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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현대 공간 사례 [가드닝 3] 21세기에 옛 조경 정신을 찾다
미니멀 시대에 조상들의 지혜로 아로새겨진 전통 조경 정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조경을 할 때 인위적으로 장식하거나 변형하는 일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니 자연과 환경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조경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돌이 있으면 돌 위에 정자를 짓고, 물이 고이는 곳이 있으면 물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다. 창덕궁 후원,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강진 다산초당 등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정원이나 주택 가운데 빼어난 조경미를 자랑하는 곳은 모두 자연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인위성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조경을 보여준다. 자연을 빌려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를 부여해 자세를 바로했던 전통 조경 정신을 찾아 나섰다.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아취雅趣를 잃지 않은 전통 정원과 선조들의 조경 정신을 담고 있는 현대 공간을 살펴보고, 더불어 전통 조경의 뜻을 빌린 화초 데커레이션 아이디어 아홉 가지를 제안한다.


1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세로로 긴 창이 있다. 계단 위아래로 나뉘어 보이는 소나무가 두 폭의 그림과 다를 바 없다. 
2 통창을 이용해 자연을 들인 다이닝룸. 건축가 김개천 씨는 소풍 가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듯이 자연을 느끼며 행복한 식사 시간을 보내길 의도했다. 보이는 정원 아래로는 계단식 텃밭이 있어 호박, 상추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해 먹는다.

2007년의 현대화된 도시에도 한국적인 조경이 존재할까? 사방으로 펼쳐지는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 사이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밟고 사는 현재에 말이다. 환경은 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우리에게는 한국인의 정서가 살아 있을 터. 전통 조경의 정신과 모티프를 담고 있는 현대 공간을 찾아본다.

건축가 김개천 씨가 설계한 평창동 주택
“북한산의 파노라마를 차경으로 들이다”

경사 심한 오르막을 몇 번 넘어가야 이 집이 나온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꼼짝없이 발이 묶이겠구나, 오고가기에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보면 이를 감수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고도 남음을 알게 된다. 평창동 산자락 아래 있는 황경숙 씨 댁은 북한산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시원스러운 경치를 모두 제 정원인 양 집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지는 집이건만,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 김개천 씨는 대뜸 아무것도 하지 않았노라고 발뺌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나무 몇 그루 심었을까요? 조경은 결국 자연을 어떻게 포섭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창동 주택은 북한산의 연장선에 자연스럽게 집을 얹어 주변의 지형과 교감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주었어요. 그 집에서는 어디서 바라보아도 주변의 경치가 편안하고도 가깝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우선 대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주변 산세가 마을을 중심으로 그 배경에서 둥글게 능선을 그린다. 탁 트이게 펼쳐진 하늘 아래 보이는 이 풍경이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데, 그 자연스러운 능선을 따라 집이 자리를 잡았다. 집 앞에는 커다란 암석이 돌출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이는 본래 이 지대에 있었던 암석으로 굳이 그 존재를 개의치 않고 있던 그대로 살려두었다. 암석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소나무까지도. 이 소나무는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탓에 가지가 무성하지도, 둘레가 굵지도 못하지만 그 역시 자연스러운 멋이다.

3 북한산의 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져 보이는 2층은 여느 전망대가 부럽지 않다. 
4 밖에서 본 건물의 전경. 
5 이 집의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김개천 씨. 집이 땅과 조화롭게 자리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건물에는 사방으로 넉넉히 창을 내었는데, 어느 공간에서 보아도 바깥 풍경이 운치 있게 펼쳐진다. 1층 거실에서는 아기자기한 정원과 그 너머로 멀리 산 능선이, 주방에서는 두 개의 시원스러운 통창으로 제각각 다른 형태로 휘어진 소나무들이 멋을 뽐내고,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길고 좁은 창으로 초록 나뭇잎이, 2층 AV룸에서는 북한산의 늠름한 자태가 한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보인다. 집 안 곳곳마다 어느 자리에서는 원경이, 또 어느 자리에서는 중경이, 근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시시각각 자연의 파라노마를 감상하게 되는 셈.
이는 우리 전통 조경의 ‘차경借景’의 원리를 닮았다. 일부러 꾸며 정원에 멋진 경치를 연출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경치를 집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 차경으로, 어떤 지점이 주변의 자연 경관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지를 고심해 건물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자연을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한국적인 집이 아닐까요? 집도 우주의 일부입니다. 자연과 어떻게 일체一體를 이루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여겨볼 만한 주택 조경업체
우리 집 조경 제대로 하려면 이곳에 맡겨라

