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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백20주년 맞은 디자인 거장 알바 알토 Alvar Aalto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 등과 함께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핀란드의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가 2018년, 탄생 1백20주년을 맞았다. 새삼스럽지만 이 시점에서 알바 알토를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적극적인 빛 활용이 돋보이는 스튜디오 내부. 오른쪽 자신이 설계한 집에서, 20세기 모더니즘 건축&디자인의 거장 알바 알토.

알바 알토 하우스 The Aalto House(Helsinki): riihitie@alvaraalto.fi, +358 9 481 350 사진 제공 The Aalto House by Alvar Aalto Museo
알바 알토의 집을 이야기하다
대가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한 명의 건축가가 있었다. 그는 20대 후반 젊은 건축가 시절, “건축의 유일한 목표는 자연스러워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더 나아가 건축에 관한 한 “불필요한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온전하게 실현한 집이 있다. 다름 아닌 건축가가 본인과 가족을 위해 설계한 집이고, 그는 죽는 날까지 그 집에서 살며 일했다. 가족이 거주하는 집, 직원과 함께하는 사무실과 스튜디오가 한 건물 안에 들어선 이 집은 너른 자연 위에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무와 벽돌, 흑과 백 등 재료와 색의 단단한 조합에서 건축가의 내공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형태적 기교를 발휘하진 않았다. 적당히 폐쇄적인 외관에 익숙한 미감을 지닌 이 집은 놀랍게도 1936년에 완공한 건축이다. 그리고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이자 핀란드의 대표 디자이너 알바 알토로, 이 집의 이름 또한 ‘알토 하우스The Aalto House’다. 알토 하우스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그로피우스의 데사우 마스터 하우스Dessau Masters Houses를 모델로 설계했다고 한다. 주 출입구를 비롯해 마당, 자연으로 연결되는 여러 개의 출구가 있는 덤덤한 외관에서는 이 집이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를 지녔는지 짐작하기 힘들다. 주 출입구를 들어서면 리빙룸을 시작으로 왼쪽으로는 다이닝룸이 이어지고 가족의 사적 공간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작은 계단을 오르면 두 개 층으로 구성한 스튜디오 공간이 나온다. 침실, 아이 방, 게스트룸이 자리한 2층에는 건물 안에서 가족과 직원의 유일한 공동 공간인 옥외 테라스도 있다. 완벽하게 분리된 집과 사무실, 그러면서도 공간과 공간의 연결을 비밀스럽고도 규칙적으로 재단한 동선, 다채로운 공간이 발하는 풍부한 표정은 알바 알토가 얼마나 섬세하고 현명한 건축가인지를 말해준다. 또 집 안 곳곳에서는 다다미와 미닫이문, 블라인드를 대신한 발 등 동양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헬싱키 저팬 클럽Helsinki Japan Club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일본 건축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핀란드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항해 집착적일 만큼 빛을 끌어들이려는 그의 노력은 이 건축 안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뒀고, 문손잡이와 테이블용 거울, 가구, 조명에 담긴 공예적 디테일에는 당시 알토 부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이 주는 위용과 기법의 출중함보다는 공간의 질감과 온기, 볕 아래 안온함을 몸이 기억하는 집. ‘진짜 거장’의 집은 이렇게 현실의 우리에게까지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집’ 본연의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동양적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문 디테일.

흑과 백, 자연의 조화가 아늑하게 느껴지는 알토 하우스의 외관.

알토 가족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리빙룸과 다이닝룸.

딸과 함께 아름다운 옥외 테라스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리빙 트렌드 세미나의 연사로 참석한 알바 알토 재단의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요나스 말름베르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난 카페알토. 알토 체어를 해체, 조합한 아트월이 인상적이었다.

