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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타앤컴퍼니 최성희 대표 생각의 정원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떠오르는 생각을 정원에 담아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가꾼다. 켈리타앤컴퍼니가 여전히 ‘종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와 문화를 세상에 전하자’라는 디자인 철학을 고수해온 힘 또한 정원에 있었다.

정원을 향해 통창을 낸 사색의 방. 그가 좋아하는 두 소재인 캔버스와 가죽을 덧대어 만든 칼 한센앤선의 사파리Safari 체어.

정원에 핀 잡초를 뽑는 일도 그의 중요한 일과다.
“딱 이맘때가 시금치 뿌리는 시즌이거든요. 작년 11월쯤 사진인 것 같아요. 정말 예쁘죠?” ‘생각의 정원’의 주인 최성희 씨에게 정원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동안 찍어 놓은 식물 사진 한 뭉치를 펼쳤다. “이건 세이지 중에서 멕시칸세이지라는 건데요, 새싹 올라올 때가 아주 예뻐요. 지금은 수국 중 늦둥이 애들이 아직도 피고 있고요. 아미초라는 꽃도 한창이에요. 아! 얘는 안 심었는데 혼자 난 거예요. 잡초인 것 같은데 예뻐서 뽑지 않고 지지대를 해줬지요….” 단순히 식물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특성이나 성장기를 곁들여 소개한다. 그의 식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개성만점 친구들을 한 아름 소개받는 것처럼 설렌다.


정원 생활자의 아틀리에
느리지만 확고한 취향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패키지, 문구류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켈리타앤컴퍼니 Kelita&Co. 최성희 대표는 사실 <행복>과는 구면이다 (2005년 10월호 ‘라이프&스타일’에 소개). 그의 주거 공간이자 켈리타앤컴퍼니 사무실이던 3층 주택은 최근 사무실이 근처로 독립하면서 ‘켈리타 아뜰리에’로 남았다. 그의 작업 공간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처음 방문했을 때 안내받는 넓은 작업실은 그동안의 작업물들이 상패처럼 진열되어 있다. 회의할 때 쓰는 긴 책상 뒤로 작은 책상 두 개를 배치했는데, 사무 업무와 드로잉을 위한 책상을 따로 두었다. 코너에 난 창문 밖으로 정원이 내다보이는 작은 작업실은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찾는 곳이다. 두 개의 작업실을 지나면 마지막 방에 이르는데, 한쪽 벽을 통유리로 설계해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사색의 방이다. 하지만 그가 진짜 자주 머무는 공간은 바로 정원. 이른 새벽부터 정원에 나가 식물을 돌보고, 점심때쯤 돼서야 새로 이전한 사무실로 향한다.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정원에서 거의 살다시피한다. 6년 전에는 작업실 옆에 있던 큰 주목을 옮겨 심고 가드닝 도구를 보관하는 작은 온실도 마련했다. 정원 크기는 그대로이지만, 처음보다 한층 풍부해진 식물이 깊이를 더한다. 그의 정원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정원을 하얗게 뒤덮던 수국이 진 뒤, 한쪽에 소담하게 자리한 보라색 부뜰레아와 핑크색 골등골나물, 뒤로는 수크령이 색의 층위를 이루며 조화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10년 넘게 정원을 돌보다 보니, 꽃을 피우는 시기가 서로 다른 식물을 균형 있게 식재하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제자리를 찾아주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죠. 이제는 표정만 봐도 얘가 목이 마른지, 그늘이 필요한지, 다 알아요.”

가드닝 도구를 보관하는 작은 온실.

중정이 내다보이는 작은 책상에서 주로 드로잉 작업을 한다.

꽃이 진 뒤 햇볕에 잘 말려 씨앗을 받아 투명한 유리병에 넣고 날짜와 이름을 기록한다.

필통, 안경집, 트레이 같은 기프트 컬렉션은 켈리타 아뜰리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성북동에 위치한 켈리타 아뜰리에 전경. 이 정원에 최성희 대표가 모르는 식물은 거의 없다.

작은 작업방의 코너 창문 너머 정원이 한 폭의 그림 같다. 7 앞뜰에는 색과 높낮이가 다른 식물을 심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이 작업을 부른다
1956년 대전에서 시작한 성심당같이 전통 있는 빵집부터 올해 9월 론칭한 신세계건설의 주거 브랜드 빌리브까지, 그가 작업한 결과물을 들여다보면 생각의 정원이 곧 켈리타앤컴퍼니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손맛이 묻어나는 드로잉, 간결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서체, 자연 소재가 힌트다. 실제로 사무실을 이전한 뒤에도 직원들은 자료를 찾거나,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경쟁 프레젠테이션과 분초를 다투는 마감 일정처럼 치열하게 보내는 시간에 정원의 시간을 보태 삶의 균형을 잡는다. 또 자연은 디자인 작업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자연의 온도는 최성희 대표가 추구하는 편안하고 따스한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다. 닥나무를 가공한 한지 위에 원화 작업을 하는 것은 물론,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의 꽃 엠블럼도 클라이언트와 정원을 바라보다가 탄생한 것. 최근에는 켈리타앤컴퍼니의 감성을 좋아하는 개인 고객을 위한 기프트 컬렉션 브랜드 ‘켈리타 아뜰리에’를 선보였다. 이탈리아산 베지터블 가죽으로 필통과 안경집, 트레이를 제작했다. 이 역시 식물성 오일로 가공하고,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변하는 것이 특징.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의 감성은 그대로다. 가끔 사전 예약을 통해 개인 고객이 방문할 때는 미팅 시간을 넉넉히 두 시간 잡는다.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켈리타앤컴퍼니의 감성을 함께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 이세진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