나무조경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생태적인 순환을 할 수 있는 조경을 연출해준다. 실내 정원은 물론 야외 정원 작업도 진행한다. 문의 02-574-9995, www.namooland.com

에스빠스 조경 1986년부터 아파트와 빌라 등의 실내 조경만을 전문으로 해온 회사. 아파트 특유의 건조함, 마감재 유해 물질 등을 실내 정원을 이용해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문의 02-482-1758

하영 그린 국내 유일의 가든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곳. 실내외 조경, 옥상 정원과 함께 꽃 조형물 제작까지 가능하다. 문의 02-573-1313, www.hygreen.co.kr

지그린 공기 정화 식물을 활용해 건강한 공간을 만드는 실내 조경을 선보인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원 꾸미기 등 치료 원예에 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문의 02-573-0931

기린코리아 규모가 크고 고급스러운 실내 조경에 일가견이 있다. 휴식과 여유를 주는 정원 연출이 특기. 문의 02-512-2077, www.kirinkorea.com



1실내 정원을 방불케 하는 김현희 씨의 12층 아파트. 발코니에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인공 토양을 돋워주고 실내 공기 정화에 효과가 있는 열대 식물을 심었다. 초록이 많은 베란다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그 속의 붉은 금붕어가 꽃처럼 색감을 더하도록 했다.
2 작년에 뿌리를 보관해두었다가 올해 새로 꽃을 본 수선화. 침실 창가를 기분 좋게 장식하고 있다.

조각보 작가 김현희 씨 아파트
“꽃나무와 벗하여 정감을 나누다”
김현희 씨가 사는 12층 아파트는 온실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초록 식물로 가득 차 있다. 고개를 내밀어 창밖으로 높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곳이 과연 아파트인가 싶을 정도. “어릴 때부터 워낙 식물을 좋아했어요. 다섯 살 때까지 충청도 유성의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저만은 마당이며 우물가에 피었던 꽃, 집 뒤에 있던 나무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나요.” 이처럼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그가 4년 전 주택에서 이곳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꽃과 이별할 수는 없는 일. 베란다를 실내 정원으로 꾸미고 햇빛 드는 자리마다 빼놓지 않고 식물을 들였다. 그늘진 곳일지라도 또한 그에 적합한 식물을 두었다. 집 안 어느 곳이고 생명의 빛깔과 냄새가 함 께해야 안심이 된다는 그는 아파트라는 한계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3 창문턱에 테이블을 놓고 화분을 올려 햇빛을 충분히 받도록 했다.
4 설거지를 하다가도 어여쁜 호접란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5 꽃과 식물을 너무도 좋아해 항상 생활 공간에 함께 둔다는 김현희 씨.

우선 안방, 거실, 작업실로 이어지는 바깥 창문 쪽 베란다를 모두 자연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 베란다에는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스파트필름을 중심으로 열대성 초록 식물을 심었다. 침실과 작업실 베란다에는 한지 창 너머로 운치를 더하도록 대나무를 들였다. 전라도 등 따뜻한 남쪽 지방 출신인 대나무는 비교적 실내에서 재배하기 쉬운 식물. 대나무 아래에는 예쁜 꽃 화분들을 옹기종기 놓았는데, 화분이 워낙에 많아 베란다를 다 채우고도 넘쳐 창문턱 위까지 자리를 잡고서 햇빛을 쬐고 있다. 붉은 베고니아 화분들 사이로 시선을 끄는 것은 산뜻한 노란 수선화. 김현희 씨가 작년 가을에 뿌리를 보관했다가 올해 1월에 다시 심어 꽃을 본 것이라 더욱 반갑고 소중하다고. 다실茶室에도 식물을 가득 채워 싱그러움을 더했다. 키 큰 겐자야자를 창가에 두었는데 이 겐자야자는 4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 올 때 다섯 개를 함께 사서 나란히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키가 훌쩍하게 자라 세 개만으로도 창이 가득이다. 그리고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치는 미니 연못. 거실 화단 앞으로 물이 졸졸 떨어지는 작은 연못을 만들어 금붕어를 놓아두었다. 초록이 무성한 베란다 정원에서 빨간 금붕어가 ‘꽃’이 되기를 바라면서.