2018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난 알바 알토 이야기
인본주의적인 모더니즘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핀란드 디자인 거장, 알바 알토: 모더니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아르텍의 국내 공식 판매처인 에이후스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장 안에 ‘카페알토’를 열어 관람객을 맞이했다. 알바 알토의 대표작인 스툴 1백 개가 펼쳐진 카페 안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셨고, 인테리어를 통해 알바 알토 디자인의 요소를 만나는가 하면, 현장에서 사용 중인 가구를 직접 구입하는 색다른 체험도 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알바 알토 재단의 큐레이터이자, 건축가, 미술사학자인 요나스 말름베르그Jonas Malmberg를 만나 알바 알토를 조금 더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먼저 알바 알토 재단을 소개해달라.
1968년 설립한 알바 알토 재단의 기초를 다진 건 알바 알토 자신이다. 재단의 초기 의장을 맡기도 한 그는 자신의 지적 유산과 재산 유지, 건축적 사상을 확산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던 동안에 재단의 활동은 미미했다. 그의 사후 미망인인 엘리사 알토Elissa Aalto에 의해 재단 활동은 활발해졌고, 2018년 알바 알토 탄생 1백20주년을 맞아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재단은 현재 알토의 집, 별장 등을 관리하며 갤러리와 아틀리에도 운영하고 있다.

알바 알토 탄생 1백20주년 기념행사 중 대표적인 것을 짚어준다면?
알바 알토 위크, 전시 등 아주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알바 알토 시티네트워크’다. 핀란드를 비롯해 미국의 보스턴, 프랑스 파리, 독일의 베를린ㆍ브레멘, 스웨덴 웁살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 세계 곳곳에 알토가 설계한 빌딩이 있다. 그중 20개 도시를 멤버로 받아서 관련 분야 사람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연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Housing solutions for cities in change?’라고 들었다. 휴머니즘과 자연을 강조하는 알바 알토의 건축적 특성은 과거 핀란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잘 활용했다고 본다. 지역적 건축의 특성이 장점인 그의 건축을 세계적, 거대화된 도시에 적용하는 게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알바 알토는 한적한 주택뿐 아니라 도심 속 작은 쇼핑센터나 오피스 빌딩도 많이 지었다. 일례로 아카데믹 북 스토어를 보면 유리 천장을 활용해 빛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도심 안에 있더라도 구조와 건축적 창의력을 활용해 자연이나 주변 환경을 실내로 끌어들인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혹은 실내에 사용하는 재료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휴머니즘을 적용할 수 있다. 한정된 환경이더라도 최대한 그 공간의 장점을 이용하면 된다고 본다. 특히 알바 알토의 건축은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스타일이나 구체적 양식이라기보다는 알바 알토의 독자적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알토는 건축 초기인 1920~1930년대에는 기능적 건축을 강조했다. 그 이후 차츰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는데, 과거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려고 했다. 어떤 양식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그의 태도, 자세를 배울 수 있다.

과거 알바 알토는 지폐나 우표에도 등장하고 그의 이름을 딴 학교가 있을 정도로 핀란드 내에서는 역사적 인물이다. 현재 알바 알토는 핀란드에서 어떤 인물인가?
사실 알바 알토가 사망한 이후 몇 년간은 핀란드 내에서 그가 잊혔다. 그의 건축은 물론 가구 역시 핀란드에서는 일상적이었고,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한 것이었다. 또 그가 이룬 업적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후대 건축가들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1960~1970년대 알토의 작업 스타일이 현대 건축가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알토가 설계를 하던 당시는 현장에서 건축자재 등을 제작했는데, 이 또한 너무 구시대적이고 엘리트적이라고 여긴 것이다. 현대 건축가에게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이 세련되고 신선한 것이라며 각광받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알바 알토는 규격화, 표준화된 주택이 등장하기 20~30년 전부터 그 부분을 우려했다. 그 역시 기능성을 위해 대량생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전형적인 대량 생산품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 활용이 가능한 여지가 있는 요소, 요소를 대량생산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을 초월한 그의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새롭게 다뤄지면서 핀란드 내에서도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알토의 건축은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알바 알토에겐 다양한 수식이 따른다. 재단 큐레이터로 알바 알토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현재 알바 알토의 작업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재단에서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Human approch to modernism’이 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알바 알토는 의미 그대로 ‘살아 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다.

