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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멘션 황수현·황시연·황성호·김민정 씨 가족 취향이 곧 스타일이다
지금 한남동의 핫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더멘션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워&패션 숍 라페트에서 가구와 작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아트&라이프스타일 부티크를 표방한 더멘션. 그곳에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대중적 감성에서 한 걸음 비켜난 물건들이 나름의 규칙을 이루며 놓여 있다. 그리고 진짜 취향이 스며 있다.

아트&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더멘션을 이끌어가는 4인방. 이들의 취향과 감각이 빚어낸 더멘션은 새로운 스타일을 경험하기에충분한 복합 공간이다.
세상에는 닮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멋쟁이가 정말 많다. 국내 1세대 플로리스트인 황수현ㆍ황시연 이사 또한 그렇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자매가 리폼한 모자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이슈가 되고, 그걸 계기로 플라워&패션 부티크 ‘라페트’를 론칭한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눈썰미가 있고 감각이 뛰어난 자매의 행보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7년 3월, 자매는 한남동에 더멘션The Mansion 을 열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둘이 아닌 넷이라는 것. 라페트의 패션 디자이너로 김민정 실장이 합류했고, 두 이사의 남동생인 황성호 이사가 본격적으로 가구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황성호 이사와 김민정 실장은 부부다). 한집에서 자라고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취향을 닮아간 이들이 의기투합해 꾸민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멘션에서는 집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황성호 이사는 중국에서 유학하던 젊은 시절부터 가구를 좋아하고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다. 노먼 체르너 체어는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구입한 첫 디자인 가구다.

메리디아니 가구 쇼룸. 자신들의 취향을 세련된 믹스 매치 스타일로 풀어낸다.

오래전에 구입한 의자를 실제 카페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옛 주택의 흔적과 현대적 요소가 어우러진 컨템퍼러리한 공간으로, 더멘션의 공간적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보여준다.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더멘션은 1967년에 준공한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1층에 차고를 그대로 두고 2층과 3층을 메인 공간으로 꾸몄다. 밖에서 보면 문턱이 높게 느껴지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반전 매력이 펼쳐진다. 플라워와 패션, 가구, 아트워크가 조화를 이루는데 확실한 건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라는 것이다.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빠른 방법은 가구를 교체하는 것이지만, 소품이나 텍스타일로 변화를 줄 수 있고 식물도 그중 하나예요. 저와 동생은 요즘 가드닝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꽃과 달리 식물을 기르면서 살아 있는 생명과 함께한다는 즐거움도 있지요.” 이처럼 더멘션에서는 다각도의 홈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매장에는 메리디아니를 비롯해 구비, 쎄, 드리아데, 베르판의 가구와 조명등 그리고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있는데 흡사 뉴욕의 근사한 로프트 하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1층과 3층에 있는 칼 한센앤선과 피피 뫼브레르, 트레카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방대한 컬렉션. 황성호 이사는 더멘션을 오픈하기 훨씬 전부터 가구 사업을 준비해왔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가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살아나는 그를 보면서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영국의 콘란숍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리테일러의 안목과 취향으로 꾸민 공간에서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리빙 편집매장의 후발 주자로 개개인에게 꼭 맞는 가구를 제안하고 싶던 그는 병행과 독점 수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가구 컬렉션을 넓혀나갔다. 그리고 패션의 완성이 주얼리이듯, 인테리어의 정점으로 예술 작품까지 전개했다. 물론 모든 일은 네 사람의 의견을 모은 결과다.

이성란 건축가는 플라워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려 공간 곳곳에 컬러를 더했다.

다목적 공간인 3층. 최근 이곳에서 <한스 베그너 특별전>이 열렸다. 황성호 이사는 피피 뫼브레르 사에서 생산한 한스 웨그너의 가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컬렉터이다.

더멘션 외관. 1967년에 준공한 주택을 리모델링했다.

화창한 날이나 선선한 계절에 더욱 인기 많은 2층 테라스.
틀에 박힌 콘셉트는 사양합니다
더멘션에는 콘셉트가 없다. 오직 가족의 취향만이 존재할 뿐. 황수현 이사는 비주얼 디렉터로 모두의 의견을 취합하고 정리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매 시즌 콘셉트를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요즘 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지요. 게다가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기 다르니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자고 했지요. ‘저들이 하면 뭔가 다르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저희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이 없지요.” 옷이든 가구든 잘 팔리는 디자인은 따로 있다. 하지만 더 멘션에서는 소수를 위한 디자인부터 대중적 디자인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더멘션을 두고 사람들은 트렌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트렌드와 거리가 멀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일순위로 삼고, 라페트의 옷을 만들 때도 수년 전 제품과 매치하도록 타임리스를 추구하기 때문. 이러한 철학은 공간에서도 잘 드러난다. 청담동 라페트를 꾸미기 이전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이성란 건축가가 공간 리모델링을 맡았는데, 그는 옛 주택을 그대로 살리는 재생 건축에 집중했다. 철거 도중 지하 창고(지금의 1층)를 발견한 뒤 지금의 형태로 마감하고, 옛 벽돌과 벽지도 그대로 살려두었다. 여유를 갖고 살펴보면 곳곳에서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레이어를 마주할 수 있다. 비밀스러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랄까. 세련된 취향과 의미 있는 공간, 이것만으로도 더멘션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글 이새미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