꽃이 화사하게 피면 그의 마음도 활짝 핀다. 꽃 시장 나가기를 즐겨 봄철마다 헌인릉 입구의 화훼도매시장에서 몇 상자씩 화분을 들여온다. 그곳 상인들이 그에게 어디서 가게를 하느냐고 물을 정도. 이렇게 인연을 맺은 식물들은 침실에서 눈을 뜰 때부터, 다실에서 차를 마실 때, 하다못해 부엌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눈을 마주친다. 때마다 마음으로 말을 걸고 시든 잎이 눈에 띄면 바로 솎아내 준다. 자연과 일상적으로 벗하고 정을 나누는 삶, 한옥도 단독주택도 아닌 아파트에서 이처럼 가능하다.

아파트·빌라에 정원 만드는 두 가지 옵션
“계절감 느끼려면 새시를 없애라”

아파트나 빌라에 정원을 만들 때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내내 변함없는 초록을 즐길 것이냐, 사계절의 변화를 볼 것이냐. 김현희 씨처럼 따뜻한 실내를 좋아하는 열대 식물을 중심으로 베란다에 초록 정원을 꾸미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새시를 떼어내 베란다 환경을 외부와 같게 만들어서 다양한 우리 식물을 가꾸며 즐길 수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외부 공기에 노출된 아파트 발코니는 일반적인 경우다. 단, 이때는 사계절 초록을 감상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비바람, 온도, 햇빛이 모두 외부와 같은 조건인 발코니는 또 하나의 공중 ‘마당’인 셈으로, 봄에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것부터, 여름의 무성한 초록,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황량함까지, 사계절 순환하는 자연 현상을 누리는 것을 기쁨으로 삼아야 한다.


1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고 기둥만 남겨둔 녹색 기둥의 정원은, 삭막한 기둥을 담쟁이덩굴과 줄사철나무로 감쌌다.
2 선유도공원은 북한산, 인왕산, 남산이 보이는 등 한강에서 조망권이 가장 좋은 곳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가 되었다.
3 옛 정수장의 흔적을 살려 수생식물 등을 심어 환경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건축가 조성룡 씨와 조경가 정영선 씨의 합작품.
4 옛 정수장 시설 틈새로 갖가지 우리 풀꽃이 피어난다. 6~7월에 절정을 이룬다.

선유도공원
“녹슨 정수장 위에 그대로 풀꽃을 더하다”

선유도공원은 폐허 위에 세운 재활용 공원이다. 수명이 다해 폐쇄된 정수사업소 자리에 기존 시설물을 일부 그대로 남겨둔 채 우리 풀꽃과 나무를 더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한강 물을 끌어들여 서울 시민을 위해 부지런히 정수를 하던 시설물은 2002년 봄 수생식물을 띄우고 담쟁이덩굴을 감아 올려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

선유도공원의 반쯤 무너진 담 아래 절묘하게 피어난 풀꽃에서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인 이선 씨는 한국적인 조경을 읽어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지요. 땅을 인공적으로 갈아엎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동적인 식재를 해서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었던 우리의 조경 정신이 담겨 있기도 하고요. 식물들을 눈여겨보면 현대 조경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토종 식물을 곳곳에 조화롭게 배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유도공원은 여러 개의 세부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약품침전지를 재활용한 수질정화원에는 부레옥잠과 갈대, 창포처럼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는 수생식물이 자라고, 정수지의 기둥만을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에는 생생한 초록의 담쟁이덩굴이 낡은 기둥을 휘감고 올라간다. 수면에 낮게 둥둥 떠서 자라는 백련·수련·갯버들·금불초로 가득 채운 수생식물원, 당귀·백리향·으아리·고사리·자작나무로 다양한 식물의 세계를 꾸민 시간의 정원 등 갖가지 우리 풀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생태 학습장이 된다. 모든 것을 말끔히 쓸어내고 그 위에 새롭게 짓는 방식은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킨다. 하물며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과 함께 풍경을 이루는 풀과 나무라면 더 말해서 무엇 하랴. 세월의 더께가 멋이 되는 선유도공원의 자연스러운 풍경은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어떤 것인지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사진 제공 서안조경

가볼 만한 도심 속 생태공원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 월드컵공원이 들어서기 이전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가운데서도 가장 높고 척박했던 지대에 만든 생태공원. 지금은 갖가지 야생화와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자연이 어떻게 순환되는지를 보여준다. 2만여 평의 억새밭이 10월 초에 장관을 이룬다. 문의 02-300-5500

