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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카사 마리아 루이자
미쉐린 3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의 레시피로 완성한 공간은 어떤 풍경일까? 몇 달 전, 그는 부인이자 사업 파트너 라라 길모어Lara Gilmore와 함께 이탈리아 모데나 외곽의 개인 별장을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하고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의 요리에서 느껴지는 예술적이고 유쾌한 경험을 시간 제약 없이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곳. 마시모 보투라의 어머니 이름을 딴 카사 마리아 루이자Casa Maria Luigia에는 치명적인 맛이 난다.

라운지룸에서 포즈를 취한 부인이자 사업 파트너 리라 길모어와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 벽에 걸린 네온 작품은 트레이시 에민의 ‘레드, 화이트, 미치도록(fucking) 진한 블루’. 소파는 1950년대 이탈리아 빈티지 디자인 제품. 

디자이너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와 릴리 리흐Lily Reich가 함께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 미국 아티스트 필립 타프Philip Taaffe의 회화 작품이 기분 좋은 볕을 쬐고 있다. 샹들리에는 이탈리아 무라노 장인들이 입으로 불어서 만든 유리 공예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가 위치한 이탈리아의 전원 마을 모데나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강렬한 채도를 뿜어낸다. 마시모 보투라와 라라 길모어가 포즈를 취한 1층 라운지 벽의 컬러처럼 말이다. 벽에는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아티스트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네온 작품이 반짝인다. ‘레드, 화이트, 미치도록 진한 블루(Red, White, and Fucking Blue)’라고 적힌 글씨를 보자 작품과 컬러를 매치한 그들의 유머 감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티스트의 감각과 재능을 활용해 공간을 꾸미는 일은 요리만큼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요. 흰 벽을 채우기 위해 작품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아트 작품이 공간, 요리, 사람 사이에서 마법 같은 감칠맛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부인 라라 길모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부엌 밖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그녀의 몫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한 이력도 있어 레스토랑뿐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 공간을 꾸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남편의 책 <아체토 발사미코Aceto Balsamico>(2005),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2006), <이탈리아 셰프는 살찌지 않는다(Never Trust a Skinny Italian Chef )>(2014) 등을 기획하고 대신 글을 썼다. 

바로크 양식의 천장 벽화가 그려진 객실. 정면으로 보이는 사진 작품은 에드 템플턴Ed Templeton의 작품 시리즈 ‘담배 피우는 소년(Teenage Smoker)’.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 등 요리를 배운 스 승이자 동료인 스타 셰프를 비롯해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트레이시 에민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와인 잔을 함께 기울이는 키친. 늘 모데나의 특산물인 발사믹,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육가공품이 빠지지 않는다. 
아트와 요리의 상관관계 
카사 마리아 루이자에서 전해지는 인상적인 첫맛은 ‘컨템퍼러리 아트’다. 매슈 바니Matthew Barney, 앤디 워홀Andy Warhol,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등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이 공간을 수놓고 있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천장 벽화가 압도적인 메인 홀에는 중국 아티스트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 ‘Dropping A Han Dynasty Urn’이 걸려 있는데, 디자이너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노라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통로에 와 있는 듯하다. ‘하늘의 별 따기’처럼 예약하기 힘들다는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에서 황홀한 한 끼를 경험한 이들은 짐작하겠지만, 마시모 보투라는 소문난 아트 컬렉터다. 자신의 아방가르드 요리의 반은 할머니의 손맛, 나머지 반은 아티스트의 창의력에서 왔다고 할 정도. 15년 넘게 부인과 함께 수집한 아트 작품은 ‘보투라 컬렉션’이란 이름 아래 집과 레스토랑, 그들의 별장 곳곳에 놓여 있다. 그의 시그너처 메뉴 ‘Beautiful Psychedelic Veal, Not Flame-Gilled’는 영국 아티스트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스핀 페인트 시리즈 작품명을 응용한 것이고, 레몬 타르트를 부서진 형태로 서빙하는 ‘Oops! I’ve Dropped The Lemon Tart!’는 캔버스를 찢어 전시한 이탈리아 조각가 루초 폰타나 Lucio Fontana의 작품 콘셉트에서 영감받은 것. 레스토랑 입구에는 영국 아티스트 개빈 터크Gavin Turk의 조각품 ‘Trash’가 놓여 있는데, 생김새가 음식물 쓰레기를 잔뜩 담아놓은 비닐 봉투와 꼭 닮아 손님들은 종종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고. 마시모 보투라는 개구쟁이처럼 그들을 지켜본다. “맛있는 음식과 위트 넘치는 아트 작품만이 각박한 세상에서 행복과 희열을 줄 수 있죠. 저는 예술 작품에서 요리의 영감을 받고, 예술가들은 제 음식과 
공간에서 자극을 받아요.” 

