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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 자연과 함께 사는 강 하늘 집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깊게 교감하는 ‘강 하늘 집’.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집이다.

대리석 위주의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자작나무 합판 마감과 원목 마루 시공으로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하루 중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장유진·조훈갑 부부.
아파트는 도시를 비추는 거대한 등대다. 하나의 건물에 불과하던 낮 시간이 지나 밤이 되면 창문마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하얗고 노란 불빛마다 저마다의 작은 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가깝다. 반포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장유진·조훈갑 부부. 대학에서 설계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고급 주거 실무를 경험한 장유진 건축가는 배우자와 함께 만들어나갈 새로운 세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고민이 많았다. “단독주택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집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여건이 안 되었어요. 아파트의 편의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전형적인 아파트 모양새는 싫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이 집은 대다수의 중소형 아파트 구조와는 달리 양옆으로 복도가 펼쳐지는 독특한 구조였어요. 강과 도심이 삼면으로 보이는 거실도 참 마음에 들었죠.”

거실과 주방 한가운데에 자리하던 아일랜드 식탁을 없애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민트색으로 꾸민 아이 방. 한쪽 벽에는 선물받은 구자현 작가의 판화 두 점을 걸었다.

서재로 꾸민 작은방. 거실과는 달리 어두운 톤의 페인트를 칠해 차분한 분위기를 더했다.

자칫 죽은 공간이 될 뻔한 거실 창 앞에 자작나무 합판으로 수납 벤치를 짜 넣어 쓸모를 더했다. 한강을 조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2018년 아파트 준공과 함께 입주한 부부는 고심 끝에 112㎡ 신축 아파트를 직접 리모델링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병수건축연구소의 거제도 지평집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장유진 건축가는 왕복 열 시간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는 바쁜 상황에서도 변호사로 활동 중인 남편 조훈갑 씨와 함께 틈틈이 리모델링에 힘을 쏟았다. 브랜드 아파트의 획일화된 평면과 건축자재, 유행하는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우리 삶이 묻어나는 집’을 꿈꿨기 때문.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건축업체가 만들어놓은 경계를 지우는 것이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자리하던 아일랜드 식탁을 없애 경계를 허물었고, 안방에 파티션처럼 서 있던 드레스룸 가벽을 터서 하나의 큰 방을 만들었다. 새로 들일 가구 디자인과 소재는 부부가 상의해 결정한 뒤 목수와 도장공 등 필요한 업자를 하나둘 불러 모았다.


안방을 분할하던 드레스룸 가벽을 없애고 붙박이장을 짜 넣은 뒤 안쪽에는 사이드 테이블 역할을 하는 책상 겸 선반도 제작했다. 침대를 한가운데 두고 주변으로 동선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공간 분할이 되도록 했다. 헤드보드 뒤쪽에는 앉을 수 있는 선반 겸 벤치를 짜 넣어 활용도를 높였다.
가장 자연스러운 집
지평집을 지으며 자연의 가치를 새삼 실감한 장유진 건축가는 집이 좀 더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길 바랐다. 거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던 차가운 대리석을 뜯어내고 자작나무 합판을 덧대는 작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유다. 복도에는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코르크 벽지를 시공했다. 강마루가 깔려 있던 바닥은 옹이까지 그대로 살린 원목 마루로 대치했다. “코르크 벽지는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소재인데, 따뜻한 느낌과 특유의 질감이 정말 좋더라고요.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고요. 새 집이라 마음의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집 안에 자연의 느낌을 최대한 구현하고 싶었어요. 원목 마루는 모든 패널마다 색상도 조금씩 다르고 울퉁불퉁한 나뭇결이 그대로 전해져요.” 인위적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이트 톤의 하이글로시 소재 주방도 과감하게 손댔다. 반짝거리던 표면을 갈아내고 무광 남색 도장을 더해 자연스러움을 더한 것. 혹시 모를 유해 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집 안 전체에 세이프코트 시공도 직접 마쳤다.

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시원한 흐름은 집 안으로까지 이어진다. 친환경 페인트로 만든 안방의 그러데이션 월이 너른 바다의 수평선을 연상시킨다. “곧 태어날 아기가 집 안에서도 바다나 하늘 같은 자연을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상부에는 원형 펜던트 조명등을 달아 마치 바다 위에 달이 떠 있는 듯한 형상을 만들었지요. 반대편 붙박이장을 초록색으로 칠한 이유도 숲을 떠올렸으면 하는 의도였고요. 영·유아는 뚜렷한 색상 변화에 크게 반응을 하거든요.”

그러데이션 월로 장식한 안방 벽. 우측 상단에 원형 펜던트 조명등을 달아 마치 수평선에 뜬 달을 연상시킨다.

현관과 마주한 복도에서 바라본 안방 모습. 복도에는 코르크 벽지를 시공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대리석 벽을 뜯어내고 자작나무 합판을 덧댄 거실 벽. 집 전체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졌다.
집과 함께하는 성장
부부가 명명한 ‘강 하늘 집’은 장유진 건축가가 몸담고 있는 건축사 사무소 인시추Insitu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대학원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잘 다니던 건축사 사무소를 정리하고 혈혈단신 한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가 몸담았던 뉴욕의 모리스 아디미 아키텍츠 Morris Adjmi Architects는 알도 로시Aldo Rossi의 유지를 이어받아 고급 주택 설계로 굉장히 인정받는 건축사 사무소다. “일·디자인·사람·복지 등 대부분의 면에서 무척 만족했고 비자도 해결된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어요. 아마 한국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본디 자리에서’라는 뜻을 지닌 인시추도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사무실에 앉아 설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던 그가 직접 현장에 나와 사람들을 조율하고, 시공 감리하는 시간이 늘면서 허전하던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메워져갔다.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용산구 키움센터(아이 돌봄 센터), 옥수초등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 도시 재생 프로젝트와 젊은 건축가를 육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반포대교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를 조망할 수 있는 거실이다. 창문 앞에 자작나무 수납장을 짜 넣고 쿠션을 올려 만든 벤치는 둘만의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주로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창밖 교통 상황을 전화로 생생하게 전해주기도 한다고. 최근에는 곧 태어날 아기가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TV와 소파를 없애는 등 가구 배치도 조금씩 바꿨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예요. 햇살이 가장 부드럽고 밝게 들어오는 때이거든요. 이 집이 남동향이라 동틀 녘에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 노을이 참 아름다워요. 미세먼지 없는 한낮에는 푸른 하늘과 반짝이는 강이 뚜렷하게 잘 보이고, 늦은 시간 창 너머 대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어딜 저렇게 갈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시간대별로 달리 보이는 풍경과 빛은 마음을 한 번씩 건드리는 규칙적인 파장이 되는 것 같아요. 그 파장들이 모여 집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언젠가는 이 집을 떠나겠지만 이 집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요.”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설계 인시추(010-7777-9999)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