다음 오아시스에 담쟁이를 꽂고, 러스커스를 담쟁이 사이사이 빈 공간에 꽂는다. 메워지지 않은 작은 틈 사이로 솔로몬 실(한국의 둥글레와 비슷한 식물)을 꽂는다. 라넌큘러스, 금잔화, 장미, 목수국, 거베라, 스톡, 샴록을 군데군데 꽂는다. 오렌지 슬라이스와 잘 어울리는 오렌지 컬러의 꽃을 많이 꽂고, 이와 어울리는 색감의 꽃으로 장식한다.

Tip 오렌지 대신 라임이나 레몬을 썰어서 화기 안을 채워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썰어낸 단면이 예쁘고 잘 무르지 않는 과일을 많이 사용한다. 금귤은 단면을 썰지 않고 긴 병에 넣으면 그것 자체로 멋진 꽃장식이 된다. 옐로·그린·레드 컬러의 칠리도 싱싱한 꽃의 느낌을 살려주는 데 아주 좋다. 화기 안에 바로 꽃을 꽂아 넣은 경우라면 원래의 화기보다 좀 더 큰 화기를 하나 더 마련해, 큰 화기 안에 작은 화기를 넣고 화기 사이에 마시멜로, 초콜릿 등을 채워도 된다.

꽃과 과일의 하모니 만들기
1 오렌지를 단면이 깔끔하게 썰어 투명한 유리 화기에 채운다.
2 화기 안에 넣어둔 오아시스에 담쟁이, 러스커스, 솔로몬 실같이 여리고 작은 이파리를 둥글게 꽂는다. 좀 성글게 꽂아야 나중에 꽃이 자리 잡기 편하다.
3 화기 안에 오렌지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오래가지 않는다는 게 꽃의 매력이죠. 이거야말로 진정한 럭셔리 아닌가요?” 1년에 10억 원어치의 꽃을 사들인다는, 줄리아 로버츠·이완 맥그리거·케이트 블란쳇·이세이 미야케·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주 고객이라는 꽃의 여왕 폴라 프라이크Paula Pryke. 그의 플라워 디자인은 어렵지 않고 흉내 내기도 아주 쉽다.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날 만큼 위트 넘친다. 강한 보색 대비나 스케일이 큰 꽃은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너무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컬러의 꽃도 그의 손을 거치면 ‘어울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그의 꽃 앞에 ‘아트’라는 이름 하나 붙여주고 싶은데, 손을 휘휘 내젓는다. “꽃은 아트라는 이름으로 홀로 고고해서는 안 돼요. 꽃은 이미 아름다운 존재잖아요. 꽃을 너무 가꾸고 다듬어서 인위적인 존재로 만들기보다 그것이 지닌 천연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인공 보조 기구를 쓰거나 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저는 자연 재료가 아닌 건 거의 쓰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폴라 프라이크의 꽃은 집 안 어느 곳에 두어도 제자리를 잡는다. 꽃과 꽃, 꽃과 과일을 섞고 응용하는 ‘믹스 & 매치’, 그 안의 ‘조화로움’이 폴라 프라이크 스타일이다. 꺼질 듯 황홀한 한 떨기의 정적보다는, 뒤섞여 별무리처럼 어지러운 꽃이 그의 꽃이다. “독일이나 벨기에의 플라워 스타일처럼 건축적이고 인위적인 건 제 스타일에 안 맞죠. 전 러블리한 크리스티앙 토투가 좋아요. 남성적이고 웅장한 스케일의 다니엘 오스트도 환상적이에요.” 새색시처럼 새치름하니 웃는 얼굴을 칭찬하자, 그렇게 웃을 줄 아는 건 꽃이 준 선물이란다. 꽃이 지니 바람이 슬프다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는데, 그의 얼굴에선 꽃이 질 일이 없겠다. 바람이 슬플 일도 없겠다.


역사 선생님으로 평온하게 살던 폴라 프라이크는 어느 날 문득 꽃에 빠져 플라워 스쿨에 등록했고 졸업 2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플라워 숍을 오픈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왕족, 유명 배우와 패션 디자이너를 고객으로 두고 유명 건물을 장식하는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지금까지 낸 플라워 책 10여 권은 50만 권이 팔려나갔고 모던 클래식에 가까운 그의 꽃은 ‘폴라 프라이크 스타일’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냈다. 그가 운영하는 플라워 스쿨은 플로리스트들의 꿈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국 신라호텔에 라이선스 숍을 오픈한 폴라 프라이크는 이번 여름, ‘폴라 프라이크 앳 더 신라’에서 여름 꽃과 어우러지는 화기 스타일을 제안한다. 시원해 보이는 투명 유리 베이스에 섬바디를 비롯한 여름 느낌의 꽃을 꽂은 제품으로 선물로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좋다.

가격 20만~30만 원(부가세 별도).
문의 02-22303759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