파이미오 요양원, 아카데믹 북 스토어 등 수많은 그의 대표작 중에서도 당신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알바 알토의 최고 작업은?
새위내찰로Sa:yna:tsalo에 위치한 타운홀Townhall. 지금은 큰 도시로 편입되면서 용도가 조금 달라졌는데, 그 안에 오피스, 아파트먼트, 도서관, 숍 등이 있었다. 하나의 건물이 하나의 세계로 사용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 소유로 편입된 후 한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최근 에어비앤비 등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건물을 더욱 활성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타운홀은 알바 알토가 아이노 알토와 사별한 후 두 번째 부인과 결혼하자마자 지은 허니문 빌딩이기도 하다. 같은 건축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두 번째 부인이 건물을 지을 당시 현장에서 감독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인가?
스케일이 중요하다. 건축물이 큰지 작은지의 개념이 아닌, 사용자에 맞는 스케일! 실제로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건축물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손잡이 하나라도 사용자를 감안해서 만드는 접근, 빛과 형태 같은 근본적 요소를 건물 안에서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 또 소재의 선택에서도 적절한 조합으로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도시 안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빌딩보다는 현실에 녹아드는,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건물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알바 알토의 디자인을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에서 만나는 알바 알토


카페알토 바이 밀도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해 이미 화제가 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신사옥 지하 1층에 알바 알토를 느낄 수 있는 ‘카페알토 바이 밀도’가 오픈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그룹 어반라이프의 식빵 전문 베이커리 밀도Meal°가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연 이곳은 태오양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양태오가 공간 디자인에 참여했다. 알바 알토가 즐겨 사용한 자작나무를 이용한 마감과 알바 알토 특유의 유기적 곡선을 반영한 인테리어, 스툴, 조명등 등 알바 알토의 디자인으로 채워진 흔치 않은 장소다. 특히 ‘줄 서서 먹는 식빵’으로 잘 알려진 밀도는 카페알토만을 위한 신메뉴를 비롯해 핀란드의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오로라 스피릿’, 눈 내린 헬싱키의 아침을 모티프로 한 ‘헤이 헬싱키’, 자일리톨을 활용해 상쾌함을 더한 ‘자일리톨 에이드’, 밤을 이용한 생크림을 커피에 올린 ‘알토커피’까지 특별한 시그너처 음료도 준비해 우리가 아는 알바 알토 이상의 색다른 자극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B1
문의 02-6462-5050


알바 알토의 살아 있는 유산, 아르텍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Artek은 1937년 알바 알토와 그의 아내 아이노 알토가 설립했다. 건축설계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공예적 디테일과 인간 중심적 디자인 실험을 그치지 않은 알바 알토는 아르텍을 통해 당시 신기술이던 벤트 플라이우드Bent Plywood 기술을 접목해 자유로운 곡선 형태는 물론, 강도 높은 가구들을 디자인했다. 알바 알토의 살아 있는 유산이기도 한 아르텍은 현재도 끊임없이 그의 스테디셀러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아르텍의 모든 의자의 기본이자 모든 스툴의 표준이 된 ’60 스툴’을 비롯해 파이미오 요양원을 위해 디자인한 암체어, 골든벨 펜던트 조명등으로 알려진 ‘A330 Pendant Lamp’ 등이 있다.
문의 에이후스(02-3785-0861, www.a-hus.net), 루밍(02-599-0803, www.rooming.co.kr)


핀란드 호수에서 영감 얻은 이딸라의 꽃병


‘알토 베이스Aalto vase’로 불리는 이 꽃병은 본래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가 인테리어한 사보이 레스토랑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이 화병으로 1936년 이딸라가 주최한 유리 제품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1937년 파리 세계 박람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핀란드의 호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이 은유적 오브제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철학을 응축한 제품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자,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디자인이다. 알토 화병은 오늘날에도 이딸라 공장에서 유리 장인들이 직접 입으로 불어 완성하는데, 하나의 알토 화병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일곱 명의 장인이 열두 단계의 작업 과정과 서른 시간의 협업을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약 열 개 매장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www.iittala.co.kr)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문의 이딸라(02-749-2002)

글 곽소영 | 취재 협조 알바 알토 재단(www.alvaraalto.fi)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