아트 작품, 디자인 가구, 따뜻한 햇살, 저마다의 쓰임과 미감에 따라 변주되는 열두 개의 방. 아트에 심취하기 전 요리만큼 열정적으로 빠져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뮤직룸도 있다. 진공관 스피커를 통해 마시모 보투라가 평생 수집한 수만 장의 음악 테이프와 LP 음반을 들을 수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 아티스트인 밥 딜런Bob Dylan,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니나 시몬Nina Simone, 조니 캐시Johnny Cash의 노래가 빈티지 릴투릴 플레이어vintage reel-to-reel player에서 흘러나오자 저절로 눈이 감기고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 둘 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게스트 하우스는 우리에게 ‘도전’이라기보다 ‘놀이’였어요.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행복해한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철학과 신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감각적인 공간으로 꾸민 장소에 앉아 서로의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며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복을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죠. 고작 스물다섯 명만이 앉을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는 부족하잖아요.” 

이탈리아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바로크 시대의 웅장한 천장 벽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급진적인 중국 아티스트 아이 웨이웨이의 대형 작품, 디자이너 피에로 리소니의 소파 등 흔치 않은 조합이 재미있는 긴장감을 주는 메인 홀.
도전이 아닌 놀이 
소담스럽게 피어난 야생화가 빼곡한 정원에도 아트 작품이 빛처럼 스며들었다. 정원을 둘러보는 일은 오로지 햇살과 바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탈리아 조각가 엔초 쿠키Enzo Cucchi의 사람 모양 청동 조각품과 바다의 신 넵튠Neptune을 형상화한 대형 조각품 앞에서는 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달콤한 웃음이 나는 작품도 있다. 발코니 끝 대형 아이스크림은 뜨거운 햇살 아래 젤라토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아티스트 조르조디 팔마Giorgio di Palma의 조각품. 호텔 안팎으로 이탈리아 전통을 유지하되, 동시대의 감각 또한 그대로 녹여내는 부부의 기지가 공기처럼 흐른다.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만 해도 이곳은 정말 폐허였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도전’이라기보다 ‘놀이’였어요.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행복해한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마시모 보투라의 철학과 신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의 찬란한 햇살이 되어주는 유쾌한 부부. 선명한 핑크 컬러에 동식물 패턴을 입힌 벽지는 구찌 제품. 미식, 아트, 디자인 등 부부의 공통분모가 된 취향이 게스트 하우스 전체에 녹아 있다. 

평생 모은 수만 장의 LP 음반이 있는 음악실에 놓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대표 작품 프로스트Proust 체어. 희망적 메시지와 유쾌한 발상을 지닌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을 존경하며 자신의 요리와 공간 또한 좋은 감정을 전하기를 바란다. 



열두 개의 객실은 열두 가지 코스 요리처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공간마다 아트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공통분모처럼 자리하는데, 부부가 직접 고르고 사용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층 칵테일 바에는 권력, 정체성, 페미니즘 등 강한 목소리를 내는 바바라 크루거Babara Kruger의 ‘GO / STAY’ 작품과 궁합을 이루는 진보적 스타일의 디자인 가구를 매치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카펠리니Cappellini, 드 파도바De Padova, 모로소Moroso, 자노타Zanotta 등 급진적인 이탈리아 디자인을 보여주는 브랜드의 가구를 놓았다. 이들은 자체의 실용성을 넘어 하나의 조각,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자극을 준다. 
그의 말대로 그는 요즘 ‘어떻게 하면 더욱 많은 사람이 미식과 아트를 경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예약하기 위해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하고, 연금술사나 마술사에 비유되곤 하는 스타 셰프에 대한 거창한 수식어가 무거운 짐이되는 현실. 몇 년 사이, 마시모 보투라는 이탈리아 모데나 밖으로 궤도를 넓혔다. 피렌체 메르칸치아 궁전에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를 열었고, 두바이 W 호텔에 그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디자인한 놀이터 같은 레스토랑 ‘토르노 서비토’를 소개했다. 2015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와 모데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 ‘라페토리오’도 운영 중이다. 이는 버려지는 음식물을 재활용해 빈민과 노숙인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문화 프로젝트다. 카사 마리아 루이자 내 레스토랑 ‘프란체스카나’를 오픈한 것 또한 보다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녹아내리는 젤라토를 형상화한 유쾌한 작품 곁에 선 부부.

3층 높이의 거대한 나무가 우거진 평화로운 전원 풍경의 카사 마리아 루이자. 2016년, 부부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테니스장은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란 잡초 때문에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1년 넘게 수리한 이후 게스트 하우스로 문을 열었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름휴가 전까지 그의 스케줄은 빼곡하다. 미국 베벌리힐스의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내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멕시코 유카탄에 수프 전문 레스토랑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 뉴욕에서 자선 행사도 열 계획. 하지만 긴 여행 후 그가 돌아올 안식처이자 피난처는 바로 이곳, 카사 마리아 루이자일 것이다. 


카사 마리아 루이자 
서로 다른 표정의 열두 개 객실, 아홉 가지 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수영장, 도서관 등을 갖췄다. 조식과 간단한 중식 포함 1박 4백50유로부터. 투숙객은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우선 예약권이 주어진다. casamarialuigia.com

글 계안나 사진 필리포 밤베르기Filippo Bamberghi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