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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크라프트 신민정 디자이너 장인 정신을 환대하는 집
1백 살 된 나무로 만든 수제 가구와 북유럽 빈티지 가구, 조명등까지 내공 있는 물건이 즐비한 신민정 디자이너의 집. 그에 걸맞게 공간을 자신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중이다.

수제 원목 가구를 만드는 신민정 디자이너. 그는 원목 가구와 북유럽 빈티지 가구로 따뜻한 느낌의 집을 꾸몄다. 오른쪽 협탁 위의 풍경. 아담한 공간이지만 디자이너의 취향과 관심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티크 마루를 헤링본 패턴으로 시공하고, 문과 벽에 웜 톤의 화이트 페인트를 칠한 뒤 몰딩을 더하니 새 아파트 같지 않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침실은 신민정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와 반려동물용 가구로 꾸몄다.

현관에는 로즈우드로 만든 코너장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했다. 미니어처 가구와 빈티지 소품, 이탈리아산 토기 화분까지 시간과 손맛이 담긴 제품이 진풍경을 연출한다.

네덜란드 스트링 선반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토마도사의 선반과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들.
나무의 온기를 채운 풍경 핸드크라프트(www.hand-craft.co.kr)의 신민정 디자이너. 그는 다양한 원목 가구와 가구를 미니어처로 축소한 듯한 반려동물용 가구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늦깎이 가구 디자이너로 스튜디오를 오픈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지만 그가 만든 가구는 그 이상의 내공을 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가 영화와 패션이었어요.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마케팅 일을 하다가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파리 유학을 알아봤지요. 한편으론 영화가 아닌 패션 디자인을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파리의 패션 스쿨인 스튜디오 베르소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도 합격했지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했습니다.”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 고양이 봉봉이를 위해 목공을 배워 캣타워를 만들고, 집에서 쓸 가구도 직접 제작했는데 문의가 잇따르자 자연스레 전향을 하게 되었다고. 그는 옷을 디자인하듯 가구도 수종(미얀마산티크와 흑단, 파덕, 메이플, 월넛과 블랙 월넛 등)을 자유롭게 매치하고, 통 원목과 판재를 함께 사용해 나무의 다양한 결을 보여준다.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에는 자신이 만든 가구를 놓아 차분한 색감과 나뭇결로 온기를 더해준다. 전세로 살다가 마음에 들어서 지난해 여름에 구입했는데, 이미 살림이 빼곡히 채워진 터라 남편 홍의수 씨와 함께 조금씩 셀프 인테리어로 집을 바꾸기시작했다. 먼저 가구에 맞춰 티크 마루를 헤링본 패턴으로 깔고 기존 벽지 위에 웜 톤의 하얀 페인트를 칠했다.

빈티지 물건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불필요한 붙박이장을 떼어낸 뒤 노출된 벽면에도 페인트를 칠하고, 방문과 주방 수납장에도 페인트를 칠했다. 문에 몰딩 장식을 붙이고 앤티크한 손잡이로 교체하자 파리지앵의 아파트처럼 변모했다. 욕실 타일은 채도가 낮은 그린 컬러로 칠하고 원목 선반과 빈티지한 조명등, 거울을 설치했다. 파리에 있을 때부터 조명등과 각종 소품을 모아온 그는 빈티지 컬렉터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좋은 제품을 구입해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훗날 되팔곤 해요. 빈티지 제품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요. 지금처럼 대량생산이 불가능했을 시절에 조금 더 사람의 손을 거친 좋은 물건이 많아요. 이따금 전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요.” 빈티지 가구는 북유럽 디자인이 전성기이던 1950~1960년대의 작품. 나무를 부드럽게 깎아 만든 프레임과 손잡이, 다리 등에서 솜씨 좋은 캐비닛 메이커의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가 꼽은 빈티지 그릇의 백미는 역시 찻잔이다. 잔마다 형태와 두께가 달라서 입술에 닿았을 때의 느낌도 제각각 다르다고. 마음에 드는 잔을 구비해놓고 기분에 따라 찻잔을 고르는 일은 날마다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디테일은 일관되게 가장 작은 방은 TV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가리모쿠의 가구와 자신이 만든 원목 의자가 중앙의 테이블을 에워싸는 형태로 놓여 있다. 공간에 놓인 소품에서도 일관된 취향이 엿보인다. 손 자수 쿠션, 크고 작은 일러스트와 판화 작품들, 토기 화분까지 집 안에 놓인 모든 물건에 손맛과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겨 있다. “빛바랜 듯한 토기는 두가르송에서 구입했어요. 한국 분인데 워낙 손재주가 좋아서 새 화기를 선보일 때마다 금세 팔리지요. 그 옆에 놓인 토기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거예요. 토양이 달라서 토기의 빛깔도 제각각 달라요.” 부엌에 놓인 아일랜드 카운터는 아직 미완성 상태. 보름 남짓을 꼬박 작업했지만 여전히 선반 한쪽이 비어 있고 미닫이문도 달지 못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채워가는 신민정 디자이너.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갈 그의 집이 마지막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지극히 사적인 Q&A

이름과 나이는?
신민정(40세).

하는 일은?
핸드크라프트를 운영하며 사람 과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를 만든다.

집에서 아끼는 물건 세 가지는?
로즈우드 소재의 코너장과 직접 만든 벤치, 침실에 설치 한 빈티지한 거울과 조명등.

집에서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주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서칭을 한다. 영화도 즐겨 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미니멀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 디터 람스. 그다음으로는 조지 나카시마. 그의 디자인보다는 정신 세계에 감명받았다. 갈라진 나무도 그의 손에서는 걸작이 된다. 나무를 소중히 여기고, 애정 어린 눈길로 특징을 살려내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단골 빈티지 숍은?
성북동의 더올드시네마와 해외 온라인 숍 vntg.com, 1stdibs.com.

영감을 주는 것&즐겨 찾는 인스타그램은?
고양이와 빈티지 숍, 남의 집 엿보기. 옛날부터 아파트 단지를 거닐 때 버릇처럼 1층 집을 슬쩍 들여다보곤 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는 편. 즐겨 찾기한 인스타그램은 노네임 빈티지 숍(@nonamevintageshop), 아티스트 겸 포토그래퍼 엘리자베스 덩케의 소품 브랜드 파인리틀데이(@finelittleday), 고양이의 일상을 기록한 째즈앤폴(@jazznpaul).



글 이새미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