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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데코 아이디어 [가드닝 4] 마당 없는 집에서 우리 꽃나무를 취하다
미니멀 시대에 조상들의 지혜로 아로새겨진 전통 조경 정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조경을 할 때 인위적으로 장식하거나 변형하는 일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니 자연과 환경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조경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돌이 있으면 돌 위에 정자를 짓고, 물이 고이는 곳이 있으면 물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다. 창덕궁 후원,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강진 다산초당 등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정원이나 주택 가운데 빼어난 조경미를 자랑하는 곳은 모두 자연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인위성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조경을 보여준다. 자연을 빌려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를 부여해 자세를 바로했던 전통 조경 정신을 찾아 나섰다.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아취雅趣를 잃지 않은 전통 정원과 선조들의 조경 정신을 담고 있는 현대 공간을 살펴보고, 더불어 전통 조경의 뜻을 빌린 화초 데커레이션 아이디어 아홉 가지를 제안한다.


1 거실에 놓은 매화, 군자의 풍모를 드러내다
우리 조상들은 꽃나무 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꽃나무를 재배하는 것 역시 마음을 닦고 덕성을 함양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꽃을 피워내는 매화는 천하에 으뜸 가는 꽃이라 칭해지며 특히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거실에 매화 가지 하나 드리우고 그 운치와 격조, 절조를 가까이 배워보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듯 대형 화기에 키 큰 가지를 균형 있게 꽂으면 멋스럽다. 매화 왼쪽의 꽃나무는 산당화. 명자꽃이라고도 하는데 가지가 뻗치는 느낌이 매화와 비슷해 잘 어울린다. 책거리 병풍은 작가 엄미금 씨의 작품. 매화를 꽂은 화기는 크리스챤 또뚜, 산당화를 꽂은 화기는 S갤러리 제품. 사방탁자와 화이트 소파, 티테이블, 나무 트레이는 15플랜, 사방탁자 맨 위의 직사각 캔들 홀더는 킴스앤틱, 그 아래 주전자는 광주요, 그 아래 대리석 화기는 크리스챤 또뚜, 사이드 테이블 위 새장 시계와 티테이블 위 목각인형은 대부앤틱 제품. 장소는 15플랜.

2 연못 대신 물확에 꽃을 띄우고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에 따라 땅 위에 사각으로 만들어졌던 연못. 그 연못 위에 수련이라도 가득 떠 있으면 무릉도원에라도 온 듯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집 안에 연못을 들일 수 없다면, 대신 물확은 어떨까. 물확의 작은 사각 공간을 연못 삼아 다채로운 연출을 할 수 있다. 물만 담아놓아도 좋고, 철마다 다른 꽃을 띄워도 좋다. 단단한 돌에 찰랑이는 물결, 흔들리는 꽃잎이 기분까지 화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꽃 없이 초록잎만 띄우거나 이끼를 키워도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매화꽃잎을 띄운 물확은 조각가 이영학 씨의 작품. 민화가 그려진 소반과 빨간색 소반은 룸스케이프, 꽃 그림이 그려진 찻잔과 다기는 대부앤틱, 무늬 없는 찻잔과 방석은 광주요 제품. 장소는 두가헌.


3 푸릇한 대나무로 파티션을 두르다
대나무는 전통적으로 남쪽 지방에서 가옥 뒤쪽에 즐겨 심었다. 푸른 병풍을 두른 듯 한옥의 운치를 더했던 대나무를 집 안에서 파티션으로 응용해보자.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는 실내에서 키우기에 비교적 적합한 나무. 직사각형 화기에 대나무를 나란히 심고 적당히 시선을 가리고 싶은 곳에 놓아둔다. 대나무 종류별 특성에 따라 물만 제때 주면 큰 무리 없이 잘 자란다. 한나절 정도 해가 비치는 공간에 두는 것이 좋고, 반그늘이라면 개운죽 등 해를 좋아하지 않는 품종을 활용해보자. 원초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독특한 나무 의자는 15플랜, 플로어 스탠드는 와츠, 의자 옆의 새장과 가죽 신발은 대부앤틱 제품. 장소는 15플랜.