길동자연생태공원 습지, 저수지, 산림, 초지지구를 고루 조성해 자연 생태계의 축소판을 이루었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개구리, 야생화, 버섯, 곤충 등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자연 학습을 위해 많이 찾는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입장객을 하루 2백 명으로 제한한다. 문의 02-472-2770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샛강의 저습지 15만여 평을 정비해 생태공원으로 꾸민 곳. 버드나무, 갈대, 억새 등이 군락을 이루고, 지하수로 조성한 계류폭포와 연못도 있다. 근처의 밤섬에서 날아오는 흰뺨검둥오리, 해오라기도 가끔 관찰할 수 있다. 문의 02-3780-0570

아차산생태공원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생태공원. 울창한 소나무와 다채로운 풀꽃을 자랑한다. 자생하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생식물원, 다양한 풀벌레와 나비를 볼 수 있는 나비정원, 맨발로 걸으며 주변을 감상하는 작은 공원으로 구성된다. 문의 02-450-1395


1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6층 옥상 정원이 펼쳐진다. 사방으로 두른 대나무 ‘병풍’은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옥상 공간에 아늑함과 싱그러움을 만들어준다.
2, 3 루이스 부르주아의 ‘스파이더’,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등 쟁쟁한 작가들의 조각품이 자연과 어우러져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4 잔잔한 인공 연못 수면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신세계백화점 옥상 정원 ‘트리니티 가든’
“대나무 병풍을 담으로 두르다”
서울 충무로의 신세계백화점 본관이 4년 5개월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2월 28일 문을 열었다. 새 매장 곳곳에는 무려 3백5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유명 미술 작품 2백여 점을 전시해놓았는데, 이 같은 미술품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이곳의 보물은 6층의 트리니티 가든Trinity Garden.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루이스 부르주아 등 쟁쟁한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6층의 이 옥상 조각 정원은 충무로와 을지로의 빌딩숲, 그리고 남산으로 이어지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꼿꼿이 뻗은 대나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대나무들이 간판과 자동차, 인파와 같은 서울 도심의 복잡한 풍경을 가려주면서 자연스레 하늘과 남산의 능선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번잡한 외부의 시각적 공해를 차단해주면서 자칫 삭막할 수 있는 공중의 조각 공원을 아늑하고도 안정감 있게 보호하고 있는 것.

“빌딩 꼭대기지만 의외로 초록이 가득한 모습에 기분까지 산뜻해집니다. 대나무의 청명한 초록이 조각품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좋고, 바람 따라 흔들리는 대나무 그림자가 인공 연못의 수면에 비치는 것이 운치 있어 좋네요.” 이곳을 가끔 찾는다는 신세계백화점 고객 강현주 씨의 소감. 그의 말대로 대나무 그림자를 담은 수면은 바람이 불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또 다른 풍류를 연출한다. 트리니티 가든은 이 같은 다섯 개의 인공 연못에서 소리 없이 물이 흘러넘치도록 디자인되었다. 연못 수면에는 시선에 따라 하늘도, 대나무도 담기고 조각 작품도 비친다. 이처럼 공간에 놓이고 물 위로도 비치는 예술품을 대나무 담장 안에서 편안하게 거닐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선을 정리했다고.

대나무는 본래 우리나라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자랐지만 점차 국내 평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이제 서울에서도 그 꼿꼿함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남도 대갓집, 가옥의 북쪽에 주로 심어져 집을 보호하는 울창한 울타리가 되어주던 대나무가 이제 서울 도심의 옥상 정원에서 휴식을 위한 아늑한 벽을 이루고 있다.

또 다른 빌딩 위 옥상 정원
스페이스C 옥상 정원 코리아나화장품의 화장박물관, 스페이스C 갤러리와 카페가 있는 건물로, 이곳 옥상에 운치 있는 복층의 정원이 꾸며져 있다. 소나무가 기품 있게 서 있는 중앙 정원, 이를 가로지르며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인공 폭포가 이색적인 멋을 전한다. 문의 02-547-9177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하늘정원’ 백화점 옥상 정원이 각광을 받게 된 시초가 된 옥상 정원이다. 당시 푸른 잔디가 깔리고 휴식을 위한 벤치가 놓인 유럽풍의 옥상 정원은 쇼핑객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현재 현대백화점 천호점·무역센터점에도 옥상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02-3449-5832

서울시청 별관 옥상 정원 ‘초록뜰’ 서울시가 옥상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에 시범적으로 조성한 정원. 1백여 종의 식물과 곤충이 자연스러운 풍경을 이룬다. 직접 심은 식물보다 바람을 타고 풀씨가 날아온 종류가 더 많다고. 12시부터 1시까지 평일 점심 시간에는 자유 개방한다. 문의 02-6321-4193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