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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年大計 전원주택 프로젝트 [전원주택 5] 마당과 이웃과 마을이 있는 타운하우스
전원에서 살고 싶으나 전원 속 외딴 집의 고립이 두려운가? 전원의 건강한 삶, 도시의 주거 편리 서비스를 모두 갖춘 타운하우스는 어떤가? 전원 속 골프 빌리지에 살게 된 이 부부는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웃을 알게 됐다.

1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을 수상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아펠바움을 설계했다. 그가 ‘바람과 물의 뮤지엄’이라 정의한 아펠바움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해 절제된 선의 힘을 보여주는 건축 미학이 담겨 있다.
2 발코니로 나서면 병풍처럼 고매리를 둘러싼 산과, 그 앞으로 펼쳐지는 골프장 페어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종률 씨는 이 근사한 풍경에 박새가 머물 새집을 하나 더 첨가했다.

멈추지 않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일했다. 대중문화 속 닻 중의 닻이라는 신문사에서 주필로, 사장으로, 예술의전당 대표로 열심히 살았다. 이슬의 세상을 잡고 산 젊은 날이 지나고, 자식마저 제 길 찾아 떠난 지금. 최종률 씨와 신연자 씨는 시큰거리는 노인의 무릎 대신 자연이 가득한 집에서의 일상을 택했다. 용인 기흥의 목가적인 숲 속, 골프장을 바로 앞둔 그 마을에 골프 빌리지 아펠바움이 들어섰고, 부부는 그중 한 집을 갖게 됐다. 페어웨이가 눈앞으로 펼쳐진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 빌리지가 이곳 아펠바움이다. 이 전원의 마을은 프랑스 최고의 문화예술훈장을 받은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 그가 붙인 이름 그대로 ‘바람과 돌과 물의 뮤지엄’이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집을 만들고, 그 집 옆에 물을 두고, 집과 집 사이로 바람이 쉬어 가게 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 살게 되면서 부부는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애면글면 각박한 세상살이 대신 아내는 그리그의 ‘솔베이지 송’을, 남편은 박새 드나드는 새집을 챙기게 됐다. 조용하고 나직한 것들, 느리게 찾아오는 것들, 부드럽고 순리적인 것들에 더 마음을 쓰게 됐다. 어떤 출장이든 책이 가득 찬 여행 가방으로 공항 세관을 숙연하게 했다던 최종률 씨는 이 집에서 책의 감칠맛을 맘껏 즐기고 있다.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는 신연자 씨는 이 집을 ‘내 마음의 갤러리’로 만들 요량으로 천장에 온통 픽처 레일을 설치했다. 이미 ‘화가 신연자’의 유화가 집 안 곳곳에서 제자리를 찾고 있다. “며칠 전에도 북경에 갔다가 이 집이 너무 어른거려서 냉큼 돌아왔어요. 이 집은 인생의 보너스예요. 모차르트가 어울리는 집이니까 집에 오기만 하면 모차르트부터 틀어요.”

1 그림과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아내 신연자 씨와 책에 몰두하는 최종률 씨 부부. 아내의 품 안에 안긴 건 타사 튜더의 정원 책인데, 타사 튜더의 삶도 좋지만, 그가 오래 산 게 더 마음에 든다면서 웃었다. 
2 마을 한가운데엔 피트니스 센터, 커뮤니티 룸, 연회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 하우스가 자리한다. 이곳은 커뮤니티 룸.
3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다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아내는 이곳에서 성경 읽기 모임을 갖는다.

숲에 물기가 도는 아침녘, 부부는 휘적휘적 능선을 따라 걷는다. 역시 오솔길은 오솔길처럼 걸어야 맛이 난다. 미끈한 포장도로에 길든 도시 나그네는 산길에선 쉬이 지치고 만다. 뚜벅뚜벅이 아니라 휘적휘적 오솔길에 몸을 맡겨야 한다. 걷다 보면 마을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읽힌다. 그 사이로 꺼칠하고도 따뜻한 콘크리트집들이 느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이 자랑스러운 건 이웃집 때문이다. 이 마을은 모든 집에 마당이 있어 모두 각각의 땅을 가진 듯하나 실은 다른 집 지붕이 자기 집 마당이고 자기 집 지붕이 또 다른 집 마당이 되는 그런 마을이다. 마음이 통하면 벗이라 했다. 마당 까지 통하니 이런 벗, 이런 이웃이 없다.

이웃과 데크를 나눠 쓰는 집도 한두 채 생겨나고 있다. 마을 중심의 커뮤니티 하우스에선 ‘아펠바움 데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만의 파티도 가끔 열린다. 객실 청소, 파티 대행, 세탁 관리 같은 호텔식 주거 서비스도 커뮤니티 하우스를 통하면 된다. 골프클럽 부킹, 서류 관리 같은 개인 비서 서비스까지 이뤄진다. 메인 하우스로 오래 머물러도, 세컨드 하우스로 가끔 머물러도 그만인 마을이다. 강남에서 30분이면 오가는 동네인 데다 분당의 백화점, 할인점, 병원을 이용할 수 있으니 전원생활의 옵션인 ‘불편함’은 없다. 마당과 이웃과 마을이 땅에 뿌리박은 식물처럼 사는 이곳. 최종률 씨 부부는 사는 일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껴볼 요량이다. 이 집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우리가 잃어버린, 그러나 다시 찾아야 할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오늘 아침에도 그들은 휘적휘적 능선을 따라 걸었다. 

1 코리아CC와 골드CC 사이에 자리한 아펠바움은 모든 세대가 페어웨이를 조망할 수 있다.
2 욕실에는 광주요의 그림 같은 도기, 숲 향기 가득한 히노키 욕조가 설치되어 있다. 욕실 창밖으로는 사시사철 푸른 양잔디를 심어 생생한 기운을 더했다.
3 아펠바움의 욕실에는 삼나무로 만든 히노키 욕조가 설치돼 있다.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