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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랩&크래프트 브로 컴퍼니 신현호 가구 디자이너 컬러의 로망을 품은 집
가구로서 기본 기능을 잃지 않되 디자인 제품의 위트도 놓치지 않는 신현호 가구 디자이너. 가구를 중심으로 펼쳐놓은 다채로운 오브제는 집에 이야기를 더해 보다 풍성한 공간을 만든다.

가구 디자이너 신현호가 고양이 미우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부부가 수집한 다채로운 오브제 사이에 경쾌한 컬러의 소파와 카펫을 배치해 컬러풀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오른쪽 추억으로 가득한 거실의 한편에 자리한 프랑스 지엘드 빈티지 조명등을 보면 아내와 함께 이태원 가구 거리에서 이 제품을 발견한 그날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디자이너가 첫눈에 반한 빌라
서랍을 열면 컬러풀한 속내를 보이는 투박한 수납장, 다리가 오직 세 개뿐인 단정한 디자인 책상…. 이탈리아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우연한 계기로 가구 디자이너가 된 신현호의 작품에는 소소한 반전의 재미가 있다.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고정관념을 흔든다. “가구 디자인은 셰이커교도의 생활 방식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군더더기 없이 기능에 충실한 가구를 만들었거든요.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하고 싶은 개인적 욕구도 커서 그 중간 지점을 찾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현호 씨와 그의 아내 이윤아 씨, 고양이 네 마리가 함께 사는 집 역시 직접 만든 가구와 다르지 않다. 한남동에 위치한 132㎡(40평) 규모의 맨션은 1970년대 호텔로 지어 현재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매력적인 요소가 넘친다. 입주민이 운영하는 부티크 숍부터 복도에 도톰하게 깔린 카펫, 뒤로는 남산이, 앞으로는 매봉산 공원이 보이는 경치까지…. 첫눈에 반해 덜컥 계약한 집은 손댈 곳이 많았다. 부부는 문이 많고 천장이 낮은 폐쇄적 공간을 밝고 넓게 고쳤다. 좁은 주방의 문을 없애고 벽을 터서 다이닝룸 겸 서재를 만들고, 높이가 낮아 답답해 보이는 천장은 노출하고 레일 조명등을 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멘트로 지은 옛날 건물이라 철거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들었다. “빌트인 시스템에 실내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와 비교하면 확실히 불편하죠. 그래도 저와 아내의 이야기로 꽉 채운 이 집은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손수 가꾼 공간을 설명하며 눈을 반짝이는 신현호 씨에게는 천생 아티스트의 피가 흐른다.

직접 만든 테이블과 책장으로 꾸민 다이닝룸 겸 서재. 신현호 씨는 창가 책상에서, 이윤아 씨는 중앙 테이블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왼쪽 벽에는 좋은 기운을 부르는 회화나무 조각을 세워두었다.

컬러 타일 마감이 돋보이는 주방은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의 독무대다.

탐스러운 꽃 패턴의 조명등은 네덜란드 브랜드 앤클레버링 제품.

숲을 콘셉트로 꾸민 욕실. 포르나세티의 나뭇잎 패턴으로 제작한 벽지를 바르고, 뵈르게 모겐센의 빈티지 의자를 배치했다.
나무는 모든 컬러를 품는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이 집을 보고 처음 느낀 프랑스 남부의 부티크 호텔로 정했다. 주방 벽은 민트색 타일, 바닥은 푸른색 타일을 붙였으며, 화장실은 포르나세티의 나뭇잎 패턴으로 제작한 콜앤선 벽지를 선택해 따스한 느낌을 살렸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요소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바로 원목 가구. 아내가 필요한 가구의 특징을 설명하면 신현호 씨가 세부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했다. 선반 위에는 어김없이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조르르 자리한다. 애니메이션 피겨부터 키치한 포스터, 빈티지 조명등, 그래픽 디자인 북까지…. 예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못하는 아내와 뭐든 시리즈로 모아야 마음이 편한 수집가의 합작품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취향의 사람이 나무만 만지면 지루하지 않을까? “나무 만지는 사람에게 컬러는 로망이죠. 나무로 색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느낀 점은 ‘나무는 모든 색을 품는다’는 거예요. 이제껏 나무와 어울리지 않는 색은 못 봤어요. 심지어 마루, 의자, 식탁, 벽 모두 다른 나무를 써도 다 잘 어울리거든요. 나무는 공간을 꾸미기에 참 완벽한 소재인 것 같아요.”


이야기를 품은 가구의 가치
가구를 대하는 그의 철학은 생활에서도 이어진다. 가구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구입한 기성 제품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장식 요소보다는 깨끗한 디자인 제품을 고른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구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탈리아 유학 시절 구입한 철제 캐비닛과 아내의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자개장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부부의 감성으로 리폼하는 편을 택했다. 거실 중심에 눈에 띄는 파란색 소파가 대표 예다. 신혼 시절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무채색 패브릭인데, 거실 중앙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면서도 고양이 털이 눈에 띄지 않는 컬러로 골랐다. 그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구를 만들며 깨달은 것은 가구는 비싼 것이 아닌 좋은 가구를 오래 쓰는 것이 정답이란 것! 신현호·이윤아 부부의 추억이 쌓인 가구와 오브제로 꾸민 이 집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Q&A

이름과 나이는?
신현호(40).

하는 일은?
맞춤 가구 브랜드 큐리어스랩과 금속 디자이너 이상민과 함께 크래프트 브 로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당신의 취향은?
미드센트리 모던, 빈티지.

집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다이닝룸 겸 서재에 있는 책상에서 도면 작업을 하거나 거실에서 TV를 본다. 서로 바빠 얼굴 보기 힘든 아내와 같은 공간에서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의자라면 앉았을 때 편하고, 책상이라면 사용자 높이에 맞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디자이너의 미감이 드러나야 한다. 나는 실용적이고 담백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아끼는 물건 세 가지는?
미드가르드 데스크 스탠드, 빨간 빈티지 의자, 학자의 나무라고 불리는 회화나무. 좋은 기운을 부른다고해서 이사할 때마다 늘 가져오는 물건이다.

영감을 주는 것&즐겨 찾는 인스타그램은?




가구를 디자인할 때는 자유로운 드로잉, 패션 관련 자료를 뒤적이며 영감을 얻는다.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디자인 작품을 공유하는 계정 바우하우스 무브먼트(@bauhaus. movement), 멕시코 특유의 컬러풀한 인테리어 디자인 사례를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전문 잡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멕시코판의 계정(@admexico), 우드터닝 방식으로 제작한 작업물을 소개하는 계정 우드터너스 월드와 이드(@woodturners_worldwide).

글 이세진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