4 서랍으로 연출한 화계, 한눈에 즐기는 들꽃
지금도 궁궐이나 대갓집 뒤편에 가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조경 양식이 바로 화계花階다. 옛사람들은 언덕이나 둔덕을 인위적으로 평지로 만들지 않고, 경사를 그대로 둔 채 계단처럼 단을 만들어 꽃을 심고 즐겼다. 집 안에 언덕은 없지만 서랍장을 활용해 화계 모티프를 연출해볼 수 있다. 현관 입구나 전실에 놓아두고 서랍 속을 작은 야생화 화분들로 채워보자. 아기자기한 들꽃을 한층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데커레이션이 될 것이다. 꽃은 위로부터 조팝, 설난, 눈꽃과 아주가. 서랍장과 자명종 시계는 킴스앤틱, 화분과 같이 놓아둔 서랍 안의 백토잔은 우리그릇 려, 테이블 위 붉은 티포트는 대부앤틱 제품. 장소는 15플랜.



익숙한 우리 꽃, 전혀 새로운 연출
1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며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나리는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꽃이다. 개나리 가지를 엮어 리스를 만들고 테이블 위에 센터피스로 장식했더니 근사한 파티 테이블이 완성되었다. 따뜻한 노란 꽃이 기분 좋은 봄 느낌을 전하고 식욕까지 자극한다. 개나리꽃은 향이 거의 없어서 음식 맛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테이블과 의자는 15플랜, 초는 까사미아, 그릇은 우리그릇 려, 새장 시계는 대부앤틱 제품.

2 대나무의 풀꽃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생김새의 마디초는 속이 비어 있고 직선적인 느낌이 강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마디초의 선이 수직으로 떨어지도록 정리해서 다발을 묶고 단면을 잘랐더니, 자연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모던하고 감각적인 꽃장식이 되었다. 장테이블과 소파는 15플랜 제품.

3 꽃은 왜 꼭 한 화분에 한 종류만 심어야 할까? 우리 전통 조경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자연스러움. 넓은 토분에 여러 종류의 우리나라 풀꽃을 섞어서 심어보자. 마치 들판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자연스러운 조화가 돋보이는 특별한 화분이 완성된다. 초연초, 단사, 흰줄무늬사초 등을 섞어 심은 화분은 그루, 나무 트레이는 15플랜 제품.

4 진자주색 철쭉은 컬러는 강하지만 꽃 형태가 정교하지 않고 흐드러져 멋스럽게 연출하기가 쉽지 않은 꽃. 따라서 철쭉은 꽃 생김보다는 전체적인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도록 스타일링하는 것이 좋다. 꽃을 화기에 빽빽하게 꽂으면서도 꽃 부분이 연결되어 조형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철쭉이 놓인 나무 테이블은 15플랜, 갈색 머그잔은 우리그릇 려 제품.

사방으로 우리 꽃을 감상하다
맘먹고 초록 화분을 구입했지만 둘 데가 마땅치 않아 조악한 플라스틱 스탠드에 방치해둔 적은 없었는지. 기품 있는 전통 사방탁자를 화분 장식장으로 활용해보자. 본래 사방탁자는 선비들이 사랑방에 두고 도자기나 서책을 전시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가구. 사방이 뚫려 있는 사방탁자에 날마다 변화를 보여주는 꽃 화분을 진열하면 모든 방향에서 그 싱그러움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 사방탁자가 현대적인 공간에 잘 어울릴까 염려된다면 현대적으로 재현한 형태의 사방탁자를 선택하면 된다. 화분은 밑면에 구멍이 없는 토분으로 준비해야 물이 새지 않는다. 토분은 배수 구멍이 없지만 표면의 기공으로 스스로 물을 흡수하고 배출하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방탁자와 중국풍 의자는 15플랜 제품. 장소는 15플랜.




김선래,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