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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 한옥 호텔 청연재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한 하루
맑고 깨끗한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는 뜻을 지닌 청연재淸緣齋. 1935년에 지은 북촌의 근대 한옥을 보수공사하고 2014년에 한옥 숙소로 첫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작년 7월, 새로운 주인 이지혜 씨가 세심히 단장한 이후 매일 인연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청연재의 총 다섯 개 방 중 하나인 시내. 순우리말로 시원하고 맑다는 의미를 지닌 2인실이다.

ㅁ자형의 정원을 품은 부티크 한옥 호텔, 청연재. 소규모 전통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등의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도 대여 가능하다.

모든 복을 지녔다는 뜻의 2인실 지니를 비롯해 모든 방에서 내다보이는 ㅁ자형 정원.

통유리의 샤워 부스와 컬러 타일을 시공해 현대적으로 꾸민 욕실. 청연재의 모든 방에는 이러한 개별 욕실이 딸려 있어 한겨울에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침실 외에 좌식 소파가 놓인 별도의 공간이 있는 독채 다온. 널찍한 공간으로 최대 3인까지 머무를 수 있다. 창문 밖 기와를 얹은 돌담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종로구 가회동의 청연재淸緣齋. ㅁ자형 정원이 있는 근대식 한옥이다. 소나무의 일종인 붉은 기가 도는 홍송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기법으로 제작한 창호와 문짝을 무려 2백 개나 달았다. 또 대들보는 1백 년이 넘는 고재로 만들었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중간에 위치해 북촌 한옥마을은 물론 고궁, 정독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혼잡한 도심의 시계와 달리, 시간이 멈춰 있는 듯 고즈넉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청연재. 그리고 이러한 청연재의 매력을 알아본 이지혜 대표가 이곳을 보다 편리하고 세련된 부티크 한옥 호텔로 구석구석 레노베이션했다.

오랜 외국 생활로 더욱 감격적인 한옥
미국 댈러스에서 마케팅 경영자인 남편 송현석 씨와 오랫동안 생활한 이지혜 대표. 그는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외국계 기업 총수의 수석 비서로 일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그리고 작년, 과감하게 1년간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한 그는 여행차 전주로 떠났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옥 스테이를 경험하며 한옥 고유의 난방 방식인 구들장,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발코니 격의 툇마루, 모든 방이 연결되는 대청마루 그리고 앞마당, 뒷마당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주거 문화와 특유의 정취에 반했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빛과 바람이 드나들고 계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한옥은 분명 서양의 주택과 달랐다. 또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한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고요한 성당에 들어선 것처럼 행동이 차분해지고, 마음에 느긋한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한옥을 매개로 한 숙박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매물로 나온 북촌의 청연재를 알게 되었다. “제가 처음 봤을 때의 청연재는 2012년부터 2년간, 한옥을 전문으로 건축·리모델링하는 장인이 정성 들여 매만진 상태 그대로여서 당장 들어와 살아도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어요. 그리고 인근에 있는 한옥 호텔 ‘락고재’에서 이 일대가 조선 후기 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집터였다고 적힌 머릿돌을 봤는데요. 우연치고는 신기하게도 남편이 우암 송시열의 39대손이거든요. 조상이 우리를 이리로 불러들였나 싶었어요.”

재동초등학교가 있는 골목 초입에 위치한 청연재. 대문 양옆으로 색 고운 청사초롱을 달았다.

도란방에 줄지어 놓은 목조 기러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정표로 한국 전통 혼례 때 신랑 신부가 주고받는 물건이다.

한국의 고가구와 서양의 테이블 램프의 어울림이 멋스러운 독채 다온. 창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리넨 소재의 커튼을 달았다.

근대 한옥 청연재의 고전미를 지키면서 커튼, 베딩, 라이팅 등을 현대적으로 꾸민 주인공, 이지혜 대표.
청연재에 들어서면 마치 고요한 성당에서처럼 행동이 차분해지고, 마음에 느긋한 여유가 생긴다.

한옥에 맞춘 살갑고 다정한 서비스
모든 좋은 일이 온다는 뜻의 3인실 ‘다온’,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라는 뜻으로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2인실 ‘도래’, 그리고 시원하고 맑다는 의미로 고된 일상으로 지친 심신이 치유되길 바라는 2인실 ‘시내’, 모든 복을 지녔다는 의미의 2인실 ‘지니’, 서로 모여 정답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의 2인실 ‘도락’ 등 방마다 순우리말 이름이 붙은 청연재. 다섯 개 방에는 모두 현대식 화장실이 딸려 있다. 공동 화장실을 함께 쓰는 게스트 하우스 격의 한옥 숙소와 차별화된 점이다. 또 방마다 개별 난방이 가능하고 화장실 겸 욕실 바닥에도 온돌을 놓았다. “한옥에 묵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전통을 기반으로 보다 편리한 현대적 요소를 더했죠. 기존 샤워 커튼 대신 쾌적한 샤워 부스를 설치했고, 한국식 요가 아닌 화이트 침구류를 구비했어요.” 검박한 고가구 대신 화려한 장식미가 돋보이는 반닫이와 화장대를 마련하고, 방마다 색이 다른 리넨 커튼을 달아 부티크 한옥 호텔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남다른 서비스도 준비했다. 매일 오후 3시, 체크인 시간에 맞춰 찾는 숙박객에게는 갓 우린 따뜻한 차 한 잔을 웰컴 드링크로 대접하고 약과, 한과, 떡 등 병과를 곁들인다. 조식으로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 3종으로 구성한 한식과 토스트에 잼과 달걀 프라이, 샐러드, 베이컨, 요구르트 등을 곁들인 양식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의외로 많은 외국인이 양식 조식에 열광해요. 아침에는 늘 먹던 음식을 먹어야 속이 든든한 건 외국인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다기와 식기는 모두 광주요 제품을, 식탁은 앤티크 소반을 사용한다. 또 한옥에 머무는 만큼 우리 복식인 한복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근 한복 대여점에서 저가로 빌려주는 것과는 다른,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든 한복을 방마다 구비해 숙박객이 원할 때마다 착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청연재의 ㅁ자 정원과 쉼표를 모티프로 ‘일상속에 느끼는 휴식’을 뜻하는 로고도 제작했다. 한글과 영어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비롯해 매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그램계정을 만들어 청연재를 홍보하고 있다.


복합 문화 공간을 꾀하는 한옥
17년간 종사한 직업을 그만두고 부티크 한옥 호텔의 경영자로 변신했지만, 고된 일 하나 없이 매일이 즐겁다는 이지혜 대표.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가 가능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수석 비서로 일하며 익힌 관리, 커뮤니케이션, 스케줄링 등의 업무가 호텔 비즈니스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데 자 부심이 큽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그저 하룻밤 머물다 가는 호텔에 그치지 않길 바라요. 날이 따뜻해지는 3월과 6월, 9월에는 외부 사람도 참여 가능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인문학 강의와 같이 문화를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요. 올해가 매우 기대됩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지혜 대표가 새롭게 꾸민 청연재의 멋스러움이 더욱 농익어 언젠간 한국을 대표하는 부티크 한옥 호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청연재에 묵고 싶다면?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6길 13-2
문의 및 예약 02-744-9200, www.hcyj.kr

글 이경현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